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포럼실천·스포츠문화연구소·체육시민연대 등 체육시민단체가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국민카페 온에어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기묵 기자)
체육시민단체가 연임을 노리는 대한체육회 이기흥 회장을 공개 비판했다.
스포츠포럼실천·스포츠문화연구소·체육시민연대는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국민카페 온에어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한체육회 이사회가 회장 연임을 위해 정관을 변경하는 것은 민주주의 파괴"라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16년 10월 엘리트와 생활 스포츠를 통합한 가운데 열린 제 40회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당선됐다. 초대 통합체육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4년 임기에 들어갔다. 오는 2021년 2월에 임기가 마무리된다.
체육시민단체는 성명서에서 "2020년 12월 예정인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체육회가 지난 2월 11일 제31차 이사회에서 정관 변경을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이사의 만류로 보류됐지만 체육회는 24조 8항의 변경을 지속적해서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대 허정훈 교수는 이날 "체육회가 현 회장을 위해 정관을 변경하는 것은 꼼수"라고 꼬집었다. 이어 "회장 선거는 한국 체육의 전환점이 될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선거가 공정하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국대 서희진 교수도 "부정부패를 방지하고 견제와 균형이 있는 것이 민주주의"라면서 "체육회에는 그런 시스템이 자리 잡혀 있지 않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사건이 (시스템 부재의) 방점을 찍는 것인 만큼 바로잡고 싶다"고 의지를 밝혔다.
체육회의 정관 24조 8항은 '회장을 포함한 임원이 후보자로 등록하고자 하는 경우 회장의 임기 만료일 전 90일까지 그 직을 그만두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재 이기흥 회장도 연임을 위해서는 이 조항을 따라야만 한다는 것이다.
대한체육회 회장선거관리규정 (사진=대한체육회 선거관리규정 자료 캡처)
체육회 관계자는 논란에 대해 "정관 24조 8항(90일 전 사퇴)이 과도한 규제인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 공무원이나 언론인의 경우 정치적 중립이 어려워 사직을 하는 것"이라면서 "현재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도 사임하지 않고 선거에 출마하고 있다"고 근거를 설명했다. 이어 "공정 선거가 필요하다면 제도적 장치를 추가하면 된다"면서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대한체육회는 선거 전 사임이 아니라 직무 정지 수준으로 정관 변경을 준비 중이다. 체육회는 정관 개정이 대한체육회 이사회에서 절차를 거쳐서 규정 개정을 하고 문화체육관광부 승인을 거쳐서 진행되는 것이기에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또 체육회는 이날 "체육회 정관 개정은 정기 대의원 총회 심의 후 문체부의 최종 허가를 받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 만큼 주무 부처와 충분히 협의하여 오는 27일 정기 대의원 총회에서 상정, 심의할 예정"이라고 알려왔다.
이에 대해 체육시민단체는 "정관 변경을 시도한다면 이기흥 회장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단순한 명제로 모든 체육인과 끝까지 싸우겠다"고 저지 의사를 명확하게 밝힌 상태다. 과연 체육회 정관 변경을 둘러싼 논란이 어떻게 귀결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