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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한 문제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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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감한 문제는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중국

    [베이징 리포트]

    중국인들은 말을 할 때 ''좋다, 나쁘다'' 식의 분명한 표현을 잘 사용하지 않는다. 일상생활에서도 ''하이커이(還可以)'' 또는 ''차부뚜어(差不多)''라는 식의 모호한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

    ''하이커이''는 ''그런대로 괜찮다''라는 표현으로 좋다는 의미로도 좀 부족하다는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차부둬라는 말은 ''큰 차이가 없다''는 뜻으로 크게 모자라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중국 근대의 문호인 후스(胡適)는 이 ''차부둬''라는 표현을 의인화해서 <차부둬 선생전="">이라는 소설을 썼다. 차부둬 선생은 따지기를 싫어하고 대충대충 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머니가 백설탕을 사오라고 심부름을 시켰지만 황설탕을 사와서 차부둬 아니냐고 반문하고 돈 계산을 할 때 십(十)자나 천(千)자가 획 하나 차이에 불과하다며 따지지를 않는다. 그가 중병에 걸려 의사를 불러야 하는데 수의사를 불러왔다. 그는 수의사나 의사나 그게 그거지 하며 대충 치료를 받다가 죽는다. 세상을 떠나면서도 ''죽는 것과 사는 것도 차부둬 아닌가''라며 숨을 거둔다.

    이 소설은 딱 부러지게 표현을 하지 않는 중국인의 모호한 태도를 빗댄 것이다.

    중국인들은 어떤 일을 스스로 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으면 그런 식으로 얼버무려 말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중국인들 스스로도 상대방의 진정한 의중을 판단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BestNocut_L]이번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보면 중국인의 이같은 모호성이 그대로 드러난다. 북한이 인공위성을 발사한다고 예고한 직후부터 중국의 공식 입장은 ''각측이 냉정을 유지하고 신중하게 처신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나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는 북한측에 대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발사행위를 자제하라고 촉구하는 것처럼 해석될 수도 있고, 한·미·일에 대해 너무 과잉대응해서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를 하지 말라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것이었다.

    양제츠 외교부장이 한·미·일 외교장관과 가진 회담에서도 똑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3월 17일부터 4월 2일까지 6차례의 외교부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관련한 친강 대변인의 답변은 매번 같은 대답이었다. 지난 5일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직후 외교부 웹사이트에 공개된 정부 입장 역시 같은 내용이었다.

    장위 대변인은 "관련국들이 냉정과 자제력을 발휘해 지역 평화와 안정 국면을 유지해 나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발사한 것이 위성인지 미사일인지, 또 위성이라면 성공적으로 궤도에 진입했는지 등에 대해 한국, 미국, 일본은 물론 러시아도 독자적인 판단을 내놓았지만 유독 중국만은 어떤 판단도 내놓지 않고 있다.

    중국 언론도 외신을 인용해 관련보도를 할 뿐 정부 당국이 어떤 판단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는다. 정부가 발표한 표현을 그대로 사용할 뿐이다.

    북한에 대한 제재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된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도 중국은 제재에 반대한다거나 찬성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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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예수이(張業遂) 유엔대표부 중국 대사는 "안보리의 대응은 ''신중''하고 ''적당''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장 대사는 "각국이 자제하는 태도를 유지하고 긴장을 높일 수 있는 행동을 취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재를 하지 말자는 것인지 아니면 한·미·일이 추진하는 강력한 제재의 톤을 낮춰서 제재를 하자는 것인지 해석이 분분하게 나오는 것도 이 표현 때문이다.

    중국이 이처럼 애매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자신의 입지를 넓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전략적인 모호함이라는 분석도 있다.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은 중국인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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