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공천에서 컷오프된 홍준표와 김태호. 좌로부터. 사진=연합뉴스
경칩(驚蟄)날 그야말로 '피의 목요일'이었다.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5일 두 거물인 홍준표 전 대표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 '컷오프'(공천 배제)를 시작으로 국회부의장인 5선 이주영 의원, 4선 김재경 의원 등 PK(부산경남) 중진들을 탈락시켰다.
PK를 치면서 향후 강도 높은 물갈이를 예고했던 TK(대구경북)도 대대적인 칼바람이 예상된다. 공천 탈락자들의 반발 관측도 나온다. 김태호 전 지사는 영남권 공천 탈락자 중 처음으로 무소속 출마를 예고했다.
◇홍준표, 김태호 '컷오프'…영남권 중진 탈락통합당 공관위는 이날 발표를 통해 이날 발표를 통해 경남 양산을에 나동연 전 양산시장과 박인‧이장권 등 도의원들의 경선 실시 방침을 밝혔다. 이 지역에 공천을 신청한 홍 전 대표를 탈락 처리했다.
홍 전 대표와 함께 당의 험지 출마 요구를 받았던 김태호 전 지사가 신청한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에는 현역 의원은 강석진 의원과 이 지역 전직 재선 의원 출신인 신성범 전 의원의 경선을 결정했다.
김형오 위원장은 "공관위에서 그간 일관된 방향과 방침에 따라 결정이 됐다"고 설명했다. 지도자급 수도권 험지 차출 방침을 재확인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이들을 다른 지역구로도 차출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보시면 된다"고 답했다.
이주영(창원 마산합포)‧김한표(경남 거제)‧김성태(비례) 의원 등도 낙천됐다. 이들 지역 중 창원 마산합포에선 최형두 전 국회 대변인과 김수영 동의과대학 교수 등이 경선을 치르게 됐고, 경남 거제에선 서일준 전 거제부시장이 단수로 공천이 확정됐다.
현역 의원 중에선 유의동(경기 평택을)‧조경태(부산 사하을)‧장제원(부산 사상)‧박완수(경남 창원 의창)‧정점식(경남 통영‧고성)‧윤영석(경남 양산갑) 등이 다시 공천됐다. 이언주(부산 남을)‧이종구(경기 광주을) 의원은 지역구를 바꿔 공천됐다.
앞서 부산 영도 전략공천설로 논란이 일었던 이언주 의원의 남을 배치에 대해 김 위원장은 "민주당의 조직 관리가 탄탄한 곳"이라며 "(이 의원이) 보다 강력한 곳에 가기를 희망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관악갑에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경기 평택갑에 공재광 전 평택시장, 경기 고양병에 김영환 현 통합당 최고위원,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에 조해진 전 의원, 부산 해운대을에 김미애 변호사 등이 단수로 공천을 받았다. 안철수계 인사였던 김삼화 의원(비례대표)는 고양병에 신청했으나 공천이 배제됐다.
원조 친박계인 서병수 전 부산시장은 부산 진갑에 우선 추천으로 공천됐다. 황교안 대표 최측근으로 분류된 원영섭 조직부총장은 탈락했다.
서울 서초갑에서 컷오프됐던 이혜훈 의원은 동대문을로 지역구를 바꿔 민영삼 정치평론가와 강명구 전 경희대 교수 등과 경선을 치르게 됐다. 새로운보수당 출신 하태경 의원은 현재 지역구인 부산 해운대갑에서 석동현 전 검사장과 조전혁 전 의원 등과 경쟁을 하게 됐다.
주요 경선 지역은 부산 중‧영도의 강성운 전 국회의원 정책특보와 황보승희 전 부산시 경제문화위원회 위원장이 대결하고, 부산 연제에서 김희정 전 의원과 이주환 전 당협위원장, 경남 창원 마산합포에서 윤한홍 현역 의원과 안홍준 전 의원, 조청래 전 황교안 대표 특보 등도 경선을 치른다.
청와대로부터 표적성 수사를 받았다는 의혹이 있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울산 남을에서 이 지역 현역인 박맹우 의원과 경쟁하게 됐다.
충남 논산·계룡·금산은 박우석 전 조직위원장이 공천을 받아 이곳에서 재기를 노리던 '피닉제' 이인제 전 의원은 탈락했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17일 오전 국회에서 황교안 대표와 첫 회동을 갖고 있다. 윤창원기자
◇김태호 무소속 출마 방침…TK '칼바람' 예상김태호 전 지사는 무소속으로 출마할 방침이다. 영남권 공천 탈락자 중 첫 무소속 도전이다. 그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저는 이제 고향 주민의 공천을 받아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페이스북)에 "사흘전 김형오 공관위원장께서 직접 전화를 하시어 나동연 전 양산시장을 추가 공모에 응하도록 설득을 하면 컷오프 하지 않고 경선을 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허허 참"이라고 남겼다. 또 "참 야비한 정치한다"고 지적했다.
홍 전 대표는 통화에서 "국회의장까지 지낸 사람이기에 그 말을 나는 믿었다. 헛웃음이 나온다"며 "며칠 참모들과 숙의해 향후 진로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홍 전 대표는 고향인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지역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했으나, 공관위의 '험지' 출마 요구에 따라 양산을 출마로 방향을 틀었다. 그가 다시 고향에서 재도전을 검토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PK에서 상당한 컷오프가 이뤄진만큼 향후 강도 높은 쇄신을 예고했던 TK에서도 '칼바람'이 예상되고 있다. 공관위는 이르면 6일 TK 공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김 위원장은 자신의 측근을 공천에 심는다는 '사천' 논란과 관련 "누구 임명하면 전부 뭐 김형오계다 이러는데 저는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거 끝나면 자연인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제가 누구를 심고 하는 건 이만큼도 생각 없는 사람"이라고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