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지난달 고위간부 인사로 대거 '좌천'시킨 윤석열 검찰총장 참모들을 다가오는 검사장 회의를 통해 만날 예정이다. 추 장관의 인사폭풍이 이들의 작심발언으로 돌아올지 주목된다.
19일 법무부는 전국 6개 고등검찰청 검사장과 18개 지방검찰청 검사장,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등에 전국 검사장회의 참석을 요청하고 관련 내용을 준비하고 있다. 당초 회의 날짜는 오는 21일로 정해졌으나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확진 우려로 잠정 연기된 상태다.
회의 참석 대상에는 대검찰청 차장으로 있으면서 윤 총장의 '오른팔'이었던 강남일 대전고검장과 대검 공공수사부장으로 재직하며 청와대 선거개입 수사를 지휘한 박찬호 제주지검장, 대검 회의에서 소신발언을 했다가 추 장관으로부터 '유감표명'을 받은 문찬석 광주지검장이 포함된다.
이밖에 이두봉 대전지검장, 문홍성 창원지검장, 노정연 전주지검장이 포함된다. 모두 지금거리에서 윤 총장을 보좌하던 참모들이다.
이중 상당수는 추 전 장관이 지난달 8일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지방으로 '좌천'시킨 인물들이다. 적지 않은 인원들이 지역의 지검장 혹은 고검장으로 발령났다.
이들은 곧 추 장관이 주재하는 전국 검사장회의에서 모두 모일 예정이다. 추 장관은 이들로부터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 제도 도입에 관해 의견을 청취한다.
검찰 안팎에선 추 장관에 의해 '좌천'당한 검사장들로부터 '고운 소리'가 나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미 윤 총장은 지난 13일부터 시작한 전국 검찰청 순시를 통해 수사·기소 분리에 관한 반대입장을 공공연히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에 따르면 윤 총장은 지난 13일 부산지검에서 열린 직원 간담회에서 "검사가 직접 수사한 것은 검사가 직관을 하고 소추(기소)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윤 총장은 "참여정부부터 추진된 사법부의 공판중심주의, 직접심리주의 강화 등 사법개혁 방향에 맞게 재판 준비 절차인 수사 방식도 바뀔 수 밖에 없다"며 "사안이 중대해 검사가 직접 수사한 것은 검사가 직관을 해야 한다. 법정에서 공소유지를 하는 사람이 소추(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추 장관의 수사‧기소 분리제도가 직접심리주의·공판중심주의를 지향하는 현행 사법개혁과 다소 어긋난다는 취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를 두고 윤 총장이 검사장회의를 앞두고 일종의 '결집' 메시지를 던진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들이 일선 검사들의 의견을 대표해 추 장관에게 전달해야 한다는 점도 오는 검사장회의에서 쓴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선에서는 벌써 수사·기소 분리제도에 관해 반대하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는 지난 17일 검찰 내부 게시망 이프로스에 글을 통해 수사·기소 분리제 도입을 위해 추 장관이 제시한 근거를 반박했다.
앞서 추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해당 제도를 도입해야하는 근거로 한국에 비해 낮은 일본의 무죄율을 제시했다.
차 검사는 이에 대해 "일본의 소극적인 기소 관행에 있다"며 "일본 검찰의 현실을 우리 검찰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수영 대구지검 상주지청 검사도 전날 "수사 없는 기소, 기소를 염두에 두지 않는 수사가 가능한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구자원 수원지검 여주지청 검사도 전날 "수사권 조정안이 통과돼 검사의 지휘를 받지 않는 상당 부분의 수사권이 경찰에게 부여됐다"며 "(이 상황에서) 다시 검사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어떻게 분리한다는 것인지 선뜻 와닿지 않는다"고 의문을 표했다.
해당 글에는 수사·기소 분리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일선 검사들의 동조 댓글도 함께 달린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