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테니스 대표팀 정윤성(사진)은 오는 6, 7일(현지 시간) 이탈리아와 데이비스컵 원정 예선에서 깜짝 카드로 활약할 가능성이 적잖다.(칼리아리=대한테니스협회)
오는 6, 7일(현지 시간) 세계남자테니스선수권대회(이하 데이비스컵) 이탈리아와 원정 예선에 나선 한국 대표팀. 이번 예선에서 승리하면 남자 테니스 대표팀은 2008년 이후 12년 만에 데이비스컵 본선 진출을 이룬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만만치 않은 상대다. 남자 단식 세계 랭킹 11위 파비오 포그니니를 비롯해 로렌조 소네고(46위), 지안루카 마거(79위), 스테파노 트라발리아(86위) 등이 버티고 있다.
이에 맞서는 한국은 남지성(세종시청)이 가장 높은 랭킹으로 238위다. 이덕희(현대자동차·서울시청)가 251위, 정윤성(CJ제일제당·의정부시청)이 333위로 이탈리아에 비해 크게 처진다.
때문에 버거운 상대에 맞선 최상의 조합이 필요하다.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단식 4경기, 복식 1경기에 대해 어떻게 대진표를 짜느냐가 중요하다. 오는 5일 대진표 추첨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이번 예선은 6일 단식 2경기가 열리고, 7일 복식 1경기와 나머지 단식 2경기가 펼쳐진다. 3승을 먼저 따내는 팀이 오는 11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상위 18개 국가가 펼치는 데이비스컵 본선에 진출한다.
당초 대표팀은 이덕희가 첫날 단식에서 소네고와 맞붙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주까지 이덕희가 대표팀에서 가장 높은 235위로 대진 규정상 상대 두 번째 상위 랭커와 격돌하는 모양새였다. 이덕희는 2018년 프랑스오픈 예선에서 소네고를 2 대 0으로 누른 바 있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 2일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남지성이 이덕희보다 높은 순위에 위치하게 됐다. 이럴 경우 대표팀이 남지성-이덕희 카드를 첫날 단식 주자로 내보내면 소네고-포그니니와 각각 대결하게 된다.
정희성 대표팀 감독(부천시청)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정 감독은 "아직 누가 나가게 될지 정하지 않았다"면서 "다만 첫날 단식 대진이 복잡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남지성과 이덕희, 정윤성 등 최상의 카드를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남지성의 랭킹이 가장 높지만 송민규(KDB산업은행)와 복식에 전념할 수 있도록 단식에서 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체력적인 안배 차원이다. 이럴 경우 이덕희와 정윤성이 단식에 나선다.
한국-이탈리아의 데이비스컵 예선이 열리는 칼리아리테니스클럽은 클레이코트에 뿌연 흙먼지가 날릴 만큼 강한 바람이 자주 분다. 사진은 대회 관계자가 코트에 물을 뿌리는 모습.(칼리아리=대한테니스협회)
여기에 단식 주자로 이덕희 대신 정윤성을 넣는 방안도 배제할 수 없다. 랭킹은 낮지만 정윤성은 지난주 터키에서 열린 퓨처스 대회에서 클레이코트를 경험했다. 이번 예선은 칼리아리테니스클럽 레드 클레이코트에서 펼쳐진다. 정윤성은 "일주일 정도 클레이코트에서 미리 적응을 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번 예선은 클레이코트가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표팀 선수들은 대부분 그동안 하드코트에서 실전과 훈련을 소화해 클레이코트 경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까닭이다.
특히 칼리아리는 제주도처럼 이탈리아 본토에서 떨어진 섬으로 바다에서 강하게 바람이 분다. 선수들이 훈련을 하는 도중에도 흙먼지가 휘날려 애를 먹었다.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칠 요소다.
정윤성이 클레이코트를 미리 겪은 만큼 이덕희 대신 전격적으로 첫날 단식에 나설 수 있다. 정 감독은 "세계 랭킹 200~300위권인 만큼 현재 컨디션이 누가 가장 나은지에 따라 단식 대진이 결정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과연 대표팀이 이탈리아 대첩을 위한 필승 조합을 찾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