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서울 동작을 국회의원 후보인 이수진 전 판사. (사진=연합뉴스)
이수진 전 부장판사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인 상고법원 추진 과정에 동참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이 전 부장판사는 '사법개혁의 기수'를 표방하며 4·15 총선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상황이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옛 통합진보당 관련 재판에 개입하고 헌법재판소 파견법관을 통해 헌재 기밀을 불법 수집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사법농단' 피고인 중 한 명이다.
이날 검찰은 박 전 대법관이 서기호 전 의원의 '법관 재임용 탈락 불복소송'에 개입한 혐의와 관련해 증인신문을 하면서 이 전 상임위원의 일정표를 토대로 질의했다.
검찰이 제시한 2015년 4월 2일자 일정표에는 이 전 상임위원이 낮 12시에 서울 여의도의 한 일식집에서 서 전 의원(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을 만났다고 기록돼 있다.
검찰이 "이날 이수진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함께 서 전 의원을 만난 사실이 있냐"고 묻자 이 전 상임위원은 "(박병대 피고인으로부터) 서기호·서영교 의원을 접촉하라는 말씀이 있으셨던 것 같다"며 당시 만남을 인정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이전에) 제가 서 전 의원을 만난 적은 없지만 인권법연구회 관련이 있어 제가 제일 말하기 편하다고 해서 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상임위원과 이수진 전 부장판사, 서 전 의원은 모두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 출신이다.
검찰이 "서기호 의원을 만나는데 이수진 당시 재판연구관과 함께 나간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이 전 상임위원은 "제가 이수진 연구관에게 서기호 판사를 잘 알지 않느냐 물으니 잘 안다고 해서 상고법원 관련해서 도움이 필요한데 다리를 좀 놔달라고 부탁을 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검찰이 서 전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 상고법원이 필요하다고 설득을 했는지 묻자 "맞습니다"라고 재확인했다. 또 이 전 상임위원은 서 전 의원과 식사 후 '서기호 의원 대담'이라는 정리용 문건을 작성하고 이수진 전 부장판사에게 이메일로 보내며 누락된 내용 등 확인을 부탁했다.
해당 문건에는 점심 자리에서 이 전 상임위원과 서 전 의원이 상고법원과 관련해 나눈 대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이후 문건은 박병대 당시 법원행정처장이 주재한 실장회의에 보고됐다.
이번 법정증언은 지난 1월 더불어민주당이 이 전 판사를 영입하면서 "양승태 대법원이 추진한 상고법원에 반대하고 제왕적 대법원장 체제를 비판하는 등 법원 내 사법개혁에 앞장서 온 소신파 판사"라고 소개한 것과 결이 다른 내용이다.
이 전 부장판사 측은 즉각 입장문을 내 반박했다. 입장문에서 이 전 부장판사측은 "이 전 상임위원이 서 전 의원과 개인적인 친분을 갖고 있던 이수진 후보에게 '상고법원 입법과 관련해 서기호 의원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부장판사는 당시에도 상고법원 추진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인권법연구회 초기 활동을 같이 한 선배가 만남을 조율해달라는 것까지는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전 상임위원이 이 전 부장판사에게 보낸 '서기호 의원 대담' 이메일에 대해서도 "상고법원에 반대하는 입장이 명확해 어떠한 종류의 응답도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상고법원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추진했던 역점사업이다. 검찰은 재판개입·거래 등 '사법농단'의 핵심 혐의들이 정부와 국회 등에서 상고법원 추진 동의를 얻어내기 위한 일환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