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흥사단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저지와 정치개혁완수를 위한 정치개혁연합(가칭) 창당 제안' 기자회견에서 류종열 전 흥사단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자료사진)
진보 시민단체들의 비례대표용 선거연합 정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참여하자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아 가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 정의당 등의 반대를 설득하고 명분을 확보하느냐다.
진보성향의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비례대표용 선거연합당 '정치개혁연합'(가칭)은 3일 오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창당준비위원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본격적인 창당 작업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이들은 민주당과 정의당, 민생당, 민중당, 녹색당, 미래당 등 범진보 진영의 모든 정당에 비례대표 정당 창당에 참여해달라고 요청해놓은 상태다.
미래통합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어 국회 제1당을 노리려는 구상에 맞서 진보 진영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논리다.
민주당은 아직 공식적으로 참여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내부 논의에서 점차 참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의석 독식을 막기 위해서는 이 방법 밖에 없다"며 "대기업(미래한국당)이 골목상권(소수정당)을 침해하게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아직 최고위에서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참여하는 방향으로 생각하는 의원들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부 반대의 목소리도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민주당은 옳은 길로 가야 한다. 우리는 이익이 아니라 정의를 추구하는 사람들의 당"이라며 "오직 국민을 믿고 뚜벅뚜벅 걸어가자"고 반대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해영 의원도 지난달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혁을 추진해 왔고 그동안 미래통합당의 비례용 위성정당 창당을 강력히 규탄해 왔다"며 "이런 행보를 해 온 우리 민주당에서 위성정당을 만드는 건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최종 결단을 결국 이해찬 대표의 몫이다. 이 대표는 당내 여러 의견을 청취하면서 최종 고심을 하고 있다. 이르면 이번주 안에는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선거연합당에 참여하게 된다면, 민주당 비례대표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우상호 의원)에서 비례대표 후보자를 어느 정도 추린 뒤 선거연합당으로 보내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자력으로 얻을 수 있는 비례대표 의석을 '7+α'로 보기 때문에 비례대표 후보자를 최소 7명에서 최대 20명 정도를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에서 완전히 비례대표 후보자를 내지 않고 선거연합당에도 참여하지 말자고 제안한 최재성 의원의 안은 당내에서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미 일부 영입인재들이 비례대표 후보자로 선정이 된 데다, 비례대표 후보자 지원자만 130명이 지원해 면접 등을 보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또 민주당에서도 장애인과 여성, 청년, 이주민 등 소수약자를 원내로 진입시키기 위한 방안은 비례대표 외에 별다른 방도가 없다.
다만, 변수는 여전히 살아 있다. 정의당이 선거연합당 참여를 거부하면서 동시에 민주당마저 공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3일 의원총회에서 "언젠가 사라져야 할 최악의 제1야당이 꼼수를 부린다고 해서, 똑같이 꼼수로 대응해서는 우리 정치의 희망이 없다"며 "국민을 믿고 당당히 진보개혁의 길을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당의 반발은 정치개혁연합에서 추진하는 선거연합당 창당의 명분에 타격을 준다.
선거연합당 역시 꼼수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지만, 그나마 미래한국당의 꼼수에 맞서 고육지책으로 추진되는 것을 핵심 명분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진보 진영의 핵심 축인 정의당에서 선거연합당에 불참하면서 동시에 민주당의 참여를 꼼수라고 비판할 경우, 민주당도 참여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정의당에서 선거연합당에 참여하지 않으면, 민주당에서도 참여할 명분이 약해진다"며 "정의당에서 끝까지 참여하지 않으면, 우리당도 그냥 독자노선을 가야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서는 선거연합당에서의 민주당 비례대표 몫을 7석보다 낮게 잡거나 비례대표 순번을 후순번으로 정해, 민주당이 양보하는 모양새를 만들어 정의당을 끌어들이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정치개혁연합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범진보 진영의 모든 정당에 참여를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고, 다양한 채널에서 대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정의당도 꼭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