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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 텔레그램 성착취 '4세대'…N번방 계보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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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주빈, 텔레그램 성착취 '4세대'…N번방 계보 총정리

    • 2020-03-28 05:00

    불법 성인사이트 홍보처로 쓰이던 텔레그램…성착취물 유포방으로 돌변
    판을 설계한 '와치맨' 존재…피해자 유인하고 성착취 제작하는 법까지 공유
    '갓갓→켈리→체스터→조주빈' 이어지는 구조…점점 진화해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성 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파렴치한 성범죄자 조주빈(24)이 검거되면서 텔레그램 내에서 만연해 있는 성착취물 제작·유포의 단면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텔레그램에서 성착취물 제작·유포를 위한 비밀대화방은 지난해 초부터 집중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그 배경에는 이들을 서로 연결하는 '허브 채널'이 있었다.

    이들은 이곳을 통해 피해자를 유인하는 법과 성착취물 제작법 등을 공유해 왔다. 조씨는 이런 구조 안에서 4세대에 걸쳐 만들어진 인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텔레그램 불법 성착취물 '대피소'로 시작…설계자 '와치맨' 등장

    28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텔레그램에서 비밀대화방을 통해 성착취물이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초부터다. 그 전까지 텔레그램은 불법 성인사이트 운영자들이 자신들의 홈페이지 주소(링크)를 홍보하는 용도로만 쓰였다.

    지난 2018년 10월 정부에 의해 불법 성인사이트의 DNS(도메인네임서버) 차단이 본격화되자, 운영자들이 홈페이지 주소를 수시로 바꾸게 되는데 이때 이 링크를 홍보하기 위한 공간이 바로 텔레그램이었다.

    이 비밀대화방은 '대피소'라고 불렸는데, 이곳에서는 일체 자료공유나 대화 등은 이뤄지지 않고 오로지 불법 성인사이트 링크만 공유됐다고 한다.

    그러던 중 2018년 말쯤 텔레그램에 '와치맨(watchman·감시자)' 전모씨(38·구속)가 등장한다. 그는 '고담 주소 채널'이라는 일종의 '허브' 채널을 만들고 각종 불법 성인사이트의 링크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는 일종의 '대피소 포털' 같은 개념으로, 와치맨은 이곳에서 성인사이트들의 평점·순위를 매기는 등 작업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운영자들로부터 돈을 받고 사이트를 홍보하기도 했다.

    텔레그램 N번방 계보/그래픽뉴스=고경민 기자

     


    ◇1세대 갓갓의 'N번방' 등장…"피해자 유인, 성착취물 제작법 홍보"

    그러다 2019년 2월쯤 'N번방' 운영자 '갓갓'이 고담 채널에 등장했다. 그는 "여기 공유되는 아이들의 영상 및 사진들은 일탈계하는 여자아이들을 협박해 얻어낸 자료들"이라면서 비밀 대화방을 홍보했다고 한다. 이때 와치맨이 N번방의 평점과 순위를 높게 매기면서 세력이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갓갓은 와치맨에게 '피해자를 협박하고 성착취물을 찍게 만드는 방법'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와치맨은 이를 자신의 채널에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이 채널은 성착취물 제작·유포를 원하는 성범죄자들의 거대 포털로 성장했다.

    이후 2019년 6월쯤 N번방에서 활동한 '켈리(Kelly)' 신모씨(32·구속)가 독자적으로 'k-fap(켈리방)'이라는 성착취물 유포방을 만들었다. 경찰에 붙잡힌 뒤, 켈리는 갓갓의 N번방 중 일부를 물려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는 갓갓의 N번방을 물려받음과 동시에 독자적으로 자신의 방을 운영하기 시작한 성착취물 제작·유포 2세대인 것이다.

    켈리방에서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주로 공유됐다고 한다.

    ◇'갓갓→켈리→체스터→조주빈'으로…경찰 "갓갓·체스터 추적중"

    이 켈리방에는 '체스터(chester)'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관리자급의 회원이 있었다. 그는 켈리방에서 활동하다가 약 한 달 뒤인 2019년 7월쯤 '완장방'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그는 피해자의 성착취 영상물 일부를 캡처해 이모티콘으로 만드는 등 피해자를 조롱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박사 조주빈이 처음 등장한 곳이 바로 이 완장방이다. 한 제보자에 의하면 "완장방에서 처음 박사가 나타났다. 그는 자신에게 '노예'가 있다면서 자랑을 일삼았다. '완장방 화이팅'이라고 몸에 새긴 여성의 사진을 방에 올려 인증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후 2019년 9월쯤 박사 조주빈은 독자적으로 '박사방'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기 시작했다. 1세대 갓갓(N번방)에서 출발해 2세대 켈리(k-fap), 3세대 체스터(완장방), 4세대 조주빈(박사방)으로 이어져 온 것이다. 이 중 와치맨, 켈리, 조주빈은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이들은 앞선 세대로부터 범죄 행각을 배우면서 점차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 박사방에서 드러난 피해자가 경찰에 의해 파악된 것만 74명이다. 이 중 미성년자는 16명이다. 이는 빙산의 일각으로 보인다. '위커방' 등 아직 드러나지 않은 곳이 많아 피해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경찰은 '체스터'를 조주빈의 모태로 보고 추적 중이다. 다만 그의 IP(인터넷 주소)는 확보했지만, 구체적인 신원은 특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아울러 텔레그램 성착취물 제작·유포방의 시초 격인 갓갓 역시 붙잡기 위해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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