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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좀 내비둬라"…''오세훈 풍자'' 과잉 대응 논란

사회 일반

    "그냥 좀 내비둬라"…''오세훈 풍자'' 과잉 대응 논란

    서울시,''디자인서울'' 풍자행위 중단 압박…경찰까지 수사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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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모습이 가장 중요한 도시, 서울에 잘 오셨습니다''

    지난달 19일 서울 서소문 서울시청 별관 앞 인도에 희한한 ''낙서''가 등장해 시민들의 눈길을 끌었다.

    인도에 눌러 붙은 먼지를 청소용 솔로 닦아 글씨 모양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수려한 글씨체로, 그것도 그냥 쉽게 그린 것이 아닌 먼지를 제거해 그럴듯하게 새긴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서는 누구든지 ''누가 그랬을까''를 한번쯤 생각해 봤을 것이다.

    진한 풍자와 신랄한 조소를 담은 이같은 낙서는 이곳 말고도 비슷한 시기에 대학로와 서울대 근처 관악로에도 등장했다.

    ◈ 젊은 디자인 학도들, ''디자인서울'' 비틀기

    마치 도시의 벽화인 그라피티 악화를 연상케 하는 문제의 낙서를 새긴 주인공은 비공식 불법 서울디자인 프로젝트, 이른바 ''해치맨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내건 디자인 학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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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 미대 선후배 사이인 장우석(29), 민성훈(26), 최보연(25) 씨와 디자인사업가 조성모(28)씨 등이 지난 4월부터 본격적으로 ''해치맨 프로젝트''에 나선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디자인서울'' 정책에 대해 시민의 다양한 의견이 논의되는 공론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다시 말해 오세훈 시장의 도시디자인 철학에 이의를 제기한 것.

    민성훈씨는 "정말 디자인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찰나에 막상 제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학교가 있는 관악구의 노점상 정리였다"며 "그런 고민을 친구들과 나누다가 디자인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디자인으로 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기로 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은 먼지로 낙서를 새기는 ''청소 프로젝트'' 뿐만 아니라 디자인서울 정책을 비꼬는 문구가 쓰인 스티커 400장을 도심 곳곳에 붙이는 작업도 해왔다.

    서울시의 상징인 해치 가면을 쓰고 ''해치맨''으로 변장해 서울시내 버스정류장과 가판대, 지하철 시설물 등에 도배돼 있다시피 한 서울시 홍보 포스터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문구는 귀엽기까지 하다.

    ''한강에 나무 좀 그만 뽑으세요, 그늘이 하나도 없어요'', ''진짜 우리 문화는 치워버리고 어디서 이상한 것만 주워다 놨어요'', ''서울은 365일 공사중'', ''그냥 좀 내비둬라. 노점상이고 달동네고 동대문운동장이고'' 등이다.

    서울시 홍보 문구를 비웃는 문구들이지만 원래의 홍보물에 잘 어울리도록 디자인돼 있어 신선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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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적어 놓은 현재의 홍보물에 반대 목소리를 덧붙여 ''진짜'' 서울시민들의 목소리를 찾겠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발칙하고 도발적인 이들의 서울디자인 비판은 최근 높은 벽에 부딪혔다. 경찰의 조사를 받는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민성훈 씨는 지난달 23일 공공기물 파손 혐의로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 압박 전화에 경찰 수사까지…시정비판에 대처하는 서울시의 방식

    2시간이 넘는 조사에서 경찰은 민씨에게 "공공 홍보물 훼손은 징역 7년, 벌금 2천만원에 해당하는 중대한 범죄"라면서 "의도적으로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 외국계 사이트(구글)에 홈페이지를 만들었냐"며 관련 내용을 추궁했다.

    민씨는 천안함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시민들에 대해 경찰이 입단속에 나섰다는 말이 그제서야 실감났다고 했다.

    해치맨

     

    좀 오버하는 것 같았던 경찰의 조사는 서울시의 불편한 심사가 작용한 듯하다. 왜냐하면 서울시 역시 이들의 행위에 대해 경찰조사 이전부터 집요하게 문제를 삼아왔기 때문이다.

    김선숙 서울특별시 홍보담당관은 몇 차례의 전화 끝에 이들과 만나 "공공시설물에 대한 훼손으로 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면서 "붙이고 다녀도 우리가 떼니 소용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들은 서울시의 전방위적인 압박에 결국 불법이라는 스티커 부착행위를 멈추어야 했다.

    시정 비판에 가차 없이 칼을 들이대는 식의 서울시의 반응을 보면 ''시민과의 공감''이라는 원칙을 무색케 한다.

    서울시장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재선에 성공한 오세훈 시장의 취임 일성은 "시민과 ''함께'' 만드는 따뜻한 서울"이었다.

    오 시장은 취임사에서도 "시정의 제1원칙을 시민과의 공감에 두고 각계각층 시민과 시의회, 자치구, 지역대표, 시민단체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BestNocut_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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