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총리. 사진=연합뉴스
정세균 국무총리는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중국발 전면 입국 금지 주장이 대두되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최우선 가치다"면서도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국 전역(을 거쳐간 외국인)을 대상으로 입국 금지를 확대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정 총리는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참으로 부끄럽기도 하고 송구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대부분의 환자가 후베이성에서 발생하고 있어서 해당 성 여권 소지자는 입국을 금지시켰다"며면서 "비자 발급을 까다롭게 하고 특별입국절차를 시행하는 등 위험스러운 유입을 차단하는 노력을 통해 중국인 입국자 수를 80% 정도 줄였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은 중국과 가장 인접해 있고 수출의 25%를 중국에 하며, 수입의 20%를 중국에 의존한다"며 "연간 1천만명의 인원이 오고 가는데, 경제적인 교류도 고려를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실효적으로는 80% 정도의 출입국자를 이미 통제하고 있고, 완전히 국경을 봉쇄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중국에서의 입국자는 최소화했다고 본다"며 "우리가 어떤 조치를 취하면 상호주의가 작동하기 때문에 이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중국을 겁낸다거나 하는 것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 여론이 중국인이나 유학생에 대한 '혐오'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는 데 대해서는 "우리 학생들이 중국에 나가서 공부하는 경우도 많은데, 중국에서 제대로 된 보살핌과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할 것이다"며 "외교엔 상호주의가 있는데, 내 입장만 생각 말고 함께 생각하는 균형 감각도 필요한 것 같다. 보호하고 함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이 자리에 배석한 교육부 박백범 차관도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이미 시도지사에게 부탁드려 서로간 갈등이나 오해가 없게 해주십사 말씀드렸다"며 "유학생들의 경우 비자 발급 전에도 검진을 받고 출국 전에 또 체크하고 입국하면서 체크하고 입국하면 대학에서도 체크한다. 중국 유학생들은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스라엘 등 해외 각국에서 한국을 거친 외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현지에 체류하는 한국인들을 격리하고 있다고 알려진 데 대해 외교부 조세영 1차관은 "다양한 영사 조력을 현지에서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차관은 이 기자간담회에 배석한 자리에서 "이스라엘이 우리 국민을 격리 조치한 바는 없는 것으로 알지만, 인근 국가로 나가서 그 곳에서 귀국하는 방법 등에 대해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며 "공항에 직접 나가서 교민들에게 조력을 제공한다든지, 음료나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편의도 제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코로나19 대응 조치로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금지한 국가는 △이스라엘 △바레인 △요르단 △키리바시 △사모아 △미국령 사모아 등 6개국이다. 입국 절차를 강화한 국가도 △브루나이 △영국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마카오 △오만 △에티오피아 △우간다 △카타르 등 9개국에 이른다.
앞서 지난 22일 저녁 이스라엘 정부는 한국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로 향하는 대한항공 KE957편을 타고 온 외국인들의 입국을 금지시켰다. 23일에는 이스라엘 보건부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14일 동안 한국과 일본에서 머무른 적이 있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을 여행하고 있다는 익명의 한국인 관광객은 24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관광 일정이 이미 취소된 채 사실상 호텔 내 격리 상태라고 얘기하기도 했다.
더욱이 이날 주이스라엘 한국 대사관은 홈페이지에 업로드한 긴급 공지를 통해 "이스라엘 정부가 빠르고 안전한 방법으로 귀국할 수 있도록 특별 전세기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당국이 자국 내에 체류하는 한국인들에게 아예 고국으로 돌아가라고 한 셈이다.
조 차관은 이러한 외국 정부들의 조치에 대해 "'심각'단계 상향을 결정한 이후 모든 해외 공관에 전문을 보내 우리 정부의 조치 내용과 배경, 능력 그리고 조기 수습 의지를 설명하며 과도한 조치를 취하지 않게 해 달라는 입장을 전달하라고 지시했다"며 "내일(25일) 외교부에 서울 각국 대사관을 모두 모아서 우리 정부의 조치 내용과 협조 당부 등을 다시 한 번 설명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