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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대법원 첫 '범죄집단' 판단, 'n번방' 영향 받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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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대법원 첫 '범죄집단' 판단, 'n번방' 영향 받을까

    첫 범죄집단 판결…1·2심 무죄 "복종체계 없어"
    범죄 '집단'과 '단체', 대법서 구분할지 주목
    '박사방' 수사 적용 시 '자금 배분구조'가 핵심

    (그래픽=연합뉴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범죄단체조직죄(범단죄) 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도 조직범죄의 성격을 심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n번방' 사태로 집단적 범죄에 가담한 일반 회원들에 대한 처벌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대법원이 기존보다 처벌범위를 확장하는 판결을 내릴지 주목된다.

    법조계에선 범죄집단에 대한 하급심과 향후 대법원 판단이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되는 '박사방'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대법, 형법상 '범죄집단' 요건 첫 심리 중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지난 1월 9일부터 '인천 중고차 사기조직' 사건의 상고심 법리검토에 돌입했다. 인천에 사무실을 두고 중고차 사기를 벌인 피고인 35명에 대해 사기와 범죄단체가입·활동 등의 혐의가 적용된 사건이다.

    'n번방' 수사 국면에서 이 중고차 사기 사건이 주목되는 것은 검찰이 처음으로 형법상 '범죄집단'의 구성요건을 들고 나온 사례이기 때문이다. 2013년 형법 제114조 개정으로 '범죄단체'에 이르지 못한 조직도 포섭할 수 있도록 '범죄집단'이 조문에 들어갔지만 아직 이 개념에 대한 대법원 판단이 나온 적은 없다.

    대법원 전경(사진=연합뉴스)

     

    인천에 사무실을 차리고 중고차 사기를 통해 수십억원을 번 해당 조직에 대해 검찰은 '범죄단체'로 기소하면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범죄집단'을 끼워 넣었다. 그러나 1·2심에서는 이들 조직에 대해 범죄단체는 물론이고 범죄집단 수준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인천 중고차 사기 조직은 대표·팀장·팀원 등으로 직책이나 역할이 분담돼 있었다. 그러나 각 구성원은 상호간 친분관계를 바탕으로 팀별로 수익을 내기 위해 활동했을 뿐 수직적 복종체계가 없었다는 점에서 조직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또 팀별 수익이 대표에게 집결된 후 재분배되는 구조가 아니었고, 대표의 지휘·관리감독을 받아 업무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등도 범죄집단이 되기 어려운 근거가 됐다.

    집단적 활동보다는 개인들의 누적적 범행에 가깝다며 범단죄에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보이스피싱처럼 점조직이더라도 유기적으로 연결돼 '각자가 자신의 역할을 다해야 하나의 범행에 성공할 수 있는 구조'일 때 비로소 조직범죄가 성립한다는 판단이다.

    이에 대해 대검의 한 관계자는 "'범죄집단'에도 '범죄단체' 수준의 구성요건을 요구하고 있어 문제"라며 "중고차 사기나 보이스피싱, 'n번방' 등 느슨하지만 분명히 조직적으로 이뤄진 범죄를 다스릴 수 있도록 법원이 새롭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법원이 이번 상고심을 통해 '범죄집단'의 성격을 기존 '범죄단체'와는 구분지어 명확히 할지 주목된다. 조직범죄는 집단적 활동이나 조직적 비호를 배경으로 범죄의 계획·실행·증거인멸 등이 개인 범죄보다 쉽게 이뤄지는 만큼 갈수록 다양한 범죄에서 나타나는데도 법 적용은 까다로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검찰, 박사방 '범죄단체 수사는?…핵심은 '수익 분배'

    지난해 11월 인천지법은 중고차 사기단 2심 선고에서 범죄집단은 △다수의 결합체이나 반드시 계속적일 필요는 없고 △'범죄단체'에서 요구하는 통솔체계까지는 아니지만 합동범 및 공동정범과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조직을 구성하는 일정한 체계나 구조가 있으면 된다고 밝혔다.

    범죄집단에 대해 범죄단체보다 완화된 법리적 구성요건을 제시한 셈이지만 실제 사례에 적용할 때는 결코 완화됐다고 보기 어려운 해석을 내놨다. 중고차 사기단 내부 돈의 흐름이 대표를 중심으로 집결되고 재배분 되는 양태를 띄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순 공모관계 이상의 조직성이 없다고 본 것이다.

    이 판례가 유지된다면 최근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 '박사' 조주빈 등과 박사방 회원들에 대해서도 조씨를 중심으로 한 수익 구조가 범죄집단 판단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검찰 조사에 따르면, 박사방은 조씨를 정점으로 일부 회원들을 '직원'이라고 부르며 각종 역할을 맡기고 입·퇴장에 엄격한 제약이 있는 등 범죄집단의 요건을 상당부분 갖춘 것으로 보인다. 인천 중고차 사기단의 경우 피고인 다수가 스스로의 행위가 가벼운 처벌에 그칠 수준으로 보고 '범죄 목적 집단'임을 인식하지 못했지만 박사방 참여자들은 미성년자 상대 성범죄를 실시간 묵인·방조·가담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그러나 중고차 사기사건의 취약점이 된 '수익분배 구조'는 박사방 사건에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검찰이 추가 수사로 반드시 규명해야 할 부분으로 꼽힌다.

    검찰 관계자는 "성착취 영상물 촬영 등 각종 운영을 통해 번 수익이 조주빈에게 모인 뒤 각 직원에게 돌아가는 정도로 관리가 돼야 한다는 것이 현재 판례의 취지"라며 "다만 이러한 경제적 이득은 금전뿐만이 아니라 성착취물의 교환이나 불법 약물 취득 등 여러 형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검찰청은 지난해 말쯤 세미나 등을 통해 일선청에 범단죄 관련 수사지침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지침에는 범단죄 의율을 위한 세부 조건들이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중고차 사기사건 1·2심 판결을 참고해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에 대한 적용 가능성을 살피는 한편, 해당 상고심에서의 범죄집단 해석을 뒤집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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