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경기도 과천시 모 쇼핑센터 4층에 있는 이단 신천지 부속기관에서 경기도 역학조사 관계자들이 이단 신천지 시설에 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강제 역학조사 차원에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신천지가 여기만 있는 게 아니야. 저쪽 건물에도 있다니까. 다 조사해야 해"
25일 경기도가 신천지 과천총회본부에서 진행한 긴급 강제 역학조사 현장을 지켜보던 한 시민이 현장을 향해 던진 말이다.
경기도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경기 과천시 별양동에 위치한 신천지 과천총회본부에 대한 긴급 강제역학조사를 벌였다. 자체 역학조사 과정에서 지난 16일 이곳에서 신천지 신도 1만명이 모여 집회를 연 사실이 확인되자 당시 참석자 명단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 "신천지, 여기 숨어 있었다니"…시민들 불안감 호소역학조사 현장을 지켜본 시민들은 간판조차 없는 신천지 시설을 가리키며 "여기 숨어 있었다"고 표현하는 등 신천지 집단의 폐쇄성을 언급하며 불안함을 토로했다.
과천집회는 대구 집단감염 원인으로 지목된 대구집회와 유사한 규모의 대형 집체행사였다. 이 행사 참석자 중 서울 서초구와 경기 안양시 거주자 2명이 최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복수의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이 집회의 출석 신도를 방역하지 않으면 자칫 제2의 대구 신천지 사태가 경기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중한 상황"이라고 긴급 역학조사 배경을 설명했다.
신천지 측이 제출한 자료에 대한 불신도 있었다. 최근 신천지 측이 경기도에 밝힌 대구집회에 참석한 경기도 거주자는 20명에 불과했는데, 해당 명단에는 없지만 이 집회에 참여한 경기도 거주민이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이날 역학조사 현장에는 역학조사관 2명과 일반공무원 25명 등 30여명이 투입됐다. 또 만일의 사태를 대비한 경찰과 소방대원 등 150여명이 배치됐다.
이 건물에는 20여개의 상점들이 입점해 있다. 경찰들이 건물 입구를 모두 막고 출입을 통제했지만 이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는 상인들은 없었다. 상인들은 며칠 전 이곳에서 대규모 신천지 집회가 열렸다는 사실에 더욱 불안감을 호소했다.
건물 내 한 상인은 "이곳에서 열린 신천지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뉴스를 봤다"며 "마스크를 쓰고 매번 손을 씻고 있지만 혹시 나도 감염되는 건 아닌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25일 경기도 과천시 모 쇼핑센터 4층에 있는 이단 신천지 부속기관의 모습. 경기도는 이단 신천지 부속시설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역학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사진=이한형 기자)
◇ "신천지 측 의도적 시간끌기…자료 폐기 가능성 배제 못해"역학조사 초반에는 신천지 측의 반발하면서 팽팽한 긴장감도 감돌았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신천지 측이 '신자들 개인정보의 보안을 담보할 수 있느냐'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최대한 시간을 끌었다"며 "그 사이 신자 명단 등이 담긴 자료를 지우거나 폐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사는 대체로 협조적으로 진행됐지만 본부 내 PC가 50대가 넘는 등 방대한 자료로 인해 이날 조사 시간은 6시간을 훌쩍 넘겼다. 이번 조사를 지휘한 김재훈 도 보건건강국장은 "조사 초반에 약간 문제가 있었다"며 "포렌식 조사와 함께 명단 원본가 자료를 일일이 대조하면서 조사가 오래 걸렸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3시쯤 역학조사 현장을 방문한 이 지사 역시 현재 상황을 '전쟁'이라고 묘사하며 "명단을 확보할 때까지 철수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도는 신천지 관계자 20여명이 배석한 가운데 모든 PC에 대해 디지털포렌식 조사를 진행했다. 도는 명단을 확보하는 즉시 이를 바탕으로 출석 신도들에 대한 격리 및 감염검사 등을 신속히 진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