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21대총선 중앙선대위 합동 출정식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4·15 총선 선거운동이 공식 시작되면서 여야 거대양당과 그들의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의 '한 몸 정치'도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들의 '원팀' 행보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봤을 때 모순되는 부분이 많아 명확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 비례정당지지 현수막…외부용은 '위법' 내부용은 '가능'더불어민주당과 그의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1일 국회에서 공동 출정식을 갖고 함께 승리를 다짐했다. 같은 디자인의 로고가 박힌 푸른색 옷에 비슷한 공약까지, 누가 봐도 사실상 같은 정체성을 가진 정당으로 보기 충분했다.
시민당 우희종 공동대표는 출정식에서 "저희 시민당의 지지가 아니라 민주당,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님의 국정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저희들이 한다는 것에 대한 여러분들의 지지라 생각한다"며 "(후보는) 1번(민주당), (정당은) 5번(시민당)입니다"라며 민주당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나 우 공동대표의 다른 당 지지 발언은 현행법상 불법이 아니다. 공직선거법 제88조에 따르면, 후보자 등이 아닌 정당의 대표자, 간부, 당원 등은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우 공동대표는 이번 총선에서 출마하지 않기 때문에 비록 당 대표 신분이지만 모(母)당인 민주당을 위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날 출정식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이란 단어가 함께 들어간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전날 선관위가 정당 선거사무소에 게시하는 현수막에 특정 정당과 연대 사실을 게재할 경우 위반 소지가 있다고 유권해석을 내놨지만 강행한 것이다.
선관위는 이번엔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출정식 행사 '내부'에 걸린 현수막을 문제 삼을 순 없고, 현수막 내용도 위법하지 않다"고 말했다. '출정식이 생중계돼 사실상 내부용이 아니었다'는 질문에도 "그건 해당 언론사에서 촬영해 중계한 것 아니냐"며 문제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외부 현수막에 '선거 연대'로 읽힐 수 있는 메시지를 실을 수는 없지만, 온 국민이 생중계로 볼 수 있는 내부 현수막과 당 대표의 연설에는 담을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됐다.
복수의 선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날 출범식과 관련해 민주당에서 위법 여부를 묻는 질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 보수 야당도 불출마 대표가 '노골 유세'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미래통합당 경기도당에서 열린 제21대 국회의원선거 경기 현장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역시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인 미래한국당과 선관위의 법망을 피해가며 한 몸으로 움직이고 있다.
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당을 이끄는 동시에 이번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하는 후보자 신분이다. 황 대표는 1일 두 당의 정책·선거연대 협약식에서 "통합당과 한국당은 가치와 목표를 공유하는 진정한 자매정당"이라면서 노골적인 지지 표현은 피했다.
반면 불출마하는 한국당 원유철 대표는 2일 출근길 인사에서 "지역구는 두 번째(통합당), 비례도 두 번째(한국당) 전부 두 번째 칸"이라고 모당인 통합당을 지지했다.
이 같은 여야의 '꼼수' 행보는 선거운동의 개념(당선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 자체가 애매해 어디까지를 선거운동으로 볼지 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전문가들은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가 정치권에 명확한 기준과 분명한 입장을 제시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용인대 교양학부(정치학) 최창렬 교수는 통화에서 "선관위가 독립된 정당이라고 판단해 위성정당을 받아들였는데, (모당과) 함께 선대위 출정식을 열고 다른 정당을 홍보하는 상식에서 벗어난 일이 일어났다"면서 "선관위는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준엄하게 꾸짖을 수 알아야한다"고 말했다.
명지대 인문교양학부(정치학) 김형준 교수도 "(양당의 원팀 행보는) 정당정치의 훼손"이라면서 "그 부분에 대해선 독립된 헌법기관인 선관위가 더 강력히 법을 집행해야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