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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일반

    "싹 다 갈아엎어주세요" 로고송의 정치학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25~19:50)
    ■ 방송일 : 2020년 3월 31일 (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김민하 (기자)

     



    ◇ 정관용> 오늘 [고공비행] 주제는?

    ◆ 김민하> 선거 로고송에 대해 다뤄보려고 한다. 역대 선거마다 각광받는 노래가 있는데 여기에 시대정신이 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 정관용> 이번 선거에서 로고송으로 인기인 노래는 뭔가?

    ◆ 김민하> 유재석씨가 트로트 가수 유산슬이란 이름으로 낸 <사랑의 재개발="">이 “싹 다 갈아엎어주세요”로 시작하기 때문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기 쉽다. 중간에 내 마음을 그냥 두지 말아줘야 라는 대목은 내 마음 부분을 해당 지역구로 바꿔 부르겠다는 전략이다.

    ◇ 정관용> 뭔가 바꾸자는 메시지가 각광받는 것이군

    ◆ 김민하> 같은 이유로 2000년 총선 당시 이정현 씨의 <바꿔>라는 노래가 인기였다. 노래의 메시지보다는 이미지로 새로움을 어필하려는 시도도 있었는데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이 TV광고에 DJ DOC의 <디오시와 춤을="">을 사용한 사례다. 당시 김대중 후보가 직접 춤을 추는 모습이 영상에 등장하기도 했는데 파격으로 받아들여졌다.

    ◇ 정관용> 또 아무래도 흥겨운 노래들이 인기였던 것 같다.

    제18대 대선 공식 선거전이 시작된 27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유세에 앞서 선거운동원들이 유세를 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 김민하> 이 분야 전통의 강자가 <무조건>을 부른 박상철 씨다.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무조건 이 후보를 찍으라고 강요할 수 있는 가사다. 특히 선거전에서는 중장년층과 노년층 표심이 중요하다고들 생각했기 때문에 트로트가 인기였다. 지난 2016년 새누리당은 가수 이애란 씨의 백세인생을 로고송으로 검토했었는데 당시 7선 의원이던 서청원 의원이 유세장에서 직접 부르고 다닐 정도였다.

    ◇ 정관용> 그런데 요즘은 너무 흥겨운 노래를 틀 분위기는 또 아니지

    ◆ 김민하> 더불어민주당의 경우는 특히 코로나19를 이겨내자는 메시지를 전하는 전략이기 때문에 조용한 선거라는 컨셉으로 차분한 유세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언론에 보도된 전략문서를 보면 5일까지는 사회적 거리두기 유지 방침으로 온라인 유세에 집중하고 6일부터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오프라인 유세를 탄력적으로 병행하겠다고 한다. 로고송도 흥이 넘치는 것보다는 잔잔한 분위기의 <걱정 말아요="" 그대="">를 공식 로고송으로 선정했다.

    ◇ 정관용> 로고송을 활용하는 이유는?

    ◆ 김민하> 로고송은 1995년 선거에서 확성기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등장했는데, 처음에는 원래 구전으로 전하던 정치논리를 더 쉽게 퍼뜨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돼서 1996년 총선에서 신한국당이 박미경의 <넌 그렇게="" 살지마="">를 활용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계은퇴 번복을 꼬집는다든지, 국민회의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를 개사해서 김영삼 대통령 비자금 문제를 강조한다든지 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당명 기호 후보자 이름을 알리는 이미지 전략 수준에서만 쓰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로꾸꺼란 노래의 로꾸꺼 부분을 이명박으로 개사해서 이명박이 1분 30초동안 39번 등장하는 로고송을 썼다.

    ◇ 정관용> 로고송 없어도 되지 않을까?

    ◆ 김민하> 선거 때 되면 시끄럽다는 반응이 더 많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뭔가 쉽게 전하기 쉬운 수단이 노래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상대에 대한 비난이나 공허한 이미지를 담기보다는 당의 가치나 노선을 담는 수단으로 쓰면 긍정적 역할 있을 듯하다. 이런 의미라면 이미 알려진 노래를 적당히 개사해 쓰기보다는 자체적으로 노래를 만들어서 노래를 들으면 그 정치세력을 떠올릴 수 있게 되면 좋을 듯하다. 그러려면 정치세력의 뿌리가 깊고 정책 중심을 오래가야 하는데, 이런 기대 어려운 것이 한국 정치의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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