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선영에서 열린 '고 조양호 회장 1주기' 추모식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이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사진= 이한형 기자)
한진그룹은 고(故) 조양호 회장 1주기를 맞아 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하갈동 소재 신갈 선영에서 추모행사를 갖고 고인의 삶과 철학을 되새겼다.
이날 추모행사에는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과 한진칼 조현민 전무, 정석기업 이명희 고문 등 가족과 90여명의 그룹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회사 차원의 추모행사는 별도로 열지 않았다.
조양호 회장은 1974년 대한항공 입사 이후 45년 동안 정비와 자재, 기획, IT, 영업 등 항공 실무 분야를 거쳐 △1992년 대한항공 사장 △1999년 대한항공 회장 △2003년 한진그룹 회장 등 자리에 올랐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이 전 세계에서 주목하는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발돋움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유일무이한 우리나라 항공산업 전문가이자 세계 항공업계의 존경받는 리더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서울 연차총회는 우리나라 항공산업을 위한 조양호 회장의 유산으로 평가된다. IATA 연차총회는 항공업계의 UN회의로 불린다.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8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선영에서 열린 '고 조양호 회장 1주기' 추모식을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사진=이한형 기자)
조양호 회장은 1996년부터 IATA 최고 정책 심의 및 의결기구인 집행위원회 위원을 역임했고, 2014년부터는 31명의 집행위원 가운데 별도로 선출된 11명으로 이뤄진 전략정책위원회 위원도 맡았다.
또 2010년대 미국 항공사들과 일본 항공사들이 조인트 벤처를 만들면서 우리나라 항공산업의 중요한 수익창출 기반인 환승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이에 조양호 회장은 델타항공과 조인트 벤처를 추진했고,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개장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이뤘다.
특히 조양호 회장은 국가의 심부름꾼 역할을 한다는 소명 의식으로 2009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을 맡았다. 재임 기간인 1년 10개월 동안 지구 16바퀴에 달하는 64만km를 뛰어다니며 평창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고,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로 이어졌다.
이어 2014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아 올림픽 준비와 관련한 경기장 및 개‧폐회식장 준공 기반을 만들었다.
조양호 회장의 경영철학은 '시스템 경영론'이다. 최고 경영자는 시스템을 잘 만들고, 모든 사람이 각자 역량을 발휘하도록 조율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해야한다는 생각이다.
조 회장은 또 절대 안전을 지상 목표로 하는 수송업의 필수적 요소이자 고객과의 접점이 이뤄지는 곳인 현장을 강조했다. 항공사의 생명은 서비스이기 때문에 최상의 서비스가 최고의 항공사로 평가받는 길이라고 보고 고객중심 경영에 중점을 뒀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조양호 회장이 숱한 위기를 극복하고 대한항공을 글로벌 선도 항공사로 우뚝 설 수 있게 만든 노하우와 이를 위해 차곡차곡 흔들리지 않고 쌓아온 경영철학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절대 가치가 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위기에 빠진 지금 조양호 회장의 경영철학과 걸어온 길들이 다시 조명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너 일가 가운데 조원태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은 이날 추모행사에 불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