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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또 "상속재산 못박은 '유류분' 위헌성 가려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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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또 "상속재산 못박은 '유류분' 위헌성 가려달라"

    지난 20일 중앙지법, 유류분 반환소송 중 위헌제청 결정
    "목적의 정당성·침해의 최소성·법익의 균형성 못 갖춰 위헌"
    지난달 28일 유사소송서 해당조항 위헌제청한 데 이어 2번째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고인(故人)의 의사와 상관없이 상속 대상자들에게 물려주는 재산을 법적으로 정해둔 '유류분(遺留分)' 제도에 대해 또다시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고 헌법재판소(헌재)에 요청했다. 이는 지난달에 이어 두 번째로 나온 '유류분' 조항 관련 위헌심판 제청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이동연 부장판사)는 전날 유류분을 명시한 민법 제1112조와 부속조항이 담긴 제1113조·1118조에 대해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고 21일 밝혔다.

    '유류분'이란 피상속인의 기본적 재산 처분권을 인정하되 상속인의 생계 등을 고려해 상속재산의 일정부분을 법정 상속인의 몫으로 인정하는 제도다. 민법 제1112조는 피상속인의 배우자와 자녀 등 직계비속이 상속 1순위로 상속분의 2분의 1, 부모 등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2순위로 3분의 1을 상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담당 재판부는 지난해 1월 사망한 아버지의 재산을 상속받는 과정에서 어머니와 누나가 증여받은 재산으로 인해 자신의 몫이 침해됐다며 김모씨가 제기한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심리하던 중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김씨에 따르면 김씨의 어머니는 지난 1998년 남편으로부터 넘겨받은 서울 강남 아파트, 지난 2004년 자신의 명의로 사들인 역삼동 오피스텔 등 고인 생전에 이미 상당한 재산을 증여받았다.

    또 제주도 소재 토지와 금융자산 등도 어머니와 누나에게 주어졌고 특히 어머니는 '전업주부'로 별다른 경제활동에 종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처럼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을 정당성이 없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재판부는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1112조 등은 목적의 정당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갖추지 못해 피상속인의 재산처분권과 상속인의 재산권을 침해하므로 (국민의 재산권을 보장한) 헌법 제23조 등에 위반된다"고 제청 사유를 들었다.

    재판부는 과거에는 가장의 재산을 상속받지 못할 시 남은 가족들의 생계가 위협받아 상속권을 별도로 보호할 필요가 있었지만 1인 단위의 경제활동이 일반화된 현대사회는 사정이 다르다고 봤다.

    재판부는 "가장이 가족구성원에 대한 부양의무를 부담하는 가부장제 아래선 가산을 상속받지 못할 경우 유족들의 생존권이 위협받을 수 있었다"며 "그러나 현재는 개인의 노력으로 취득한 재산은 각자가 소유, 관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산업구조가 변경돼 토지를 상속받지 않아도 제조업, 서비스업 등에 종사하며 생계유지가 가능해졌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특히 평균수명이 연장돼 부모가 사망할 때 자녀들은 대부분 40~50대가 돼있고 독립적으로 경제활동을 한 지 수십년이 지난 이들이 상속을 못 받아 생존권이 위협받는다 볼 수 없다"며 "(김씨의 주장처럼) 상속인들의 재산형성에 대한 기여를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였던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고 딸들이 재산상속에 있어 아들보다 홀대받는 일이 줄었다는 점 역시 고려됐다.

    재판부는 "성평등이 확대돼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었고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부부더라도 취득 재산을 각자 소유, 관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상속에 있어 딸을 배제하거나 차별하는 관습도 많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남편이 사망하면서 아내에게 재산의 대부분을 유증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이 경우 자녀들이 유류분 반환청구를 하면서 해당제도가 입법 당시 의도와는 반대로 활용되는 경우도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각 가정의 개별적인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유류분을 '정액'으로 못박아둔 점, 현행 민법상 '상속 결격사유'는 있지만 부모를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등 패륜적 자녀들을 염두에 둔 '유류분 결격사유' 등은 부재하다는 점 등도 맹점으로 지적됐다.

    앞서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7단독(권순호 부장판사) 역시 유류분 반환청구 소송을 심리하던 중 유류분을 규정한 민법 제1112조의 위헌성을 가려달라고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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