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이단신천지 본부에 대한 행정조사에 나서며 신도 전수 명단의 정확도를 검증하기로 했다.
하지만, 신천지 신도였던 31번 확진자가 발견된 지 2주가 지난 시점에 정부의 대응 역량을 신천지 전수 명단 검증에 쏟는 것은 시기도 지났고, 의료자원을 낭비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3일 만에 바뀐 정부 입장 "방역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필요"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김강립 1총괄조정관은 5일 "오전 11시부터 과천에 있는 신천지교회 본부에 대하여 행정조사를 실시하고 있는 중"이라며 "주요 조사내용은 신도와 교육생의 인적사항 명단, 일체 예배별 출석기록, 모든 신천지 시설의 주소정보 등"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행정조사에 나선 이유는 신천지가 기존에 제출했던 신도 명단의 신뢰성을 검증하고, 신도들의 감염경로와 이동 동선 등을 파악하기 위함이다.
신천지가 자발적으로 제출한 전수 명단의 신빙성은 정부가 명단을 받았던 지난달 25일부터 문제가 됐다. 서울, 경기, 부산, 광주, 경남, 전남 등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정부로부터 건네 받은 신천지 제출 자료와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파악한 명단에 큰 차이가 난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정부는 계속되는 지적에도 "분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신천지의 제출 명단과 지자체들이 확보한 명단에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정부는 전체 신도를 주소지별로 나눴고, 지자체는 관내 집회장의 출석 신도를 기준으로 계산해 차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김강립 1총괄정책관. 사진=연합뉴스
김강립 1총괄정책관은 지난 2일 "신천지 측에서 제공했던 자료와 지자체들의 내용을 정리해 비교해보니 기준의 차이 등이 있어서 그렇지, 대체로 신천지 측에서 제공한 정보가 크게 벗어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정리돼 가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5일이 되자 정부는 "그간 확보된 정보들을 다시 한번 정확하게 확인하고 혹시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며 행정조사에 나섰다.
◇ 꺼진 불도 다시 봐야겠지만, "더 시급히 인력 투입할 곳 많다"다만, 정부는 입장을 바꾼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방역을 위해 필요한 경우 모든 조치를 해야한다는 원칙을 지켰을 뿐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갑작스럽게 명단 대조의 필요성이 생긴 원인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지자체와 함께 논의한 결과 신천지 명단의 오류가 심각한 수준이라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여전히 신도들이 전국 각지에서 비밀 모임을 진행할 수도 있어, 1~2월 종교행사 참석 명단이나 시설 소재지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최초 신천지 확진자인 31번 환자가 확진된 것이 지난달 18일로, 벌써 2주의 시간이 흘러 대구에서는 일부 무증상 신도가 격리 해제되고 있다. 정확한 명단을 확보해 누락된 신도들을 찾아낸다 하더라도 증상이 없는 경우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오히려, 2월 종교행사에 참석했던 개별 신도들이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며 일반인들에게 2차·3차 감염을 일으키는 것이 문제가 되고 있어, 신도들의 명단 검증에서 오는 실익은 낮고, 신천지 발 소규모 집단 감염을 조기에 발견해 전파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 낫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필요성이 낮은 곳에 전문인력들이 투입된다는 점도 문제다. 5일 행정조사에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의 인력 일부가 과천본부 행정조사에 동원됐고, 조사 결과에 따른 분석 작업에도 역학조사관 등 인력이 동원되게 된다.
한명 한명의 전문인력이 아쉬운 현 방역 체계의 상황을 고려할 때, 자원 낭비가 발생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인은 "정부 입장에서는 특정 집단이 못 미덥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을 한 것 같지만, 자원의 낭비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지역에 새로 확보된 데이터를 맞춰보는 건 약간 의미가 있을 지 몰라도 지금은 매일 400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경증 치료센터를 확보하고 운영하는 부분에 인력을 더 집중시켜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