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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막던지는 '긴급재정명령권'…국회 역할 포기하나

국회/정당

    여야, 막던지는 '긴급재정명령권'…국회 역할 포기하나

    현실성 낮은 긴급재정명령권...갑자기 왜?
    헌법학자들 "지금이 국회를 못 열 때인가 의문" 위헌 시비 가능성도
    대통령으로선 위험부담 커...그런데도 與 "대통령에게 적극 건의"
    여당, 야당 주장 수용 모양새 취하며 추경 협상 테이블 열 목적
    與 관계자 "불법 소지 있다고 본다"...野는 "文, 재정명령권 왜 안하나" 비판만
    '긴급재정명령권' 진지한 검토 없이 정쟁 수단으로 전락
    전문가 "정치권 스스로 자신의 책임 포기하겠다는 말이나 마찬가지"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이 7일 서울 성북구 화랑로에 마련된 통합당 서울 성북을 정태근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가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권'을 놓고 주거니 받거니 하는 가운데 정치권이 스스로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권은 국회의 권한을 건너뛰어야 해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발동될 수 있지만, 이를 대통령도 아닌 여야 정치권이 나서서 먼저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스스로를 패싱하면서 대통령에게 일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긴급재정명령권은 대통령이 경제.재정과 관련해 법적 처분을 국회의 승인 없이 할 수 있도록 한 헌법상 권한이다.

    헌법 76조 1항으로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 있어서 국가의 안전보장 또는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라는 두 가지 조건이 모두 충족 돼야만 발동할 수 있다.

    하지만 헌법학자들은 대통령이 긴급재정명령권이 실제 발동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대체로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지금이 위기상황이라는 데에는 관점에 따라 인정될 수도 있지만,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인지는 논란이란 지적이다. 총선을 앞두고 있다고 해도 추가경정예산을 통과시킬 물리적 한계가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헌법학자들은 대통령이 실제로 명령권을 발동할 경우, 위헌 시비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한다. 긴급명령권조항은 역설적으로 대통령의 긴급명령을 허용하기보다는 제한하기 위한 조항이기에 보다 엄격히 해석돼야 하기 때문이다.

    고문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지금이 위기상황인지, 또는 국회를 정말 기다릴 수 없었는지 대통령 입장에서는 엄격히 입증해야 할 것"이라며 "사후에 국회 승인을 받더라도 위헌 시비가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권은 과거 지난 1993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금융실명제를 발동하며 쓴 적이 있다. 이 때도 위헌시비가 일었다. 헌법재판소는 김 전 대통령의 명령권 발동을 정당한 통치 행위로 봤지만, 해당 조항을 쓸 때는 해석을 엄격히 해야한다는 점을 재차 분명히 했다.

    게다가 긴급재정명령권을 쓰더라도 지체 없이 국회에 보고하고 승인을 받아야 해 국회의 논의 자체가 필요없는 것도 아니다.

    청와대도 국회의 긴급명령권 관련 논의를 두고 언급자체를 곤란해하며 논의에 선을 긋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여당, 야당 주장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겠다"며 "국회에 추경안을 낼테니 국회 심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원내대표)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점검회의에서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야당에 이어 여당도 나서서 긴급재정명령권을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7일 "야당이 동의하면 대통령에 긴급재정명령 건의도 적극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원내대표는 미래통합당에 심재철 원내대표와의 만남 회동을 제안했다. 또 총선 직후 추경안 처리도 요청했다.

    여당으로선 명령권 발동이 불가능한지 알면서도 야당을 추경 논의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명령권 요구를 받아들이는 듯한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결국 여야가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권을 발동 하느냐 마느냐를 서로 던지며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모양새다. 여야 모두 선거를 이유로 할 일은 안 하면서 현실성 없는 대통령의 명령권을 두고 정쟁만 벌이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대목이다.

    더더욱 정부 재정에 대한 심사와 감시란 국회의 기본적 의무마저 저버린 주장이란 점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헌법전문가인 건국대 로스쿨 한상희 교수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통령도 아닌 국회의원 스스로가 명령권을 요청하는 것은 사실 너무한 처사"라며 "자신의 책임을 외면한 것이나 다름 없다. 아무리 선거국면이라도 하더라도 임시국회 소집도 못한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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