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2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대성 (화가)
얼마 전 경주의 한 미술관에서 어린아이가 전시된 작품 위에 마치 양탄자 타듯 올라타고 벌렁 눕기도 하고 이런 장면이 화제가 됐었죠. 잠깐 당시의 화면을 현장을 영상으로 보시겠습니다. 이 전시관에 커다란 작품이 있는데 그 위에 아이가 마치 미끄럼틀 올라가듯이 올라가서 눕기도 하고요. 신발을 신은 채 밟기도 하고요. 그거를 본 아버지는 태연하게 사진을 찍습니다.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이었죠. 이 장면 때문에 이 작품은 훼손이 됐습니다. 한국화 거장 박대성 화백의 작품으로 그 가격만 무려 1억 원이 넘는 대단한 작품이었어요. 그런데 더 화제가 된 건 작가의 반응이었습니다. 박 화백은 그게 애들이지 하면서 문제 삼지 말라고 넘겼다는 거죠. 이 대인배 화백 오늘 화제의 인터뷰에서 잠깐 만나고 가죠. 박대성 화백 연결이 돼 있습니다. 박 화백님 나와 계세요.
◆ 박대성>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안녕하십니까? 정말 귀한 우리 미술계의 거장을 이런 일로 인터뷰 하게될 줄은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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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대성> 별말씀을요.
◇ 김현정> 귀한 시간 감사드리고요. 아니, 그 훼손된 작품은 어떤 작품이었습니까? 선생님.
◆ 박대성> 그게 신라 때 김생 스승이 쓰신 하나의 비문입니다.
◇ 김현정> 그게 거의 20m에 달하더라고요.
◆ 박대성> 네, 상당한 대작입니다.
◇ 김현정> 그렇죠. 그러면 작품 길이가 20m 되면 이거 완성하시기까지 시간도 굉장히 오래 걸렸겠는데요.
◆ 박대성> 그런 시간을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고 제가 일생 노력해서 나온 하나의 그런 작품이니까.
◇ 김현정> 세상에.
◆ 박대성> 시간하고는 관계가 없습니다.
◇ 김현정> 일생을 담은 작품이다.
◆ 박대성> 그렇게 네네
◇ 김현정> 맞습니다. 정말 그런 작품입니다. 그 일생을 담은 20m짜리 작품에 아이가 올라가서 눕기도 하고 밟기도 하고 그게 지금 손상된 거잖아요. 이 소식 처음 듣고는 선생님 어떠셨어요?
◆ 박대성> 조금 어느 정도인지는 몰랐었지만 어느 정도로 됐냐 하니까 경미하다 해서 그래서 제가 마음을 놓았습니다.
◇ 김현정> 경미하다 해서. 지금 훼손된 부분을 저희가 유튜브 레인보우로 보여드리고 있는데 경미하다고 하기에는 저게 워낙 대작이기 때문에 엄청 가치가 있는 작품이기 때문에 저 정도로 지금 이 훼손이 됐으면 저는 꽤 많이 훼손된 느낌인데요, 선생님.
◆ 박대성> 할 수 없잖아요.
◇ 김현정> 할 수 없잖아요 (웃음)
◆ 박대성> 그게 더욱이 그게 어른이 아니고 애가 했다 하는 것은 우리가 더 생각할 여지가 없이 그건 문제가 삼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게 아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이의 아버지가 말리기는커녕 사진 찍어주는 모습을 보시고는 화가 나셨을 법한데요.
◆ 박대성> 그거는 조금 화가 나지만 또 거기도 사정이 있을 것 같아요. 그런 문화적으로 거기까지 안 미칠 때는 그게 그분이 또 사정이 있는 거거든요. 안 그렇습니까? 중요하다면 애를 말렸겠죠.
◇ 김현정> 문화적으로 어떤 그런 부분에 대한 소양이 조금
◆ 박대성> 우리 문화가 그렇게 성숙이 안 됐거든요. 아직은.
◇ 김현정> 그분이 혹시 직접 사과 전화는 하셨나요? 아이의 아버지가?
◆ 박대성> 그런 거를 못 받았습니다.
◇ 김현정> 아이고, 못 받으셨어요?
◆ 박대성> 사과 받고 그럴 문제도 아니고 해서.
◇ 김현정> 아니, 손해배상청구는 안 하시고 오히려 통 크게 용서한다 그러셨어요.
