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주한 사무소가 1989년 5월 아프리카 남수단 난민구호 활동을 위한 트럭 20대 지원을 우리 정부에 요청한 공문과 현재 남수단에 파견된 한빛부대가 현지 주민들의 의료지원 활동을 펼치는 모습 (자료=외교부/한빛부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세계 곳곳에 방역용품을 수출·지원하는 한국이 30여년 전에는 개발도상국에 트럭 20대를 지원하는 것도 힘에 부쳤던 적이 있다.
외교부가 31일 비밀 보존기한 30년이 지나 공개한 외교문서(1577권, 24만여 쪽)에 따르면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 주한 사무소는 1989년 5월 아프리카 남수단 난민구호 활동을 위한 트럭 20대 지원을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세계적 첼리스트 정명화 씨의 남편인 구삼열 유니세프 홍보담당관이 당시 최호중 외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약 한달 간 검토 끝에 무상원조 예산 사정을 이유로 내년 이후 비슷한 사업이 있을 경우 지원 가능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외교부는 또 당시 모 대기업을 접촉해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 회사 역시 형편상 지원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외교부는 트럭 20대 조달 경비를 미화 약 100만 달러로 추산했다. 현재 기준으로는 큰돈이 아니지만 당시 정부 살림으로는 빠듯했던 것이다.
최 장관은 구 담당관에 대한 답신에서 유니세프에 대한 자발적 기여금 증액 문제를 거론하며 60만 달러를 책정했다고 밝혔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현재 연간 2조원이 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벌이며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변신한 대표적인 모범국가가 됐다.
한편 올해 공개된 문서에는 △우루과이라운드협상 △미국 무역통상법 Super 301조 협의 △재사할린동포 귀환 문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의 협의체제 수립 △동구권 국가와의 국교수립 관련 문서 등이 포함됐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공개된 문서 원문은 외교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열람실’에서 누구나 열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