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코스닥 상장사였던 씨모텍의 주가조작 사건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들이 당시 투자를 주관한 상장사를 상대로 낸 증권 집단소송에서 최종 승소했다. 2005년 증권 집단소송이 도입된 후 대법원이 본안을 판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7일 씨모텍 투자자 이모씨 등 186명이 DB금융투자를 상대로 낸 증권 관련 집단소송에서 이씨 등에게 약 14억5000여만원을 지급하도록 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증권 관련 집단소송은 주가조작이나 분식회계 허위 공시 등으로 투자자가 피해를 본 경우 한 사람이 소송을 제기해 이기면 같은 피해를 본 나머지 투자자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아도 같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에 따라 이번 사건의 원고를 포함해 같은 피해를 본 투자자 총 4972명에게 확정판결의 효력이 미치게 된다.
대법원은 "DB금융투자는 씨모텍 유상증자에 대표주관사 겸 증권인수인으로 참여하면서 실제로는 씨모텍 최대주주의 자본금 변동이 없었음에도 차입금이 자본금으로 전환된 것으로 '거짓기재' 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DB금융투자가 증권인수인으로서 합리적으로 조사를 하고 그러한 내용이 거짓 기재가 아니라고 믿었다는 근거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면책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씨 등 원고들은 2011년 1월 씨모텍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을 취득했다. 그러나 유상증자 이후 씨모텍 대표의 횡령·배임, 주가조작 등이 발생하면서 같은 해 9월 최종 상장폐지 됐다. 이에 유상증자 당시 대표주관사 겸 증권인수인인 DB투자증권에 대해 손해를 배상하라며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DB투자증권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책임 비율을 10%로 제한해 원고들이 당초 청구한 금액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 됐다. 재판부는 "주식가격의 변동요인은 매우 다양해 특정 요인이 언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할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증권신고서 거짓기재 외에도 손실이 발생할 대까지 씨모텍이나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증권 집단소송은 법원에서 소송 허가를 받고 나서야 본안 소송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6심제로 불린다. 이에 이번 대법원 판단이 나오기까지도 9년이 걸렸다.
기존에도 수년간의 증권 집단소송을 통해 투자자 피해가 인정된 사례가 있지만 1·2심 판결이 항소 없이 확정된 경우여서 대법원 본안 판단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