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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공유방'이 'N번방' 키웠다…"조주빈도 직접 운영"

사건/사고

    '링크공유방'이 'N번방' 키웠다…"조주빈도 직접 운영"

    • 2020-04-05 09:03

    불법 사이트 링크 공유에서…'성착취물 제작법' 소개까지 진화
    조주빈, 링크공유방에서 박사방 홍보하다가 직접 운영까지
    와치맨 → 커비 → 조주빈 이어지는 링크공유방 계보
    법조계 "링크만 공유해도 음란물 전시·배포"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25)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갓갓의 '1~8번방'(N번방)부터 켈리의 'k-fap방', 체스터의 '완장방', 그리고 조주빈의 '박사방'까지. 점차 확산된 텔레그램 성착취물 제작·유포방의 성장 배경에는 '링크공유방'이 존재했다.

    '링크공유방'이란 불법 성인 웹사이트의 링크를 공유하는 방을 일컫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텔레그램 내 성착취물 제작·유포를 위한 비밀대화방을 홍보하는 곳으로 진화했다.

    이곳에서는 어떻게 피해 여성을 유인하고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하는지 그 방법까지 공유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거된 조주빈(25) 역시 링크공유방을 직접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성인사이트 링크 공유로 시작…'성착취물 제작법' 소개까지 진화

    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텔레그램에서 '링크공유방'이 처음 생겨난 시점은 재작년 말쯤이다.

    당시 정부에서 불법 성인사이트로의 접속을 막는 'DNS(도메인네임서버) 차단' 정책을 시행하자, 운영자들은 감시를 피하려는 목적에서 사이트 주소(링크)를 수시로 바꾸기 시작했다.

    운영자들은 정부에 발각돼 사이트가 차단당할 때마다 웹사이트 주소를 계속 바꿨는데, 변경된 링크를 홍보할 마땅한 창구가 없자 텔레그램에 비밀대화방을 만들어 바뀐 링크를 게시했다.

    이 비밀대화방은 '대피소'라고 불렸다. 불법 성인사이트 이용자들이 이곳에 대피(접속)해 있으면 기존 불법 성인사이트 주소가 막혀도, 곧 바뀐 주소가 올라와 다시 접속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고 한다.

    대피소에서는 자료 공유나 대화 등은 일절 이뤄지지 않고, 오로지 불법 성인 웹사이트를 비롯해 도박·마약 거래 등 불법 사이트 링크만 공유됐다.

    그러던 중 이 대피소는 2018년 말쯤 '와치맨(watchman)' 전모씨(38·구속)가 등장하면서 본격적인 '링크공유방'으로 한 차례 진화한다.

    회사원으로 알려진 전씨는 텔레그램에서 '고담 주소 채널'이라는 이름의 비밀대화방을 만들고, 각종 불법 성인사이트의 링크를 홍보했다. 그는 링크만 홍보하는 대피소의 개념에서 벗어나 각종 불법 성인사이트의 평점·순위를 매기는 작업까지 했다.

    N번방 시초라고 알려진 '갓갓'의 '1~8번방'이 처음 소개된 곳도 이 채널이다. 전씨는 심지어 갓갓으로부터 피해 여성을 유인하고, 성착취물을 찍도록 노예화하는 방법을 전수 받은 뒤 이를 자신의 채널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가 운영한 채널에는 '경찰 수사망을 피하는 방법', '경찰에 잡혔을 때 대처법' 등도 공유됐다. '고담 주소 채널'이 성착취물과 관련한 모든 곳을 연결해주는 '허브' 역할에 본격 뛰어든 것이다.

    텔레그램에 '박사방'을 열고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착취 범죄를 저지른 '박사' 조주빈(25)이 지난달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가운데 경찰서 앞에서 조주빈 및 텔레그램 성착취자의 강력처벌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와치맨 검거되자 고등학생이 2세대 링크공유방 운영…조주빈 키우는 데 일조

    N번방의 성장에는 '링크공유방'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피해 여성을 성착취하는 방법을 공유하는 창구였던 것은 물론 경찰 단속을 피해 수시로 비밀대화방을 폭파하고, 새로 만든 방의 링크를 홍보하는 주된 채널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여러 N번방으로 접속하기 위한 큰 줄기는 링크공유방에서 뻗어 나왔다. '갓갓', '켈리', '체스터' 등 조주빈 등장 이전의 N번방 운영자들이 이 채널을 이용했다.

    그러다 와치맨 전씨가 지난해 9월 말 경찰에 붙잡혀 구속됐다. 전씨 공소장에 따르면, 그가 유포에 일조한 음란물은 수사기관에 확인된 것만 아동 성착취물을 포함해 1만 1404건에 달했다.

    이어 그의 뒤를 잇는 2세대 링크공유방 운영자 '커비(kirby)'가 등장한다. 인천의 한 고등학생으로 알려진 커비 조모군(18·불구속)은 'Link 정보공유방'이라는 이름의 비밀대화방을 운영했다.

    조주빈이 자신의 모태였던 '체스터(chester)'의 '완장방'에서 나와 독자적으로 '박사방'을 만든 시점도 이때다. 조씨는 박사방을 홍보하기 위해 커비의 링크공유방을 적극 활용한다.

    'Link 정보공유방'은 그 체계가 와치맨이 만든 '고담 주소 채널'과 똑같았다. 이곳에서 여러 N번방 운영자들이 자신의 방으로 접속하는 링크를 띄워 호객 행위를 벌였다. 당시 이 방의 참가자가 9000명이었고, 공유된 링크만 2만여개에 달했다.

    하지만 조군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지난해 11월에 붙잡힌 조군은 링크공유방 운영 뿐만 아니라, 아동 성착취물 공유방까지 운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비롯해 수많은 여성의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지난달 25일 오전 검찰 송치를 위해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 조주빈, 직접 3세대 링크공유방 운영하기도…법조계 "링크만 공유해도 처벌 대상"

    제2의 와치맨 '커비'가 붙잡히면서 텔레그램 내 링크공유방은 세 갈래로 갈라졌다.

    닉네임 '로리대장태범'을 사용하는 배모군(19·구속)이 운영한 '★공식 링크, 정보공유방★'과, '조커'가 운영한 '★공식 링크, 정보공유방★', 그리고 남은 하나가 바로 조주빈이 직접 운영했던 'Link 정보 공유방(부활)'이다.

    조씨는 커비가 운영했던 방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는 방법을 통해 기존의 링크공유방 유저들을 끌어모으려 했다.

    성착취물을 직접 공유하지는 않으면서 '링크' 등 관련 정보만 공유하는 역시 모두 '음란물 유포' 혐의로 처벌 대상이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이 공유되는 사이트의 링크를 기재하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법 관련 적용을 받아 가중처벌 될 수 있다.

    법무법인 온세상의 김재련 변호사는 "이미 오래전 대법원에서 음란사이트의 링크 공유 역시 실질적으로 음란 정보를 전시 배포할 혐의로 볼 수 있다며 유죄로 판단했다"면서 "링크만 걸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타고 들어가서 음란한 영상 등을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면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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