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었던 무관중 첫 배구 경기, 산탄젤로(삼성화재)는 135분 동안 공을 만지지 못했다.
25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9-2020 V-리그 무관중 첫 경기에서 삼성화재가 한국전력을 세트스코어 3-2로 꺾고 '봄 배구' 마지막 희망을 이어갔다.
주연배우는 삼성화재 박철우(35)였다. 박철우는 이날 63.82%의 높은 공격 성공률로 36득점을 쏟아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36득점은 이번 시즌 개인 최고 기록이다.
박철우가 날수록 고민이 깊어지는 선수가 있다. 바로 외국인 공격수 안드레아 산탄젤로다. 이날 산탄젤로의 자리는 코트 밖이었다. 2시간 15분의 풀세트 접전 내내 산탄젤로는 대기 선수들 맨 뒤에 홀로 서서 박철우의 활약을 지켜봐야만 했다.
무관중 첫 경기에서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보고 있는 삼성화재 산탄젤로 선수 (사진=박기묵 기자)
타 구단의 외국인 선수는 공격을 주도하며 경기의 중심에 있다. 올 시즌 남자부 특점 기록을 살펴보면 1위 비예나(756점·대한항공), 2위 가빈(668점·한국전력), 3위 펠리페(629점·우리카드), 4위 다우디(480점·현대카드), 5위 나경복(474점·우리카드), 6위 레오(458점·OK저축은행) 순으로 상위권은 외국인 공격수가 차지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의 마테우스가 305득점으로 14위로 낮은 모습을 보이지만 여기에는 사연이 있다. 마테우스는 V리그 4라운드인 지난 1월 23일 경기에 합류했다. 1달이 조금 넘는 기간에 305득점을 한 것은 오히려 엄청난 기록인 셈이다.
반면 시즌 시작부터 함께했던 산탄젤로는 291득점으로 전체 16위다. 같은 팀 박철우는 429득점으로 8위로 현재 팀에서 산탄젤로가 서 있는 위치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산탄젤로는 조셉 노먼의 대체 선수로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다. 26살인 그는 좀처럼 삼성화재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종아리 부상이다.
2019-2020시즌 개막 직전 발목부상으로 고생했던 산탄젤로는 종아리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이 겹쳐지며 좀처럼 출전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출전하면 곧잘 경기를 풀어가지만 경기 중간 통증이 올라와 문제가 생기는 상황이다. 거기에 토종 공격수 박철우와 포지션이 겹치면서 입지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날 산탄젤로는 5세트 모두를 맨 뒤에 홀로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사진=박기묵 기자)
삼성화재 신진식 감독의 고민도 깊어진다. 신진식 감독은 26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조금만 무리해도 종아리 통증을 느껴서 선발 투입이 쉽지 않다"고 고민을 털어놓았다. 신 감독은 "중요할 때 박철우 선수가 안 되면 산탄젤로를 투입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은 상태다"며 "현재로서는 박철우를 주전으로 하고 산탄젤로를 위급할 때 교체하는 수준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감독도 고민이지만 산탄젤로 본인도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신 감독은 "산탄젤로가 어리다 보니까 동료들 눈치를 많이 보는 게 있다"며 "자기 역할을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고민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럴 때마다 신 감독은 "눈치 보지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면 된다며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그는 이제 마지막 6라운드에 돌입했다. 리그 5위(승점 41)인 삼성화재가 봄 배구에 가기 위해서는 3위 현대캐피탈(승점 53)과 격차를 어떻게든 줄여야 한다. 외인 공격수 산탄젤로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