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을 탈당해 미래통합당에 입당한 임재훈 의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총선을 앞두고 당적을 바꾼 정치인들을 향한 '철새' 논란은 여전하다. 대표적으로 바른미래당에 있다가 미래통합당(통합당)에 합류한 의원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과거 발언, 정치 행보 등에 반하는 행보를 두고 '자기 부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기준으로 바른미래당에서 통합당으로 입당한 의원은 임재훈(비례대표), 이동섭(비례대표), 김중로 의원(비례대표), 이찬열 의원(3선‧경기 수원시갑) 등 총 4명이다.
임재훈 의원과 이동섭 의원은 지난 18일 바른미래당 의원총회에서 '셀프제명' 방식으로 의원직을 유지한 채 탈당해 한동안 무소속으로 있다가 통합당에 합류했다.
우선 임재훈 의원은 바른미래당 사무총장을 지내며 당권파로 분류된 인사다. 그는 지난해 8월 나경원 당시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 원내대표가 유승민 의원을 지목하며 보수통합을 언급하자 "한 여름밤의 꿈"이라며 "잠꼬대 같은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유승민 당시 바른미래당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 대표를 향해 "플랜 A(탈당)와 B(잔류)를 유 대표와 바른정당계 의원들은 머뭇거리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용단을 내려주길 간곡히 호소한다"며 "그토록 꿈에도 원하는 지구상에서 사라질 '적폐세력' 한국당과의 보수통합을 추진하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보수통합을 비판했지만 결국 통합당 합류를 선택한 셈이다. 임 의원은 반(反) 문재인 연합을 통한 '민생 회복'을 이유로 들었다. 그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민생이 도탄에 빠졌는데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반(反) 문재인 연대가 맞다는 생각이 뒤늦게 들었다"며 "많은 고뇌를 통해 이른 결정이다. 민생을 바로잡는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른미래당 한 관계자는 "사개특위에서 권은희 의원과 사보임 돼 공수처법 관철에 도움을 준 임 의원이 통합당에 간 것이 이해가 잘 안된다"라고 말했다.
이날 같이 입당식을 가진 이동섭 의원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측근 인사다. 그는 사석에서 "나는 안철수의 호위무사"라고 여러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당 창당을 이틀 앞두고 끝내 통합당행을 선택했다. 국민의당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당 창당 과정 중에서도 통합당 염동열 인재영입위원장과 접촉하는 등 입당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지역구 역시 노원을 전략공천을 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지난 21일 통합당 입당 이유에 대해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권한대행 시절부터 줄곧 문재인 정권 심판을 위해 통합 내지 연대해야 한다고 말해왔다"며 "국민의당과 통합당의 연대에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안철수계 한 관계자는 "이동섭 의원의 앞길을 응원한다"고 했지만 씁쓸한 반응을 감추지 않았다.
임재훈, 이동섭 의원부터 먼저 통합당에 입당한 이찬열 의원은 대표적인 손학규계 인사다. 그는 '정권 견제'를 명분으로 들었으나, 손학규 대표 측 지지자들은 "박근혜 탄핵을 열렬히 찬성했고, 유승민에게 꼭두각시 데리고 한국당으로 가라고 외쳤던 이찬열이 그 놈의 뺏지 한 번 더 달겠다고 그 당으로 가겠다는 냄새를 피우는 모습에 토악질이 날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김중로 의원의 경우 안철수계로 분류됐으나, "안철수계로 불리기 싫다"며 선을 그었다.
바른미래당 소속이었다가 탈당해 전진당을 차린 뒤, 보수통합을 통해 통합당에 합류한 이언주 의원도 있다.
미래통합당 이언주 의원. (사진=연합뉴스)
이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으로부터 부산 중구·영도 전략공천을 '약속'받았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놔 논란을 샀다.
당장 이 지역 6선인 김무성 의원이 "지역 표심이 분열될 게 뻔하다. 경선하는 게 옳다"라고 직격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공천 문제는 공관위 소관 사항이고, 불출마하신 분이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것이야말로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퇴출당해야 할 구태의연한 행태"라고 맞받았다.
이와 같은 논쟁도 논란이 됐지만 더 큰 논란거리는 '탄핵' 언급에서 나왔다. 이 의원은 김 의원을 겨냥해 "보수 진영의 분열을 일으키고 문재인 정권 창출에 큰 기여를 하셨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김 의원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보수통합 과정에서 '탄핵' 문제를 더는 거론하지 않기로 한 원칙에 어긋났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의원 자체도 과거 탄핵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는 점에서 '자기 모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그는 탄핵 사태 직전인 지난 2016년 11월 2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를 위한 긴급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탄핵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밖에 이 의원은 과거 페이스북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을 비판했지만 현재는 글을 찾아볼 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진중권 동양대 전 교수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 의원을 향해 "이언주씨는 민주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미래를향한전진-미래통합당으로 당적을 바꾸어 왔다. 이게 단 4년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며 "한 사람의 정치철학이 이렇게 극에서 극으로 바뀐다는 것은 애초에 정치철학이란 게 없었다는 뜻"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