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마스크 구매가 1인당 일주일에 2매로 제한된 6일 서울 종로구 한 약국에서 약사가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시민의 신분증을 확인하고 있다. 오는 9일부터는 지정된 날에만 살 수 있도록 하는 마스크 구매 5부제가 도입된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몰고온 불안감과 마스크 품귀 현상 등 여러 혼란 탓에 이제는 각자가 알아서 제 살 길을 찾는 모습이다.
일반 가정집에서도 세균을 박멸하듯 '셀프 방역'을 벌이고, 구하기 어려운 마스크의 경우 대용품을 직접 만드는 경우가 늘고 있다.
경기 광명시에 사는 주부 A씨는 지난달 29일 집을 자체 소독했다. 광명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하고 사흘 뒤였다. 압축 분무기와 소독용 에탄올을 구매해 집안 구석구석에 뿌렸다. 그렇게 지금까지 이틀에 한 번꼴로 집을 방역중이다.
A씨는 "집안 전체를 소독하는데 1시간 넘게 걸렸지만, 소독이라도 해야 불안한 마음이 조금이나마 덜어진다"며 "코로나19 상황이 하루 빨리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다"고 밝혔다.
A씨처럼 집안을 셀프 방역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온라인에는 '코로나19 셀프 방역 세트'까지 상품으로 올라와 판매되고 있다. 소독제와 분무기가 품절돼 못 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일부 지자체에서는 시민들에게 분무기를 대여해주기도 한다.
굳이 분무기를 안 쓰더라도 락스를 희석해 소독하는 일이 일상이 된 경우도 많다. 앞서 질병관리본부에서도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가정 소독 방법으로 락스 사용을 안내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B씨는 "락스 소독은 틈날 때마다 수시로 하고 있다"며 "특히 바깥에 나갔다가 돌아오면서 가장 먼저 만지게 되는 현관 손잡이는 잊지 않고 매일 닦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의 확산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4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방역작업자들이 정차된 KTX 내부 방역 소독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뿌리는 소독제'도 인기다. 맘카페를 보면 적잖은 엄마들이 현관 앞에 뿌리는 소독제를 두고 외출 후 귀가하는 가족들에게 뿌리도록 하고 있다. 바깥에 나가는 가족에게 아예 소독제를 주고, 집에 들어오기 전에 알아서 온몸에 뿌리라는 경우도 있다.
마스크도 '셀프' 제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워낙 구하기가 어렵고, 산다고 해도 1인당 2매로 제한돼 있으니 아예 직접 만들겠다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튜브나 블로그에는 마스크 제작에 필요한 도안이 공유되고, 제봉질하는 방법도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셀프 마스크는 대체로 시중에서 판매하는 마스크용 부직포를 재료로 쓰고 있다.
만들기가 버거운 사람들은 마스크 대용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면마스크 안쪽에 건티슈를 붙이거나 주방용 키친타올을 덧대기도 한다.
일부는 공기청정기에 쓰는 '헤파필터' 원단을 사서 마스크에 잘라 붙이고, 방역 마스크 대신 조리용 위생 마스크도 괜찮은지 문의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마스크 자체를 구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코와 입을 천이나 부직포로 막고, 그 위에 얼굴을 가리는 '워머'를 덧입기도 한다.
다만 이같은 마스크 대용품이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불분명하다. 김남중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를 안 쓰는 것보다 심리적인 불안감이야 조금 해소가 되겠지만 직접 만든 마스크의 효과는 과학적으로 입증된 게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마스크 수급의 안정화를 위해 오는 9일부터 출생연도에 따른 요일별 5부제 판매를 시행한다. 주말인 8일까지는 하루에 2매씩 살 수 있지만, 월요일인 9일부터는 주당 2매로 제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