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아베 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한국발 입국 제한을 대폭 강화하면서 양국관계에 또 다른 갈등 요인으로 떠올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5일 오후 코로나19 대책본부 회의에서 "중국,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자에 대해 검역소장이 지정하는 장소에서 2주간 대기하고 국내 대중교통을 사용하지 말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이 조치는 9일 0시부터 실시되며 우선 이달 말까지 이어진다.
아베 총리가 모두발언에선 밝히지 않았지만 한국인에 대한 관광 등 목적의 90일 이내 무비자 입국 조치도 9일부터 이달 말까지 일시 정지된다.
이처럼 방역 선진국으로 평가되는 호주에 이어 일본까지 빗장을 걸고 나서면서 한국발 입국제한 국가‧지역은 이날 오후 11시 현재 100곳으로 늘어났다. 유엔회원국(193개) 기준으로 따지면 세계의 절반 이상을 자유로이 오갈 수 없는 셈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주로 방역 취약국인 소규모 국가가 당분간 불가피하게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치부해왔다.
하지만 일본과 호주 같은 선진국까지 가세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 채 자칫 미국과 서유럽 등 주요 국가로 번질까 긴장하기 시작했다.
특히 일본의 입국제한 조치는 단순한 방역 차원을 넘어선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가장 인접한 우방국이자 인적 교류도 활발한 일본이 사실상 입국을 금지하다시피 한 것은 경제적 파장은 물론 상징적 측면에서도 부작용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한일 양국은 이미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수출규제 등으로 갈등의 골이 깊은 마당에 이번 조치는 한국 내 반일감정에 또 다시 불을 당길 가능성이 크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020년 2월 15일 독일 뮌헨에서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을 만나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물론 아베 정부로선 도쿄 올림픽 정상 개최를 위해 코로나19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려는 목적에서 다소 무리수를 두는 것일 수 있다.
아닌 게 아니라 4월 초순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거듭 강조해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문마저 연기하는 쉽지 않은 결정도 내린 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는 지난해 기습적인 수출규제를 상기시킬 만큼 일방적이다.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이 한국보다 결코 낫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한국 내 확진자가 급증한 것은 신천지 변수라는 특수한 사정과 세계 최고 수준의 검사 기술 때문이란 점과 함께 머지않아 통제가 가능할 것이란 점을 누차 설명했고 대다수 나라가 이해를 표명해왔다.
따라서 한국의 사정을 모를 리 없는 일본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객관적 합리성을 잃은 과도한 조치라는 점에서 기본적 신뢰마저 흔들리게 됐다.
뿐만 아니라 일본 정부가 우리 측에 사전 협의는 물론 설명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외교 결례를 넘어 국민감정을 자극하는 대목이다.
외교부는 이날 밤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불러 설명을 요구했고, 이를 바탕으로 6일쯤 도미타 고지 일본대사를 초치해 엄중 항의할 방침이다.
외교부는 일본의 이번 조치가 가뜩이나 꼬인 양국관계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을 우려하며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외교부는 그나마 이번 조치가 이달 말까지 일단 한시적으로 실시되는 점에 주목, 원점 재검토가 어렵다면 가능한 기간을 줄이고 파장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교섭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이번에도 과거 수출규제 때처럼 관료들을 배제한 채 모종의 정치적 판단 하에 독단적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 측에 구체적 사전 설명이 없었을 뿐 아니라 일본 정부 관리들도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번 결정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