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TK공천 후보자 화상면접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미래통합당 내부에서 4·15 총선 공천에 반발하는 기류가 점차 커지고 있다. 겉보기엔 잠잠하지만 지역구 낙천자를 중심으로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컷오프(공천 배제)' 대상으로 지목되는 친박계 현역 의원들의 무소속 출마 조짐에 이어 청년 후보들 사이에서 표출되는 불만도 심상치 않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 등 특정인과 가까운 몇몇 후보들이 당 우세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에 배치되면서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는 모습이다.
◇ '퓨처메이커' 후보들, 공관위에 재고요청통합당 청년최고위원을 맡고 있는 신보라 의원(초선·비례대표)은 최근 당 공천관리위원회에 비공개 의견서를 제출했다. 청년끼리 경쟁을 붙여 특정 지역을 공천하겠다는 이른바 '퓨처 메이커(Future Maker)' 시스템에 재고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청년 전격 배치 방침은 동의하지만 자체 경선은 청년들에게 더 큰 상처와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며 "경선 방식보다는 공관위가 심사해서 우선 추천하는 방식을 택해달라고 요청드렸다"고 말했다.
앞서 공관위는 지난 1일 공천에서 탈락한 청년 16명을 다시 심사해 수도권 지역구 8곳에 집중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일종의 패자부활전인 셈이다. 신 의원과 전 자유한국당 당협위원장과 기초의원, 청년 영입인재 등이 후보로 올랐다.
주어진 지역구는 경기 수원정, 경기 광명을, 경기 의왕과천, 경기 남양주을, 경기 용인을, 경기 화성을, 경기 파주갑, 경기 깁포갑 등 8곳이다. 모두 지난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곳이다.
그러자 퓨처메이커 후보를 비롯한 당내 청년들 사이에선 정치신인을 당선이 어려운 '사지'로 밀어넣는 게 아니냐는 푸념이 나온다. 후보 가운데 상당수는 신 의원과 마찬가지로 경선 방식을 다시 검토해달라는 입장을 3일 공관위에 전했다.
한 후보는 "당장은 공천에 여지가 남아 있으니 목줄이 잡혀 공개적으로 문제제기 하긴 어려운 분위기"라면서도 "이렇게 갑자기 새로운 지역에서 동료에게 칼을 겨눠야 하는 상황을 부당하게 받아들인다"라고 말했다.
◇ "자기 사람 살리려…납득 안 돼"반면 공천이 확정된 몇몇 우세 지역 후보자와 공관위원들과의 개인적 인연이 당 안팎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먼저 최근 공관위가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을 해당 의원이 신청한 곳 대신 다른 현역 의원이 버티던 주변 지역에 전략 배치한 사례가 거론된다. 해당 의원 지역에 김형오 위원장 측근으로 분류됐던 인사가 공천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통합당의 한 의원은 "납득이 잘 되지 않는 사례"라며 "김 위원장이 자기 사람 살리기 위해 이기는 선거가 아닌 지는 공천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 강남권에서도 뒷말이 무성하다.
강남을 지역 공천을 받은 최홍 후보의 경우 지난 2012년 김 위원장이 부산 영도에서 불출마할 당시 후계자로 영입하려 했던 인물이었던 것으로 과거 지역신문 보도를 통해 전해진다. 다만 최 후보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공관위 자체 영입인재 태영호(주민등록상 이름 태구민) 후보는 강남갑 지역에 공천을 확정 지었지만 공천 신청 서류도 아직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내에선 '밀어주기' 과정에서 절차적 정당성이 지켜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 위원장이 부산 중구·영도 지역에 이언주 의원 전략공천 가능성을 내비친 뒤에는 김 위원장과 김무성 전 대표 간 해묵은 갈등도 다시 거론되는 형국이다.
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에서 미래통합당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 TK공천 후보자 화상면접을 진행하고 있다.(이날 공천관리위는 대구·경북 지역 공천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화상 면접을 실시하고 본회의에 참석해야 하는 현역 의원에 대해서는 대면 면접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사진=윤창원 기자)
◇ 진짜 난관은 향후 TK 공천공관위는 이런 의심을 공천 탈락자의 과도한 '프레임' 짓기에 비롯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관위 관계자는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공정하고 엄격하게 평가하고 있다"며 "북한 외교관 출신 태영호 후보는 형평성 논란으로 재단해서 비교할 만한 수준이 아닌 상징적 인물이고 다른 후보들도 지역 경쟁력 등을 따졌을 뿐"이라며 일각의 주장을 반박했다.
청년들에게 주어진 퓨처메이커 기회도 그렇게 불리하다고만 볼 수 없다는 반론도 공관위 안팎에서 제기된다. 해당 지역구 대부분이 2기 신도시가 위치한 곳으로 젊은 층 인구 유입이 대폭 늘었다는 점에서 청년들도 '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이석연 공관위 부위원장은 "새로운 것을 시행하면 저항과 반론이 나오기 마련"이라며 "사지라고 볼 수 없다. 참여하겠다는 당사자들의 동의를 모두 받고 진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공관위원은 "청년 인재들을 산발적으로 퍼뜨리지 않고 수도권 지역에 여럿이 뭉쳐 '벨트'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계파나 인맥 등이 공천에 영향을 끼친다는 논란은 향후 가장 큰 과제인 대구·경북(TK) 지역 심사에서 화두가 될 수 있다. 이 지역 후보들은 벌써부터 "원칙 있는 공천이 돼야 결과에 수용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