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입국 금지 조치로 발이 묶였던 한국인 관광객들이 지난달 25일 이스라엘 측이 지원한 전세기를 통해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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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과 함께 한국발 여행객의 입국을 제한하는 나라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이런 추세가 언제쯤 꺾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인이 세계 곳곳에서 문전박대 당하면서 국격이 실추되는 것은 물론 비즈니스 출장도 제한 받는 등 실질적 타격이 현실화되면서다.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에 따르면 1일 오전 10시 현재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제한하는 나라(지역)는 89곳으로 전날 오후 6시 집계(76곳)와 비교해도 13곳이나 늘어났다.
이는 유엔 회원국(193개) 대비 46%를 차지하며, 중국 본토에 속한 홍콩과 마카오, 11개 지방정부를 1개 단위로 계산해도 40%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입국제한 조치를 겪고 있지만 앞으로도 더 늘어날 여지는 충분하다.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라 할 만큼 확산되면서 각국의 불안감과 경계심리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한국발 입국제한 조치가 확대된 것은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리고 확진자 숫자도 급증한 시점이다.
따라서 국내 확진 추세가 안정세로 돌아서고 위기 경보가 하향 조정되기 전에는 당분간 입국제한 완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객관적인 전망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미국과 서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아직은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6개 나라 중에는 일본, 영국, 멕시코, 터키, 라트비아, 아이슬란드 등 6개국만 한국발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소규모 국가나 방역 역량이 취약한 국가, 자력으로 (코로나19를) 통제하기 어려운 나라들이 선제적으로 하고 있다”고 현황을 설명했다.
따라서 정부는 일단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입국 제한을 강화하는 것을 예방하는 쪽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29일(현지시간) 대구 지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최고 단계(여행금지)로 높임에 따라 추가 조치 여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교부는 강경화 장관이 1일 국무부 내 코로나19 사령탑인 스티븐 비건 부장관에게 급히 전화를 걸어 과도한 조치를 자제해줄 것을 강력 요청하는 등 대미 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행 항공기 탑승 전 발열검사가 미국 측으로부터 ‘코리아 모델’로 불리는 등 높이 평가되는 점을 감안해 관련 조치를 확대,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정부는 또,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 것은 검사 건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란 사실에 초점을 맞춰 설득 논리를 펴고 있다.
우리나라는 1일 현재 인구 비례로 볼 때 570명당 1명꼴인 9만 3천여명의 환자를 검사 완료했다. 이는 미국(74만명당 1명), 일본(6만명당 1명)의 사례에 비춰 봐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속도다.
정부는 주요 국가들의 입국제한 예방 작업과 함께 중국과 베트남 등 주요 교역국들이 이미 취한 조치들을 완화하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11개 지방정부(省·市)의 입국제한 유형이 조금씩 다르다는 점에 착안해 가능한 가장 유리한 쪽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헤이룽장(黑龍江) 성의 경우 한국발 입국자를 14일 간 모두 강제 격리하는 반면, 상하이(上海) 시는 발열자가 없을 경우 출발지가 대구·경북이 아니면 자체 건강관리를 조건으로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상하이처럼 융통성 있게 하는 곳은 일찍 개방되고 외국과 경제교류가 활발한 곳”이라며 “이런 유형들을 종합해서 우리가 먼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중국 측에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부가 이날 주한 베트남 대사를 초치해 우리 국적기의 현지 공항 착륙을 사실상 금지한 것에 엄중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편 우즈베키스탄이 이달부터 우리나라와의 직항편을 주 13회에서 1회로 줄였지만 이는 그나마 한국을 고려한 조치라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자체 방역정책의 일환으로 중국, 이탈리아, 이란과의 항공편은 전면 중단했지만 한국과는 특별한 관계를 고려해 1편을 유지하도록 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