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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 위반에 '손목밴드' 검토…법조계는 '신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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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가격리 위반에 '손목밴드' 검토…법조계는 '신중'

    당사자 '자발적 동의'에도…처벌 등 후속 조치는 따져봐야
    강제성 없는 손목밴드, 처벌이나 제재 따른다면 침해 논란도
    정부 행정조치보다는 자발적 협조·지속적 시민 의식 중요
    대한변협, 손목밴드 도입 관련 내부 검토…이르면 오늘 입장

    홍콩의 코로나19 관리용 전자팔찌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자가격리 대상자에게 '손목밴드(전자팔찌)'를 착용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9일 법조계 안팎에서는 대체로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손목밴드 도입에 따른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어 검토가 필요하고 손목밴드를 도입하더라도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실효성에도 의문을 표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도입을 검토 중인 손목밴드는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스마트폰과 일정 거리 이상으로 떨어지면 경고음이 울리고, 자가격리자의 위치를 파악하게 되는 방식이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는 지난 7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에서 '당사자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취지의 법리 해석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도 자가격리 당사자 본인이 자발적으로 손목밴드 착용에 동의해 이뤄진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이 없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하지만 동의한 당사자가 착용한 이후 풀었을 경우 후속 조치가 이뤄진다면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법률에 처벌 규정이 있는지, 이에 따른 처벌이 가능한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다.

    헌법 분야를 주로 다루는 A변호사는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해 장소를 이탈했다면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처벌이 가능하지만, 손목밴드는 달리 봐야 할 것"이라며 "동의에 따라 착용한 손목밴드를 나중에 푼다고 해도 법률이나 법원의 판결 등을 통해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처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손목밴드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자가격리를 위반했을 때 방역 당국이 쉽게 위치를 파악해 효율적인 방역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착용을 강제하거나 벗더라도 제재할 수 없는 손목밴드 방법으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판사 출신의 또 다른 B변호사도 "당사자 동의를 받는다고 하는데 동의하지 않으면 손목밴드를 착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지, 사실상 당사자에게 착용을 강제하는 것인지도 구분이 필요하다"며 "동의했지만, 이를 풀었을 경우와 동의하지 않은 경우 후속 조치가 내려지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안전장비 전문기업 디지쿼터스가 올해 2월 자체 개발한 '스마트 심박수 밴드'를 활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자가격리자의 위치 정보와 건강 상태 등을 관리할 수 있다고 7일 밝혔다. 이 제품은 1초 단위로 심박수를 원격 전송하는 기능을 갖췄다. 심박수가 위험 상태로 가면 119에 자동 전화 호출도 된다. (사진=연합뉴스)

     

    B변호사는 또 자가격리와 손목밴드 착용이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손목밴드 착용은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해 이탈한 경우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킬 가능성이 큰 위험을 사전에 막으려는 조치"라며 "자가격리를 위반했을 때 처벌하면 될 것인데 이전 단계에서 처벌이나 제재를 가한다면 기본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행정조치보다 자발적인 협조, 지속적인 시민 의식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은 손목밴드 방안을 도입하더라도 효과적이지 않고, 자발적인 격리와 감염 방지 수칙이 제대로 지켜진다면 손목밴드 도입은 물론 자가격리자 처벌 논의도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오전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소속 인권위원회가 전날 검토한 정부 손목밴드 도입 방안과 관련한 법리 논의 결과를 정리해 밝힐 예정이다.

    앞서 대한변협 인권위는 손목밴드 방안을 도입했을 때 인권침해 요소는 없는지, 자가격리 대상자의 '거주이전 자유'를 비롯해 타인의 '건강권' , '행복추구권' 등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 충돌하는 문제는 없는지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이찬희 대한변협회장은 "충돌할 우려가 있는 여러 기본권과 관련해 어디에 우선을 둘지 문제가 된다"며 "공공복리나 타인의 건강권을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본다면 손목밴드 도입을 인정하겠지만, (거주이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하더라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기본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인권위에서 비교 형량해 검토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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