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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알리겠다는 약속, '부재의 기억'으로 지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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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알리겠다는 약속, '부재의 기억'으로 지키다

    1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영화 '부재의 기억' 그 못다한 이야기 귀국 보고 기자간담회에서 이승준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유가족분들이 해외에 나가서 세월호를 많이 알리길 원하셨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부분이어서 약속했는데, 약속이 지켜진 것 같아서 만족합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나면 (세월호에 향한 관심이) 식을 수도 있는데, 이게 시작이면 좋겠다. '부재의 기억'을 통해 다시금 세월호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어요." _'부재의 기록' 이승준 감독

    2014년 4월 16일 476명을 태운 '세월호'가 가라앉고, 진실도 가라앉았다. 진상규명을 외치는 유가족들을 향해 "그만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승준 감독의 단편 다큐멘터리 '부재의 기억'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노미네이트되며 진실을 향한 외침을 다시 끌어올렸다. 유가족과의 약속이 지켜진 셈이다.

    지난 10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단편 다큐멘터리상은 '러닝 투 스케이트보드 인 어 워 존'(캐롤 디신저 감독)에 돌아갔다. 아쉽게 수상은 놓쳤지만 '부재의 기억'은 미국적이고 백인 중심적이라는, 그러나 세계의 이목이 쏠린 '아카데미'에 오르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부재의 기억'은 지난 2014년 4월 16일 벌어진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 영상과 통화 기록을 중심으로 국가의 부재에 질문을 던지는 29분짜리 다큐멘터리다.

     

    18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부재의 기억' 귀국 기자간담회에서 이승준 감독은 비록 수상은 놓쳤지만, 미국 현지의 반응은 뜨거웠다고 전했다. 그는 "상영회에서 많은 사람이 공감했고, 분노해야 할 지점에서 정확히 분노했다"며 "세월호와 비슷하게 국가가 제대로 기능을 못해 많은 사람이 희생된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공감해줬다"고 말했다.

    영화는 진실규명이 아닌 '고통'에 집중한다. 희생자와 유가족의 고통, 한 명이라도 살리기 위해 참여했던 잠수사들의 고통 등 국가의 부재가 만든 참사의 고통을 이야기한다. 고통을 기록하되, 담담하게 그려냈다.

    이 감독은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와 4·16 기록단이 전한 수십 테라바이트(TB)에 달하는 방대한 자료를 하나하나 검토하고 중요한 장면만을 추려 29분에 담아냈다. 미국 제작사 및 편집자와 논의해 맥락을 잡고, 문화적 차이를 좁혀나갔다.

    1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영화 '부재의 기억' 그 못다한 이야기 귀국 보고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유가족 오현주 어머니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시상식 당일 이승준 감독은 세월호 유가족인 단원고 2학년 8반 고(故) 장준형 군 어머니 오현주 씨 및 2학년 5반 고 김건우 군 어머니 김미나 씨와 시상식에 함께 참석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들의 명찰을 목에 걸고 카메라 앞에 섰다. 감독과 PD들의 가족이 레드카펫의 자리를 유가족에게 양보하며 예정에 없던 자리에 서게 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도 참석한 오현주 씨는 "'부재의 기억'이 노미네이트 됐다고 들었을 때부터 간절히 바랐던 건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세월호 참사에 관심을 두는 것이었다"며 "숱하게 많은 감독과 PD가 세월호 참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 '부재의 기억'에서 결실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오 씨가 바라는 것은 전 세계 아이들이 안전하게, 차별받지 않고, 적절한 교육을 받으며 살아갈 권리를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세월호 참사 진실을 밝히고, 관련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8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영화 '부재의 기억' 그 못다한 이야기 귀국 보고 기자간담회에서 김미나 어머니, 오현주 어머니, 이승준 감독, 장훈 위원장, 한경수 PD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김미나 씨는 "그날 나는 엄마가 아닌 아이의 입장으로 레드카펫을 밟았다"며 "250명의 아이와 함께 당당하게 사진을 찍은 게 가장 행복하고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단원고 학생들 325명 중 250명이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는 참사를 당했다.

    장훈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피해자가 바라보는 세상과 일반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이 다르다. 피해자를 냉정하게 바라보되, 따뜻한 가슴으로 바라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승준 감독은 앞으로 한국 작품의 아카데미 노미네이트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소재나 제작국가의 문제는 아니다. 그들이 보고 느끼는 방식이 다른 지점이 있는데, 그런 것들을 고려해 제작한다면 충분히 공감받을 수 있다"며 "다만 정부나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 없이 개인으로서는 절대 못 한다. 정부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희망적"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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