지난 12일 홍남기(오른쪽)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코로나19 대응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제4차 경제활력대책회의' 모습(사진=기재부 제공)
지난 1월과 이달 발표된 각종 경제 지표에는 우리 경제가 회복세를 타고 있다는 신호가 실려 있었다.
생산과 소비, 투자는 지난해 11월과 12월 두 달 연속 '트리플 상승'을 기록했고 특히 12월에는 35개월 만에 경기 동행· 선행 지수가 동반 상승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2019년 1월 대비 1.5% 상승하며, 길고 길었던 0%대 저물가 터널 탈출에 청신호를 밝혔다.
취업자 수 또한 지난 1월에 전년 동월 대비 무려 56만 8000명 증가하며 1월 기준으로는 사상 최고인 60.0%의 고용률을 나타냈다.
정책 당국은 이런 긍정적 지표들에 반색했지만, 한 가지 단서를 붙이는 일을 빠뜨리지 말아야 했다.
'연초에 터져 나온 코로나19 사태가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에 향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역시 14일 발간한 '최근 경제동향' 2월호에서 "경기 개선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가 우리 경제 회복을 제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국내적으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전개되어 온 상황을 보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예사롭지 않을 것을 직감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그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는 안갯속이다.
이달까지 발표된 각종 경제 지표는 지난 1월 상황이 최신 내용인데 여기에는 코로나19 영향이 사실상 전혀 반영돼 있지 않다.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시점이 '고용동향' 등 조사 기간 이후인 지난달 20일이었고 설 연휴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일례로, 코로나19 사태 탓에 중국 관광객 유입이 끊겨 지금 관련 업계가 초비상이지만, 기재부의 최근 경제동향 2월호에는 지난달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 관광객 수가 지난해 1월보다 23.8% 증가한 것으로 나온다.
이번 2월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들이 공표되는 다음 달에나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쳤는지 실상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은 그 실체를 알 수 없기에 오는 3월 발표될 지표들에 대한 우려가 더욱 클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코로나19 사태가 5년 전(메르스 사태)보다 더 영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이 된다"고 말했다.
기재부 홍민석 경제분석과장은 14일 "홍남기 부총리의 해당 발언은 우리나라와 감염병 사태 상대국 간 인적·물적·경제적 관련성의 차이를 강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진원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근원인 중국이 각각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은 그 정도가 아주 다르다는 얘기다.
홍민석 과장은 "메르스 사태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관광객 비중은 0.1%에 불과한 반면 현재 중국인 관광객 비중은 34.4%"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사우디아라비아는 1%대에 그쳤지만, 중국은 25%가 넘는다"고 홍 과장은 덧붙였다.
중국발 코로나19 사태에 정부가 극도로 예민하게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홍 과장은 "감염병 사태가 종료되면 이후 경기가 반등하는 양상을 보였다"며 "이번 코로나19 사태도 철저한 대비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현재 백화점·대형마트·면세점·나들가게(슈퍼마켓) 매출액과 중국인 관광객 수, 철도 이용률, 고속도로 통행량 그리고 놀이공원과 극장 등 다중시설 이용객 수 등 30개 지표를 일일 단위로 점검하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일일 단위 점검 지표 개수는 15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