◆ 박대성> 그게 우리 사회가 너무 뭘 이렇게 팩트가 많고 해서 그래서 그런 거는 아닌데 사실은 저는 그렇게 살아오고 있습니다. 왜 그러냐 하면 서화(글씨와 그림)라 하는 그런 창작의 세계는 그런 거하고는 조금 멀어야 됩니다.
◇ 김현정> 손해배상이라든지 세상적인 것.
◆ 박대성> 제 스스로 수양을 하면서 소위 말하면 사랑이라고 하는 거대한 틀 속에 내가 움직여야 되기 때문에 그런 사소한 일로 나를 자꾸 신경을 쓰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아이고. 사랑이라는 것이 이 작품에는
◆ 박대성> 우리가 그렇잖아요. 우리가 그런 음양을 정해놓고 음이 아니면 양이 그렇게... 인간이라고 하는 것은 완벽할 수 없으니까 서로 이해하는 가운데 그렇게, 더불어 이렇게 가야 되지 않느냐. 그런 논리입니다.
◇ 김현정> 제가 지금 뒤통수 한 대를 꽉 맞은 것처럼 가슴이 먹먹합니다.
◆ 박대성> 아이고.
◇ 김현정> 아이고, 선생님한테 손해배상 얘기한 제가 좀 부끄러워지네요. 큰 사랑을 얘기하시니까.
◆ 박대성> 더욱이 어린이니까 그 어린이는 그런 데는 제동장치가 없잖아요.
◇ 김현정> 여러분, 박대성 화백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정말 대단하신 분이세요. 수묵화의 대가로 자연주의 화풍을 그린 겸재 정선, 소정 변관식, 청전 이상범 선생으로 이어지는 실경산수, 진경산수라고도 불리죠. 그 화풍을 잇는 분이십니다. 또 이슈가 최근에 된 것은 이건희 회장 컬렉션 거기에 박 화백님 작품도 있더라고요.
◆ 박대성> 그 회장님이 평소에 생존해 계실 때 저를 상당히 격려하고 용기를 많이 주신 어른입니다. 그래서 제가 길지는 않지만 한 3~4년 동안 전속 일을 맡아서 했습니다.
◇ 김현정> 그러신 인연이
◆ 박대성> 그때 그 작품들을 했습니다.
박대성 화백-한라산
◇ 김현정> 그러신 인연이 있군요. 여러분, 지금 저희가 잠깐 화면 보여드렸는데 작품 활동하시는. 사실 박 화백님은 한 팔로 그림을 그리세요. 6. 25 전쟁통에 한 팔을 잃고 한쪽 팔로만 그림을 그리시는 분인데 저는 두 팔 다 가지고도 글씨가 영 시원치 않은데 불편하지는 않으세요? 작품활동 하시기.
◆ 박대성> 그런데 저는 평소에 한 시기를 지나서 그걸 깨달았는데 오늘날 제가 세상에 이름 석 자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그 고마움이 어디에서 나온 결과냐 하면 제가 한 팔이 불편했기 때문에 그걸 극복하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이 지경에 온 겁니다. 그래서 아, 이게 정말 나에게는 고마운 존재다. 세속적인 말로 하면 고기 한두 근 없어졌다고 실망하면 안 된다는 그런 얘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어릴 때부터 새로운 어떤 정신세계를 가져야겠다고 그런 걸 다짐하고 오늘날까지 온 겁니다, 이게.
◇ 김현정> 팔이라는 거, 한쪽 팔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고기 한두 근인데 그거 없어졌다고 내가 뭘 못하나. 오히려 그게 더 자극이 됐다, 작품활동을 하는 데.
◆ 박대성> 그렇죠, 그게 내 운명을 바꾸어놓은 겁니다. 그걸 정말 제가 그림 그릴 때 두 팔이 필요 없습니다. 다소 불편이 있더라도 그거를 극복하는 가운데 지혜도, 어떤 용기도 마음의 심지도 굳어지고 그런 게 있습니다.
◇ 김현정> 선생님, 저 너무 많이 배웁니다, 오늘. 음이 양이 되고 양이 음이 될 수 있다는, 이 어떻게 보면 진리를 오늘 선생님 통해 배우고요. 사랑의 정신을 배우는 오늘 짧지만 정말 값진 인터뷰였습니다. 앞으로도 건강하시고요. 좋은 작품 많이 남겨주시기를 저 응원하겠습니다.
◆ 박대성> 감사합니다.
◇ 김현정> 네, 오늘 고맙습니다.
◆ 박대성>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한국화의 거장 박대성 화백이었습니다.김현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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