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었다." 정부의 '2·20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직후 추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수원 영통·권선·장안구, 안양 만안구, 의왕시 등 부동산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이미 정부 발표 전부터 조정지역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됐던 만큼 시장의 충격도 크지 않았다.
◇ "너무 늦었다" 동탄, 영통 넘어 이미 오산까지 '풍선효과'수원 영통구 망포동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 단지인 힐스테이트영통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4개월만에 1억 정도 올랐는데, 투자나 투기 세력들은 이미 작년에 최저 가격일 때 다 샀다"며 "최근에는 실수요자들 위주로 간간이 거래 문의가 오고 있는 정도"라며 정부의 뒷북 대책을 비꼬았다.
이 아파트의 실거래가는 전용면적 84㎡ 기준 지난해 10월 6억 8천만 원~7억 4200만 원에 거래됐지만 지난 14일 8억 6천만 원을 찍었다. 최고가 기준으로 4개월 만에 1억 1800만 원이 오른 것이다.
지역 부동산 업계는 정부의 '사후약방문식' 대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 아파트 주변 또 다른 부동산 A대표는 "그동안 학습효과로 봤을 때 조정지역으로 묶인 것은 이 아파트 시세가 어느 정도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며 "당분간은 관망세가 되겠지만 주변의 광교나 동탄 집값이 떨어지지 않는 한 영통 아파트값이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통의 오래된 아파트 단지들의 경우는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는데도 신축 아파트 단지와 같이 규제에 묶인 데 대한 불만이 터져나왔다.
20년 된 한 아파트 단지내 한 부동산 B대표는 "그동안 저평가 됐다가 최근 다소 올랐는데, 마치 신축 아파트처럼 많이 오른 것처럼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특히 양도소득세 중과는 다주택자들이 오히려 집을 팔지 않아 공급 감소로 인해 집값이 상승하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실제로 오늘 정부 대책 발표가 나오자 마자 한 매도인이 양도세 때문에 팔지 않겠다며 매물을 거둬들였다"고 토로했다.
조정대상지역은 다주택자의 경우 양도소득세가 2주택자는 10%포인트(p), 3주택 이상은 20%p 중과되고 주택장기보유특별공제가 배제된다.
또 벌써부터 정부의 이번 추가 지정에 포함되지 않은 경기권의 다른 지역으로 '갭메우기'에 따른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수원의 한 공인중개사는 "수원과 화성 사이에 있는 오산에서는 투기세력들이 4천만 원~5천만 원으로 이미 갭투자가 시작됐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상공에서 바라본 수도권 아파트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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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규제 지역 너무 넓어…투기세력 억제 대책 내놔야"이번에 추가된 또다른 조정대상지역인 안양 만안구 역시 관망세로 접어든 분위기다.
안양 만안구의 한 공인중개업자는 "이번 정부의 규제 효과는 치솟는 집값을 바로 잡는 게 아니라 일정기간 동안 특정 지역의 부동산 거래를 멈추는 것에 불과하다"며 "오른 집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 지역은 지난해 4분기부터 집값이 꾸준히 오르면서 부동산 거래도 점차 줄었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현재 부동산 거래량은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아파트 소유자들은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물을 내놓지 않고, 실수요자들은 아파트값이 너무 올라 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만안구의 한 공인중개업소를 찾은 한 주민은 "생각보다 아파트값이 너무 올라서 가격 문의만 하고 돌아가야겠다"며 "내 집 마련이 점점 힘들어지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자도 "아파트 값이 주로 오른 곳은 만안구 내 일부 지역인데 규제지역을 너무 넓게 잡은 것 같다"며 "정부가 일률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규제하기 보다는 집값을 올리는 투기세력을 억제할 대책을 내놔야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