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사법농단 재판개입' 임성근 부장판사, 1심서 '무죄'

법조

    '사법농단 재판개입' 임성근 부장판사, 1심서 '무죄'

    "재판 관여해 법관 독립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 지적
    "지위 이용한 불법행위로 징계사유지만 직권남용은 아냐"
    검찰 "법관 독립은 신성불가침이란 논리…항소할 것"

    임성근 부장판사. 사진=연합뉴스

     

    '사법농단'에 연루돼 다수의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송인권 부장판사)는 1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혐의로 기소된 임 부장판사에게 "각 재판 관련 행위는 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서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로 징계사유에 해당하긴 하나 직권남용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임 부장판사의 혐의 내용이 사실로 인정되고 그 위법성이 인정됨에도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취지다.

    이날 선고에 앞서 일찍이 정장 차림으로 입정한 임 부장판사는 선고가 진행되는 내내 꼿꼿한 자세로 서서 재판부를 정면으로 마주본 채 판결을 경청했다.

    앞서 임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 재직 당시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지시로 지난 2015년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재판에 청와대의 입장을 반영토록 하는 등 압력을 넣은 혐의를 받았다.

    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들의 체포치상 등 사건에 대해 양형이유를 변경케 한 혐의, 야구선수 임창용·오승환씨 사건을 정식재판에 회부하지 말고 약식명령 처리하라고 담당 재판부에 지시한 혐의 등도 있다.

    재판부는 임 부장판사가 재판부에 의견을 전달하는 등 특정 재판들에 개입한 혐의는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가토 다쓰야 재판에서 임 부장판사가 '박 전 대통령이 모처에서 다른 남성을 만났다는 부분 등 기사내용이 허위임을 정리해주면 좋겠다'고 말한 사실, '법리상 무죄이긴 하나 사실관계 확인 없이 여성 대통령을 희화화한 것은 비난받을 측면이 있다'고 (판결) 구술본 말미 수정을 요청한 사실 등은 모두 인정된다"며 "이는 그 자체로 특정사건의 재판내용이나 절차 진행을 유도하는 재판관여 행위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거나 침해할 위험이 있는 위헌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변 체포치상 사건에서도 재판장에게 판결문의 두세 군데 표현을 지적하며 '양형이유 부분에서 논란이 있을 만한 표현이 있으니 톤다운을 검토해보라'고 말한 사실, 야구선수들의 약식사건 관련 주변에 있는 다른 판사들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라고 한 사실은 인정된다"며 "판결문의 원본 수정을 요청하는 등은 그 자체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 형사소송법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같은 임 부장판사의 행위들이 임 부장판사의 고유의 직무권한이 아니기 때문에 검찰이 기소한 죄목인 '직권남용죄'로는 형사처벌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직권을 남용하려면 재판 관련 직무감독권이 먼저 인정돼야 하는데 임 부장판사에겐 애초 해당사항이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수석부장의 재판업무에 관한 사법행정권은 현행 법령상 명시적 근거가 없고 법관의 독립 원칙상 (누구도) 재판업무에 관여할 수 없으며 중앙지법원장이 그런 권한을 임 부장판사에게 구체적으로 위임 또는 지시·명령했다고 인정할 근거도 없다"며 "재판관여 행위는 수석부장의 일반적 직무권한으로 해석될 여지가 없고 (다만) 지위나 개인적 친분관계를 이용해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행위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달 30일 선고된 ('블랙리스트' 사건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과 같이 피고인의 행위가 위헌적이라는 이유만으로 (혐의를) 확장해석하는 것은 '죄형 법정주의'에 위배되는 것이어서 허용되지 않는다"며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해 징계사유는 될 수 있지만 직권남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임 부장판사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동료 판사들이 임 부장판사에게 자신들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단 점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가토 다쓰야 사건을 맡았던 이동근 부장판사는 평소 자신의 생각과 합의부의 논의 등을 거쳐 독립적으로 (해당사건 관련) 중간 결정을 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며 "이 부장판사도 증언했지만 당시 임 부장판사에게 자신을 지휘·감독할 수 있는 사법행정권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약식사건과 관련해서도 해당 판사는 (임 부장판사의 말을) 지시가 아닌 선배 법관의 조언으로 받아들였다는 점이 인정되고 합의부 재판은 합의에 따라 심판하는 것으로 재판장의 의사와는 독립된다"며 "임 부장판사의 관여 행위와 각 부장판사들이 소속된 합의부의 판단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고 인정할 근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 관계자는 "결국 법관의 독립은 신성불가침이라는 이야기"라며 "(재판부) 외부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이와 상관없이 해당 재판부가 독립적으로 결정했다는 당위적 이야기만 하고 있다"고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