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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문 안 여는 게 나아"…텅빈 거리에 상인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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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라리 문 안 여는 게 나아"…텅빈 거리에 상인 '시름'

    지난 27일 오후 서울 인사동. 평소 관광객으로 가득한 거리가 코로나19 여파로 한산하다. (사진=장성주 기자)

     

    "장사가 아무리 안 돼도 하루 10 테이블이었는데, 지금은 10 테이블만 됐으면 좋겠어요. 10 테이블만 돼도 살겠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종로3가의 보쌈 골목. 장사 준비를 하는 상인은 굽은 허리를 펴지 못한 채 손길을 분주하게 움직였다.

    하루에 손님은 2~3 테이블. 아예 없는 날도 많지만 문을 닫는다고 마땅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라서 상인은 오늘도 일을 시작했다.

    "원래 저녁 8시만 되면 골목에 사람이 들끓었는데 지금은 사람이 아예 안 다녀요. 어제는 지인 생일이라고 해서 다른 곳에 가지 말고 일부러 오라고 해서 한 테이블, 단골 한 테이블."

    코로나19가 시작된 것은 지난 1월 말. 한 달이 훌쩍 지나면서 월세를 내야 하는 상인의 얼굴에 시름이 가득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보다 더 심해요. 지금 월세 걱정을 하고 있으니까요. 하루에 매상이 몇 만원이라 매일 통장 정리하러 가던 은행에 들어가기가 싫다니까요. 건물 주인한테 통장 사진 찍어서 너무 힘들다고 말 해 보려구요."

    이러한 사정은 종로뿐만이 아니다. 평소 관광객으로 북적거리던 인사동 거리도 한산했다.

    거리를 지나는 행인은 문을 연 악세사리 가게에 눈길도 돌리지 않았다. 가야할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바빴다.

    서울 노량진 컵밥거리에 문을 연 컵밥 가게가 손에 꼽힐 정도다. (사진=장성주 기자)

     

    평소 고시생으로 활기가 넘치던 노량진은 학원 휴업으로 직격탄을 입었다.

    저렴하고 다양한 메뉴로 인기가 높은 컵밥도 팔리지 않았다. 거리에 늘어선 컵밥집 30여개 가운데 문을 연 곳은 다섯 손가락을 채우지 못했다.

    "장사가 잘 될 때는 거의 다 문을 열어요. 메르스 때도 거의 다 열었거든요. 그 때는 평소랑 매출 차이가 났을뿐이지 지금처럼 바닥은 아니였어요. 학원도 다 쉬고 일반 손님도 없으니까 차라리 안 여는 게 낫죠."

    오전 8시 30분부터 오전 2시간 동안 팔린 컵밥은 6개. 식재료 값도 안 나오는 상황이라고 한다.

    이 상인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가게 문을 열었지만, "솔직히 저도 불안하고 무섭다"며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 가능성에 걱정이 가득했다. 그는 마스크의 매무새를 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저희는 임대료가 아니라 1년에 한 번씩 도로점유세를 내거든요. 거의 3월에 고지서가 나오거든요. 지금 그것도 못 낼 것 같아요."

    코로나19로 이같이 소비심리가 위축된 것은 지표로도 드러난다.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보다 7.3포인트 떨어진 96.9로 나타났다. 이 같은 하락폭은 글로벌 금융위기(-12.7)와 후쿠시마 원전사고(-11.1)에 이어 세 번째로 크다. 2015년 6월 메르스와 같은 수준이다.

    특히 이번 조사는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크게 늘어나기 전인 10~17일에 집계된 것이라 다음달 소비심리가 더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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