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박지원.(AP=연합뉴스)
세계 최강 한국 쇼트트랙이 올 시즌도 상승세를 달리고 있다. 에이스가 빠진 상황에서도 남녀부 모두 금빛 질주를 펼치고 있다.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16일(한국 시간)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에서 열린 2019-20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6차 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수확했다. 아쉽지만 값진 은메달 2개와 동메달 1개도 보탰다.
남자 대표팀은 평창동계올림픽 1500m 금메달리스트 임효준(고양시청)이 빠져 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4관왕이자 종합 우승을 달성한 임효준은 대표팀 훈련 중 성 희롱 파문으로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남자팀은 임효준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올 시즌 1, 2차 월드컵에서 황대헌이 연속 2관왕에 올라 대들보로 우뚝 섰고, 4차 대회에선 이준서(한체대)가 1500m를 제패했다. 5차 대회에서는 박지원(성남시청)이 3관왕에 오르며 새 에이스로 떠올랐다.
박지원은 이번 6차 월드컵에서도 든든했다. 1500m 결승에서 이준서와 선의의 경쟁 끝에 2분19초421을 기록, 0.015초 차로 금메달을 따냈다. 이준서, 김동욱(스포츠토토)과 함께 결승에 출전한 박지원은 두 바퀴를 남기고 4위였지만 마지막 바퀴에서 폭발적인 스퍼트로 이준서를 따라잡은 뒤 마지막 코너에서 인코스를 공략해 날 들이밀기로 정상에 올랐다.
특히 박지원은 이번 우승으로 올 시즌 월드컵 1500m 랭킹 1위를 확정지었다. 랭킹 포인트 4만2621점을 얻은 박지원은 3만7642점의 이준서에 넉넉히 앞섰다. 황대헌은 1500m 준결승에서 손으로 다른 선수의 레이스를 방해했다는 반칙 판정을 받아 실격됐다.
한국 쇼트트랙 여자 대표팀 이유빈.(자료사진=이한형 기자)
남녀 1000m에서는 새 금메달리스트가 나왔다. 김다겸(성남시청)과 이유빈(서현고)이 개인 통산 첫 월드컵 우승의 감격을 이뤘다.
김다겸은 남자 1000m 1차 레이스 결승에서 1분33초056으로 가장 먼저 결승점을 통과했다. 마지막 바퀴 직전 1위였던 이츠학 더라트(네덜란드)가 박인욱(대전 일반)과 충돌하며 넘어진 사이 흔들리지 않고 1위로 나서 우승했다. 아쉽게 박인욱은 실격 처리됐다.
개인 첫 월드컵 금메달이다. 김다겸은 지난 5차 대회 1500m 1차 레이스에서 동메달로 개인 첫 메달의 기쁨을 누린 데 이어 6차 대회 첫 금메달로 활짝 웃었다.
이유빈도 생애 첫 금빛 미소를 지었다. 이날 여자 1000m 1차 레이스 결승에서 1분31초004로 1위에 올랐다. 한때 최하위에 처지기도 했던 이유빈은 마지막 바퀴에서 열띤 스퍼트로 경쟁자들을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평창올림픽 당시 대표팀 막내였던 이유빈은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에 힘을 보탠 바 있다. 당시 예선에서 넘어지며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결국 언니들과 우승을 합작했다. 이번 월드컵에서 국제대회 개인전 첫 금메달로 더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여자팀 에이스 최민정(성남시청)이 빠진 가운데 거둔 우승이라 더 값졌다. 당초 최민정은 1000m에 출전할 예정이었으나 17일 열리는 500m와 3000m 계주 결승 등을 위해 컨디션 조절로 나서지 않았다.
남은 경기에서도 메달이 쏟아졌다. 여자 1500m 결승에서 김지유(성남시청)는 1위를 눈앞에 뒀지만 안방의 일방적인 응원을 업은 노련한 수잔 슐팅(네덜란드)의 기습적인 막판 침투에 0.02초 차 은메달을 따냈다. 노아름(전북도청)도 당초 은메달에서 동메달로 색깔이 바뀌었다.
혼성 계주에서도 은메달을 보탰다. 노아름-서휘민(평촌고)-이준서-박인욱이 나선 대표팀은 2000m 혼성 계주에서 2분42초551로 중국(2분42초442)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대표팀은 17일 500m와 1000m 2차 레이스, 남녀 계주 등에서 메달 사냥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