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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 게 터졌다" 강남 유흥업소 감염이 더 무서운 이유

보건/의료

    "터질 게 터졌다" 강남 유흥업소 감염이 더 무서운 이유

    지하·밀폐된 방·초밀착 접촉…18층 건물 엘리베이터 공동 사용
    연예인·VIP 방문 많아…"업소, 회원 은폐·거짓 자료 제출 가능성↑"
    정부 "거짓 진술·고의 누락시 징역 2년 등 강력 대처"

    (이미지=연합뉴스)

     

    콜센터에는 직원들이 다닥다닥 붙어 앉는다. 자리엔 칸막이가 있긴 하지만 컴퓨터 한 대가 겨우 들어갈 정도로 좁다. 근무 시간 내내 수십 명의 직원은 끊임없이 전화 응대를 한다. 감염자의 침, 콧물 등 체액을 통해 감염되는 '비말 감염'에 취약한 구조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고객이 잘 안 들린다며 불편을 호소해 응대 도중 벗게 되는 상황도 생긴다.

    이런 특성상 지난달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서는 100명에 가까운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가족·지인 등 2차 접촉에 의한 감염도 61명에 달했다. 지난 7일에는 확진된 콜센터 직원의 남편이 코로나19에 감염돼 격리 도중 끝내 숨지고만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그러나 지난 2일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 종업원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구로 콜센터보다 더 큰 규모의 집단 감염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종업원 A씨(36·여)는 지난달 26일 일본을 다녀온 가수 윤학씨와 접촉했고, 사흘 뒤인 29일 의심 증상이 나타나 진단 검사를 받았다. 이후 지난 2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A씨가 증상이 나오기 이틀 전인 지난달 27일 오후 8시부터 28일 새벽 5시까지, 총 9시간을 업소에서 평소대로 근무했다는 것이다.

    ◇ 콜센터는 지상에 칸막이라도…룸살롱, 지하·밀폐된 방

    우선 문제의 유흥업소는 환기가 힘든 지하 1~2층에 위치했다.

    또 일반적인 클럽과 달리 이 유흥업소는 40개의 룸으로 나누어져 있다. 방 크기는 6명이 들어갈 수 있는 노래방 규모다. 코로나19 감염자와 다른 층에서도 확진자가 나온 콜센터보다 훨씬 밀폐된 공간이란 얘기다.

    이런 곳에서 오랫동안 머무를 경우, 에어로졸을 통한 감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건당국은 "코로나19는 에어로졸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다만, 매우 밀폐된 공간이라거나 좁은 응급실 같은 환경에서 장시간 노출된다면, 에어로졸 감염도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방마다 비치된 노래방 기계 등을 만지거나 이용했다면 비말 감염 우려는 더 커진다. 마이크에 튄 침이나 이물질 등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얼마든지 확산될 수 있다.

    A씨가 근무했던 같은 시간대 손님이나 직원이 아니더라도, 방역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른 손님을 받았다면, 감염 가능성은 동시간대에 온 방문객이나 직원만으로 한정되지도 않는다.

    해당 업소가 있는 18층짜리 건물 엘리베이터가, 입주자들이 함께 사용하는 공용이라는 점도 대규모 집단 감염을 발생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18층에는 숙박업소가 있다. 업소 지하에 있던 직원이나 방문객도 엘리베이터를 타지만 18층 건물 입주자들도 함께 사용 중이다.

    ◇ 2m 거리 유지, 마스크 착용 않는 룸살롱, 초밀착 접촉·대화, 술잔 오가

    코로나19의 주 된 전파 경로가 침방울이라는 특성상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한 확진자는 위험도도 크다. 방역 당국이 2m 이상 거리두기를 권고하는 것도 대화를 주고받을 때 비말이 상대에게 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클럽이나 룸살롱 같은 유흥시설은 콜센터보다 훨씬 밀착해 대화를 주고 받는다. 술잔도 오가고 신체적 접촉까지 이뤄진다.

    이처럼 문이 닫힌 방에서 방문객과 종업원이 붙어 앉아 음주를 즐기는 유흥업소 특성상, 머무는 시간 동안 마스크를 썼거나 일일이 손 소독제를 바르는 등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따랐을 가능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 회원제 운영, 연예인·유명인에게 인기…제출 명단 거짓 진술·은폐 가능성↑

    확진자가 나온 유흥업소는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업소에는 500여 명의 회원 이름과 연락처가 있었고, 서울시 역학조사단은 이를 빨리 확보해 A씨가 근무한 시간대에 있었던 직원과 방문객 116명을 찾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업소가 회원이나 여성 도우미를 숨겼을 가능성도 있다. 신천지 교회처럼 방역당국의 요청에도 거짓 자료를 제출하거나 고의적으로 일부 사실을 누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이재갑 교수는 8일 에 출연해 "회원명부 자체가 얼마나 명확할지도 의문이고 접대 서비스 특성상 카드 결제가 아닌 현금으로 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실제로 A씨가 근무했을 때 어떤 사람이 방문했는지 드러나지 않을 수 있어 역학조사 단계에서 상당한 곤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더구나 해당 업소는 연예인이나 유명한 사람들이 많이 다니던 곳으로 알려졌다. 향후 영업을 위해 업소가 사실을 은폐하거나 방문객도 이를 숨기면 지금까지의 집단 감염보다 훨씬 심각한 규모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유흥업소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젊다 보니 증상이 약하거나 견뎌낼지 모르지만 이를 숨기고 어둠의 전파자처럼 거리를 활보하면 엄청난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강남 유흥업소의 역학조사가 향후 수도권 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사실 은폐나 거짓 진술 시 강력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이다.

    질병관리본부는 "서울 강남구 유흥업소 코로나19 확진자들이 역학조사에서 진술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역학조사 과정에서 거짓으로 진술하거나 고의로 사실을 누락·은폐하는 경우, 관련 법령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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