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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망 밖 환자 발생, 의사 재량권 추가 확대로 대응

보건/의료

    방역망 밖 환자 발생, 의사 재량권 추가 확대로 대응

    • 2020-02-17 05:30

    감염경로 불분명한 29번 환자에 전파 우려 커져
    또다른 미지의 확진자 지역사회 활보 가능성
    중수본 "원인불명 폐렴 입원시 진단검사 실시"
    해외여행력 기준 타파…의료진 적극 검사 가능
    음압격리실 선제 조치 뒤 감염 여부 검사할 듯

    (사진=자료사진/박종민기자)

     

    코로나19 국내 29번째 확진자가 정부 감시망 밖에서 발견되며,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지역사회 전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의사의 재량권을 한 단계 더 넓히며, 원인불명 확진자 발생에 최대한 빠르게 대응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 의료진 재량에 발견했지만, 또 나오지 말라는 법 없어

    29번째 확진자인 82세 한국인 남성이 지난 15일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실을 찾은 이유는 코로나19 의심증세가 있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가슴 통증 때문이었다.

    의료진은 심근경색을 의심했고, 이에 컴퓨터단층촬영(CT)을 실시했는데, 폐렴 증상을 발견했다.

    폐렴은 코로나19의 주요 증상 중 하나지만 의료진의 입장에서 해외 방문 기록도 없고, 확진자와 접촉력도 없는 환자에게 단순한 폐렴 치료만 할 수도 있었다.

    지난 7일부터 적용된 코로나19 대응지침 5판의 사례정의는 중국 방문자나 확진환자의 접촉자가 14일 이내 발열 또는 호흡기 증상이 나타난 경우를 의사환자로 보게 하기 때문이다.

    다만, 5판 지침에 의사의 소견에 따라 원인불명의 폐렴을 앓고 있는 경우 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는데, 다행히 고대 안암병원이 지침에 의거한 유연성을 발휘해 29번 환자에게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16일 확진자임을 밝혀냈다.

    현재 고령인 29번 확진자는 37.5도 정도의 열과 폐렴 증상이 나타나고 있지만, 안정적인 상태에서 국가지정격리병상인 서울대병원에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다.

    하지만 뚜렷한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29번 환자를 감염시킨 미지의 확진자가 여전히 지역사회를 활보하며 또다른 확진자를 양산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원인불명 폐렴' 선제 격리로 대응…방향은 맞지만 장기적 대책도 필요

    우선 질병관리본부는 즉각대응팀을 파견해 29번 확진자의 접촉자와 동선을 파악하며 명확한 감염 경로를 밝히고 있다.

    이와 별개로 정부는 29번 환자처럼 감염원을 파악할 수 없는 환자에 대처하기 위해 의료진의 재량을 한 단계 더 보강하기로 했다. 미지의 확진자를 찾는 것 만큼이나 그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6일 "해외여행력이 없더라도 의사의 소견에 따라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를 적극적으로 검사하고, 특히 원인불명의 폐렴으로 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에 대해서는 해외여행과 관계없이 진단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검사기준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5판 지침의 내용과 대동소이해 보이지만, 의료기관 입장에서 '할 수 있다'와 '하도록 만들겠다'는 정부의 지침 변화는 큰 차이를 가진다는 것이 현장의 의견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애매한 기준에 고민이 있던 의사들이 마음 놓고 진단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원인불명의 폐렴을 앓는 의심 환자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보다 선제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방향이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박능후 장관은 이날 구체적으로 원인불명의 폐렴환자를 진단하는 방법에 대해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의료기관에서 해당 환자를 음압격리실 등에 미리 격리하고 바로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방식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발 앞선 격리를 실시해 최대한 병원 내 노출을 막겠다는 것이다.

    다행히, 인플루엔자가 유행의 절정을 지나 감소추세에 이르러 폐렴 환자의 전체 숫자도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상황이다.

    따라서 민관이 힘을 합쳐 코로나19 방역에 역량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감염병 대응을 위해 장기적인 차원에서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태형 순천향대 서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모든 병원이 폐렴 환자를 선제 격리할 수 있는 시설을 상시 갖출 만한 여유가 없다"며 "추후에도 비슷한 문제 생겼을 때 중중의 환자들에게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구조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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