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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지하철역에서 오는 10월부터 일제히 ''우측보행''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에스컬레이터 진행방향 바꾸기 등 준비작업이 더딘데다 홍보도 미흡해 혼란은 물론 자칫 안전사고 까지 우려되고 있다.
◈ 좌우 바뀐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앗차''…아슬아슬한 우측보행
하루 평균 12만명이 오가는 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 친구들과 함께 역으로 들어가던 한 중년 여성은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려다 발을 헛디딜 뻔 했다.
우측통행 탓에 상하행선 에스컬레이터의 위치가 바뀐 것을 모르고 올라오는 방향으로 잘못 진입한 것이다.
우측통행 시행을 준비하면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의 위치는 기존의 좌측에서 우측으로, 반대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는 우측에서 좌측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이를 알리는 안내문은 눈에 잘 띄지 않아 에스컬레이트를 잘못타는 시민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한 30대 남성은 ''''좌측통행의 습관을 버리기가 쉽지 않다''''며 ''''홍보가 더욱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에스컬레이터 안전사고의 위험은 대부분의 역사에서 도사리고 있다. 충분한 홍보기간 없이 날짜에 맞춰 무리하게 에스컬레이터 방향부터 바꾸다보니 시민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시의 경우 모두 163개 역 1,109대의 에스컬레이터 방향을, 무빙워크는 6개역 20대의 방향을 바꿔야하지만 아직까지도 상당수의 지하철역들이 우측통행을 위한 시설정비가 되지 않은 상태다.
서울메트로 설비팀 관계자는 ''''기계 방향을 바꾸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다''''며 ''''특히 1,4호선의 경우 시설이 오래됐기 때문에 에스컬레이터 방향을 무리하게 바꾸면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시각 장애인은 좌측통행해라? 그나마 시각 장애인들을 위한 유도블럭 교체는 이번 우측보행 시설 정비 계획안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메트로 홍보팀 관계자는 ''''시각장애인 유도블럭은 해당 법률안이 있어 함부로 바꿀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우측보행 실시안에서 제외됐다''''며 ''''관련 규정이 까다로워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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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시각장애인들은 우측통행에 맞춰 위치를 바꿔놓은 개찰구로 잘못 진입할 수도 있고 기존 좌측 통행에 맞게 설치된 블록을 따라가다가 우측통행하는 일반인들과 부딪칠 위험도 크다.
한국시각장애인여성연합회 전인옥 상임이사는 "길을 걸을 때 유도블럭은 우리에게 눈과 같은 역할을 한다"며 "방향이 바뀌지 않으면 마주오는 사람들과 부딪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공사때부터 설계 자체가 좌측통행에 맞춰진 역 구조도 골칫거리다.
지하철 2호선 영등포구청 역의 경우 2,5호선 환승통로의 방향안내 유도띠나 표지판이 좌측통행 기준으로 맞춰져있어 우측보행을 시행하면 계단을 내려와 잠실방향 2호선을 이용하려는 사람들과 5호선 환승구에서 올라오는 승객들이 서로 부딪치게 된다.
이에 해당 역사 관계자도 ''''10월부터 홍보 캠페인을 벌이겠지만 완전히 자리잡기까지는 시간이 상당히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 정부는 "서둘러라" 요구 이처럼 사전 준비나 홍보가 부족한데도 정부와 시의회는 ''''준비기간이 충분했으니 서둘러 시행하라''''고 종용하고 있어 졸속 추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BestNocut_R]우측통행을 제안한 서울시의회 도시관리위원회 강감창 의원은 ''''서울시민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또 비교적 협조가 용이한 지하철역들을 중심으로 우선 서둘러 우측보행을 시작하자고 건의했다''''며 "지난 4월부터 행정안전부, 국토해양부와 함께 추진하기로 입을 맞췄기 때문에 비교적 준비가 잘 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현장은 그 속도를 따라 맞추기가 버겁다.
서울 메트로 관계자는''''9호선의 경우 모든 역이 방향을 바꿨지만 우리(1,2,3,4호선)의 경우 방향 전환대상인 471대의 에스컬레이터 가운데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158대에 대해 조치를 취했다, 29일까진 전체적으로 바꿀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진행 속도상 하루에 40대정도만 공사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주말을 뺀 7일 내로 모든 에스컬레이터 방향을 바꾸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시민교통안전협회 김기복대표는 "수십년동안 옳든 그르든 우리는 좌측통행을 받아왔다, 이같은 관습적인 행동을 시설도,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시행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시간을 좀 더 갖고 시행해야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