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코로나19 위기경보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라고 지시한 배경에는 이단 신천지 내 집단 감염이 전국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았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부터 며칠이 매우 중요한 고비다. 대규모로 일어나고 있는 신천지 집단 감염 사태 이전과 이후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고 규정했다.
이날 오후 기준 이단 신천지 관련 확진자는 329명으로 전체 확진자의 절반을 넘어서고 있다.
문 대통령이 신천지 집단 감염 사태를 코로나19의 전국 확산 분수령으로 보는 이유는 신천지 내 감염 확산 속도가 빠른 것은 물론, 이들의 감염원과 밀접접촉자 확인이 일반적인 사례와 비교해 월등히 어렵기 때문이다.
이단 대구신천지 신자 중 유증상자가 1200여 명에 달하는 것도 전국 확산의 중요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단 대구신천지 내 집단 감염이 대구·경북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전국으로 확산할 조짐이 뚜렷이 나타나자, 정부의 당초 예상이 빗나갔다고 보고 모든 역량을 투입해 방역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도 풀이된다.
대구와 경북 청도 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병상과 인력, 장비, 방역물품 등 필요한 모든 자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도 대구신천지 내 집단 감염이 전국 확산 마지막 길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대구와 경북 청도를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지역에서 감당하지 못하는 병상과 인력, 장비, 방역물품 등 필요한 모든 자원을 전폭 지원하는 체제로 바꾸었다"며 "포화상태에 이른 대구지역의 의료 능력을 보강하고 지원하는 조치도 신속히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집단 감염의 발원지가 되고 있는 신천지 신도들에 대해서는 특단의 대책을 취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확진 환자들을 빠르게 확인하기 위해 신속한 전수조사와 진단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이어 "대구에서뿐만 아니라 전국의 지자체들이 신천지 시설을 임시폐쇄하고, 신도들을 전수조사하며 관리에 나선 것은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당연하고 불가피한 조치"라며 "종교활동의 자유를 제약하려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과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주까지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방역'과 '경제회복' 투트랙 전략을 구사했다.
"정부의 대응을 믿고 위생수칙을 지키면서 정상적인 경제활동과 일상생활로 복귀해 주신다면 경제 회복에 큰 힘이 될 것"(지난 18일 국무회의 문 대통령 발언), "국민과 정부가 함께 힘을 모아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내수·소비업계 간담회) 등 정부는 방역에 최선을 다 할테니 경제 주체들은 과도한 공포와 불안을 떨쳐내달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에서는 경제침체 우려나 경제활력 제고 필요성을 언급하지 않고,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총력 대응 등 방역에만 메시지를 집중시켰다.
그간 청와대 안팎에서는 감염병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올리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사실상 '코로나19 오염국가'로 낙인찍히는 것과 동시에 일부 대중교통 운행 제한 조치 등으로 경제침체가 가속화 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곳곳에서 감지됐다.
하지만 이단 대구신천지 집단 감염 등으로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현실화되는 등 상황이 급반전하자 더이상 사태를 악화시킬 수 없다는 절박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중앙 정부와 지자체, 방역 당국과 의료진, 나아가 지역 주민과 전 국민이 혼연일체가 돼 총력 대응해야 하는 중차대한 시점"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런 절박감을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