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남구 대명동 신천지 대구교회의 모습.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코로나19 대구 첫 확진자인 31번 환자가 최근 이 교회를 방문해 기도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환자가 무더기로 나오면서 많은 사람이 몰리는 종교 행사를 둘러싼 불안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종교계 등에 따르면 전날 31번째 코로나 19 확진자로 판정된 여성은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발병 전후 4차례에 걸쳐 예배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16일에는 12명이 탄 건물 승강기를 이용해 예배당으로 이동했고, 다른 신도 460명과 함께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조사됐다. 9일까지 합하면 예배 자리에 동석한 신도 수는 1천명으로 늘어난다.
19일에는 31번 환자와 같은 신천지 대구교회를 다닌 신도 10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이곳이 코로나 19 감염 확산의 진원지가 됐다는 말까지 나왔다.
같은 교회에 다니는 신도가 연달아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것은 예배당이나 교회 건물이라는 같은 공간 내에서 감염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신천지 대구교회 이전에도 이달 1일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에서 6번 확진자가 나오면서 교회가 2주 가까이 폐쇄된 바 있다. 교회 예배를 다녀간 신도가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기는 처음이라 감염 확산 우려가 컸다.
이 확진자는 자가격리 과정에서 가족에게 옮기기는 했으나 신천지 대구교회처럼 교회 내 대규모 전파를 불러오지는 않았다.
명륜교회는 13일 예배 횟수를 줄여 교회 문을 다시 열었고, 23일부터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예배 횟수를 정상화할 계획이다.
주춤했던 코로나 19 감염 확산이 다시 본격화하면서 교회나 성당, 사찰에서는 경내 많은 곳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거나 참석자에게 마스크를 쓰도록 하고 있지만, 예배 등 정례 종교행사를 미루거나 축소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한불교조계종 상월선원이 7일 대규모 동안거 해제 법회를 계획했다가 하루 전 취소했고, 일부 교회에서 동계수련회와 학술대회 등을 무기한 연기한 정도다.
개신교계에서는 일요일마다 하는 주일 예배를 두고 엇갈린 목소리가 나온다.
아세아연합신학대학 신성욱 교수는 14일 국민일보 기고문에서 "교회에서 드리는 주일예배를 결코 양보해선 안 된다는 생각에 반대할 의사가 없다"면서도 "여기에는 한 가지 치명적 결함이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교회가 반드시 건물로 된 장소여야만 하는가'"라며 질문을 던졌다.
그는 "건물에서의 예배만을 억지로 고집하다 감염자가 늘어나고 사망자까지 생겨난다면 본질에 무관하게 하나님의 영광은 추락하고 교회를 향한 세인들의 조롱과 비난은 심화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인천의 '회복의 교회' 김민호 목사는 같은 날 교계지 크리스천투데이에 쓴 칼럼에서 "요즘 몇몇 대형교회들이 코로나바이러스 앞에 공적 예배를 자발적으로 포기하고 있다. 심사숙고한 결과라 생각한다"면서도 "성경의 가르침이나 과거 선배 신앙인들을 생각한다면 적절한 결정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 목사는 "물론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막무가내식으로 예배하자는 뜻은 아니다"고 선을 그으면서 "목회자와 교회 중직자들은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전심으로 기도하며 예배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