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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베스트셀러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의 저자 미치 앨봄(52)이 지난 4일 방한했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은 1997년 미국 출간 후 전 세계에서 1600만부, 한국에서만 300만부가 팔렸다. 그의 한국방문은 1988년 서올올림픽 때 스포츠기자로 찾은 후 22년 만이다. 앨봄은 지난 6일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저서에 얽힌 얘기, 인생의 스승, 현재 근황 등에 대해 밝혔다.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은 1995년 루게릭병으로 죽음을 앞둔 대학(미국 브랜다이스대) 은사 모리 슈리츠와 매주 화요일에 만나 나눈 얘기를 엮은 책이다. 사랑, 가족, 죽음, 용서 등에 관한 열네 번의 인생수업이 담겼다.
잘 나가는 스포츠칼럼니스트이자 방송인이던 앨봄은 16년 만에 은사와 재회한 후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다"고 했다. "일에 매달리고 세속적 성공만 좇느라 영혼의 결핍을 느꼈던" 그는 "''불행하게 죽고 싶지 않으면 매순간 자기 내면에 귀기울여라. 내일은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일을 미루지 말라''는 모리 교수의 말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고 했다. 일에서의 성취보다 중요한 인생의 가치가 있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BestNocut_R]
앨봄은 현재 5개의 봉사단체를 운영하며 아이티 고아를 돌보는 일도 한다. 그가 봉사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모리 교수 덕분이다. "교수님이 어느날 ''이웃을 위해 무슨 일을 하느냐''고 물으셨죠. ''1년에 한 번 기부를 합니다''라고 했다가 많이 혼났습니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어. 글과 말로 호소력을 주는 너의 재능을 선행을 베푸는데 이용해보라''고 하셨죠."
누구나 인생의 참스승을 찾으려 노력한다. 하지만 앨봄은 ''인생의 스승은 어디에나 있다''고 말한다. "아이티 고아들은 흙바닥에서 자고 끼니를 거르기 일쑤지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달고 살아요. ''폐허 속에서 살고 가진 것도 없는데 무엇이 감사하느냐''고 물으면 ''이렇게 살아있잖아요''라고 해요. 아이들에게 더 많은 걸 배웁니다."
앨봄은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이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될 지 전혀 예상못했다는 얘기도 들려줬다. "미국의 집 지하실에서 이 책을 쓸 땐 죽을 때까지 내 자동차 트렁크에 팔리지 않은 책을 한가득 싣고 다닐 줄 알았어요. 죽어가는 노교수의 이야기는 너무 우울하고 슬프다는 이유로 출판사에서 수없이 거절당했죠."
그는 이어 "이 책이 세계적인 공감을 얻은 이유는 사인회장에서 만나는 독자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독자들이 지갑을 꺼내서 ''이 분이 제 모리였습니다''라고 말씀하세요. 본인의 할아버지, 어머니, 친구 등이죠. 누구나 자신에게 삶의 교훈을 가르쳐준 사람과 이별한 경험이 있잖아요. 이 책을 보면서 스승을 추억하는 거죠."
8년의 동행, 천국에서 만난 다섯 사람, 단 하루만 더 등 그는 유독 죽음에 관한 얘기를 많이 다룬다. ''특별한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동의하지 못한다. 나는 죽음이 아니라 삶에 대해 쓰는 작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죽음도 우리 삶의 일부 아닌가. 현대인이 삶을 되돌아보게 하려면 ''인생이 유한하다''고 말해야 효과적인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임종을 앞둔 사람들에게 "살아있는 한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며 용기를 북돋웠다. "지나간 삶을 후회하지 마세요. 긍정적으로 삶을 되돌아보세요. 한 사람의 인생은 강에 던진 돌이 파장을 일으키는 것과 같아요. 단 한 사람에게 끼친 영향도 세월이 흐르면 많은 파급력을 지니죠.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앨봄은 방한기간 중 청소년 학습공간 ''하자센터'', 숭의여고 등에서 강연을 하며 많은 청소년을 만났다. 그는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한국의 청소년은 성공에 대한 부담감이 심한 것 같아요. 공부 잘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선생님 말씀 뿐 아니라 자기 마음의 소리에도 귀기울이세요. 자신에게 너무 엄격해지지 마세요."
"인간의 시간에 대한 집착을 다룬 소설을 준비 중인" 앨봄은 4박5일간 봉사활동, 강연, TV 출연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8일 출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