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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 남북 보건 협력 계기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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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사태, 남북 보건 협력 계기될 수 있을까?

    전문가들 "남북 신뢰 문제, 감염병 특성상 쉽지 않지만, 실마리 찾을 수도"

    한국개발연구원 로고 (사진=한국개발연구원 제공)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3일 '코로나19, 북한의 보건 인프라, 그리고 새로운 남북 보건 협력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북한경제연구협의회를 열었다.

    이석 KDI 선임연구위원 사회로 진행된 이날 협의회는 한양대 의대 예방의학과 신영전 교수와 고려대 공공정책연구소 최정훈 연구교수 등이 참석했다.

    KDI는 28일 발간한 '북한경제리뷰' 2월호를 통해 협의회 주요 내용을 전했다.

    북한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마자 즉각 국경을 폐쇄하는 초강력 대응에 나섰다.

    '지금까지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은 없다'는 게 북한 입장이지만, 국제 사회는 그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KDI 협의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북한 당국이 코로나19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역량이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신영전 교수는 "북한은 코로나19 진단에 필요한 다량의 검사 키트가 없다"며 "확진자 발생을 숨기는 게 아니라 발견할 수 없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정훈 교수 역시 "북한이 공식 보도로 '확진자가 없다'고 한 것은 확진자를 판별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신 교수와 의견을 같이했다.

    신 교수는 북한이 중국과 교역을 하기 때문에 당연히 북한에 코로나19 감염자가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감염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대처 방법은 유사 임상 증상자를 격리하는 것뿐이다.

    유증상자 음성 판정도 할 수 없으니 격리 기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신 교수는 "북한이 최근 잠복기를 24일로 재규정하고 격리 기간을 30일로 늘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장기간의 격리는 북한 주민에게 또 다른 생존 위협으로 작용한다.

    북한 의사 출신인 최정훈 교수는 "격리되는 북한 주민은 집안에서 자연 치유를 기다리거나, '굶어 죽기를 기다리거나'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고 말했다.

    최정훈 교수는 2006~7년 대규모 홍역 사태 때 '격리 주민들에게 식량을 보장하라'는 김정일 전 위원장 지시가 있었지만, 현물이 없어 실행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당시 격리 대상 주민들이 도주하는 과정이 6개월 이상 지속됐다고 한다.

    결국 이번 코로나19 사태에 직면해서도 북한의 사실상 유일한 대처 방안인 주민 격리가 전혀 실효를 거둘 수 없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기간의 국경 폐쇄와 주민 격리는 국제 사회의 제재 탓에 가뜩이나 피폐한 북한 경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이 남한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을까?

    신영전 교수는 "북한이 적극적으로 나올 것 같지 않다"고 예상했다.

    그 근거의 하나로 신 교수는 코로나19가 '사람 대 사람' 감염병이라는 점을 들었다.

    말라리아나 조류인플루엔자(AI)처럼 병원체가 국경을 넘나들면 남북 동시 방역이 절실하지만, 코로나19는 일방적인 국경 차단 등으로 일단 방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신 교수는 "북한은 남한에 신뢰를 갖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2018년 9월 '평양선언'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감염병 정보 교환과 함께 '타미플루' 제공을 약속했는데 이를 지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 주도의 경제제재를 타미플루 제공 불발 이유로 든 신 교수는 "그런 경험 때문에 북한은 남한에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최정훈 교수는 "'핵 지위를 내세우는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면서 북한이 최근 보건의료 차원에서도 인도주의적 지원에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적인 지원보다는 합영 또는 합작을 통해 서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안을 제대로 추구하자는 것인데 대북제재로 인해 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북한이 가장 중요시하는 게 자존심"이라며 "자존심 문제로 인해 남한에 협력 요청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최 교수는 "북한이 '피돌린산코겔' 같은 면역력 증진 약제를 개발한 걸 남한이 평가하며 협력을 제안하면 북한이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돌린산코겔은 북한이 코로나19 예방·치료와 관련해 개발했다고 발표한 인삼추출물 기반의 젤 형태 약제다.

    북한 측은 "코에 바르면 코로 들어가는 바이러스를 비활성화한다"고 밝혔는데 일단 피돌린산코겔이 면역력을 높인다는 실험 결과는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신영전 교수는 타미플루 전달 실패 사례에 비춰 "남북 정상 간 감염병 관련 약속을 성공적으로 이행하는 선례를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설득을 전제로 신 교수는 "개성 검역소와 신의주처럼 중국과 맞닿은 지역 검역소를 확대·강화하는 등 실질적인 지원이 있어야 북한도 반응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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