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영남권 물갈이를 거세게 압박했던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이번엔 '수도권' 판갈이에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보수텃밭'(영남권)과 20대 총선에서 참패한 '험지'(수도권) 양쪽에 모두 칼바람이 부는 양상이다.
수도권은 중도 및 전국 선거 표심의 바로미터가 되는 총선 최대 격전지다. 때문에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는 막말, 구태 이미지의 현역 의원들을 더욱 엄중한 잣대로 평가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책임자도 마찬가지다.
공관위의 이러한 방침에 반발 기류도 있다. '컷오프'(공천배제)된 일부 의원들은 무소속 출마, 신당 합류 등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막말, 구태, 국정농단 책임자 등 퇴출…공관위 수도권 물갈이통합당 공관위의 1차 목표인 텃밭 '영남권' 물갈이는 일부 수확을 거둔 상황이다. 자발적 불출마 권유와 면접 일정을 미루는 압박 등을 통해 영남권 불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불출마 의원(25명) 중 부산·경남(PK) 의원은 10명, 대구·경북(TK) 의원은 5명이다.
공관위의 다음 타자는 '수도권'이다. 통합당 공관위는 21일 서울·경기 지역, 22일에는 인천 지역 공천 신청자 면접을 진행했다. 24일은 경기 남은 지역 면접에 착수한다.
그 사이 공관위는 수도권 일부 공천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일단 컷오프 된 현역 의원들은 서울 강남병 이은재(재선), 서초갑 이혜훈(3선), 인천 미추홀갑 홍일표(3선), 미추홀을 윤상현(3선)이며, 경기는 아직 없는 상태다.
이은재, 이혜훈 의원은 '텃밭'인 강남벨트 물갈이와 연결된 것으로 풀이된다. 홍일표 의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이 진행 중이고, 윤상현 의원은 친박 핵심으로 분류된다. 공관위의 수도권 공천 그림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공관위는 수도권 물갈이에 대해 무엇보다 '국민 눈높이'로 평가하겠다고 강조했다. 중도 표심이 달려있는만큼, 더욱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은 23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춘 과감한 공천 혁명만이 살 길이다. 공관위 초심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며 "당선 가능성 보다는 여론조사나 막말, 이미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에서 인지도가 있어 당선 가능성이 높은 현역일지라도, 막말이나 구태 이미지에 해당하면 과감없이 '물갈이'를 하겠다는 얘기다. 아울러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책임에 자유로울 수 없거나, 보수 몰락의 단초가 됐던 20대 공천 파동 책임자도 마찬가지다. 그 상징적 의미로 공관위에선 지역구를 잘 다져놓은 중진이지만,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 컷오프를 지목하고 있다.
통합당의 현재 수도권 의석은 서울 49곳 중 12곳, 인천 13곳 중 6곳, 경기 59곳 중 16곳이다. 이중 공천 확정, 불출마, 험지출마, 컷오프를 제외하고 공천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현역은 △인천 연수구을 민경욱(초선), 부평구갑 정유섭(초선) △경기 안성 김학용(3선), 안산단원구을 박순자(3선), 평택을 유의동(재선), 수원시갑 이찬열(3선), 하남 이현재(재선), 여주시양평군 정병국(5선) 등이다.
이 부위원장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공천을 하면 선거에서 만약 1석을 잃을지언정, 전국 판세에서 10석을 얻는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공관위는 23일 서울 종로구에 황교안 대표를, 구로을에는 김용태 의원(서울 양천을, 3선)을 단수공천했다. 박인숙 의원이 불출마한 송파갑에는 '검사내전'의 저자 김웅 전 검사를 단수공천했고, 김성태 의원이 출마를 포기한 강서을에는 김태우 전 청와대 특감반원을 전략공천했다.
김용태 의원은 비박계, 김웅 전 검사는 새로운보수당 출신이다. '중도' 표심을 고려한 결과로 해석된다.
◇교체 대상 현역 의원 '반격'…구심점, 명분 떨어져공천 윤곽이 어느 정도 드러나자 교체 대상으로 꼽히는 현역 의원들의 반발 기류도 보이고 있다.
우선 컷오프된 이은재 의원이 현역 의원 중 처음으로 '재심'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윤상현 의원은 거취를 고민하고 있다. 기독교인인 이혜훈 의원의 경우 기독당에서 손짓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TK, 친박계가 컷오프될 경우 탈당, 무소속 출마 등 반격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홍문종 의원이 창당하는 친박신당이나 김문수 지사의 애국통일당, 조원진 대표의 우리공화당 등은 '이삭 줍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 상황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관측되며 반발 기류를 보태고 있다. 홍문종 의원은 25일 친박신당 창당 이후 서울구치소를 찾아 박 전 대통령을 면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밖에 TK에서는 '한국경제당' 창당설도 오르내린다.
하지만 이같은 움직임이 얼마나 힘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2008년 친박연대의 경우 차기 권력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구심점으로 TK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2016년 20대 공천 파동 국면에서는 '개혁보수'를 기치로 한 유승민 의원이 무소속 승리를 일으켰다.
이번 반발 기류의 경우 그만한 '구심점'이 없다는 점이 한계로 꼽힌다. 또 반(反) 문재인 정서에 따른 보수통합이 대세이기에, 분열의 명분이 약하다는 점도 지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