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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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아 씨가 22일 자신의 자전적 에세이 ''4001''을 발간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신 씨가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의 실명을 공개하면서 자신의 치부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신정아 씨는 이 책에서 2007년 이른바 ''신정아 사건'' 전후의 진행과정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관계, 언론과의 관계, 자신을 둘러싼 학력위조 사건과 예일대 박사학위 수여의 전말,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 사회 고위층 인사들의 부도덕한 추문 등을 자신의 시각에서 낱낱이 밝히고 있다. 자신의 치부도 과감하게 드러내고 있지만 자신에게 불리한 부분은 ''편집''내지는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신정아는 왜 자신의 치부를 세상에 드러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신정아씨의 자전적 에세이집 책은 읽어봤나?= 어제(23일) 오후에 구해서 읽어봤다. 신정아씨의 자전적 에세이집 ''4001''이 발간 하루 만에 초판이 매진됐다는 얘기를 듣고 오후 2시에 광화문 교보문고에 책을 구입하러 갔는데 이미 재고가 없었다. 서점에서 검색을 해보니 다른 교보문고 매장에도 책 재고가 없다고 나왔다. 출판사에 확인을 해보니 초판으로 인쇄한 5만부가 모두 배본이 끝났다고 했다. 그래서 22일 오후 책을 구입했다는 지인에게 부탁해서 책을 구해서 밤늦게까지 읽었다.
▲ 책 내용은 언론보도를 통해서 알려지기도 했고 방송에서 다루기에 부적절한 내용도있는 것 같으니까 생략을 하기로 하고 신정아씨가 왜 이 책을 쓴 거냐?= 신정아씨나 출판사를 통해서 책을 쓰게 된 동기나 기획의도에 대해 확인하려고 했지만 직접 듣지는 못했다. 다만 신정아씨가 책을 쓸 것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얘기였다. 신정아씨 사건 수사에 관여했던 검찰 관계자는 신정아씨가 지난 2009년 석방된 후 자서전을 쓸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정아씨가 자서전을 쓰게 된 배경은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책을 출판한 사월의 책 안희곤 대표는 ''4001''을 지난 해 여름부터 준비했다면서 "기획과 계약 등의 내용은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대외비로 하는 것으로 저자와 약속했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 유명 인사들에 대한 폭로로 관심을 끌려는 마케팅 전략 아니냐? 이런 해석들이 많은데?= 신정아씨가 실명을 거론한 이유가 책 판매 마케팅 전략이라는 분석들이 많다. 노이지 마케팅을 통해 책 선전효과를 거두려고 한다는 것이다. 사실 책이 발간된 지 하루 만에 초판 5만부가 다 서점가에 배포됐고 오늘 3만부 정도의 2판이 발간될 예정이라고 하니까 이런 해석이 나올 만하다. 그렇지만 출판사 측은 노이지 마케팅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안희곤 대표는 "사실 원고는 훨씬 더 셌다"면서 "논란이 될 것을 예상은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저자의 얘기를 못하게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은 편집을 한 데다 책 내용에 대해 법적인 검토를 모두 마친 상태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실명거론''을 놓고 의도적인 노이지 마케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독자들에게 신 씨의 말을 이해시키고 공감을 받기 위해서는 모든 정황을 자세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지금 본말이 전도되고 있다. ''폭로''가 목적이었다면 편집을 이렇게 안했을 것"이라며 "그동안 신 씨는 잘못하지 않은 부분까지 과도하게 비난받아왔고, 잘못 알려진 사실을 바로잡는다는 데 더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 책에는 신정아씨 자신의 치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데 왜 자신의 치부를 드러냈다고 보느냐?= 책을 읽으면서 자서전을 쓴 배경이나 자신의 치부를 공개하는 이유를 세 가지 관점으로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는 자신을 위한 변명이고 두 번째는 자서전을 통해 금전적 수익을 올리고자 하는그런 의도도 있을 것이고, 세 번째는 사회에 대한 복수 내지는 보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을 위한 변명은 책의 상당부분이 신정아씨의 살아온 삶의 기록이었는데 자신의 입장에서 기술하고 있다. [BestNocut_R]
미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과정 미국 유학과 학위취득과정, 언론과의 관계, 금호미술관과 성곡미술관 근무와 관장들과의 관계 등이다. 신정아씨는 "지난날을 반성하는 마음으로 썼다"고 말했지만 ''반성''보다는 자신을 위한 변명 내지는 자신의 삶의 여정을 상당부분 ''미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줬다. 학력위조 논란에 대해 "코딱지만 한 노력일지언정 노력을 기울였으니 덜렁 돈을 내고 산 학위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나만의 개똥철학이었다"고 변명하고 있으며 동국대 교수 채용과정에서도 외부의 도움이 없었다면서 빠져나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황당한 자서전''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는데 신정아씨는 자신의 입장에서 본인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을 위한 변명을 세상에 공개적으로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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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판매가 목적일 수도 있다는 거냐?= 자신의 치부를 스스로 드러낸 이유 가운데 하나는 ''노이지 마케팅'' 또는 ''책을 팔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신정아씨는 현재 특별한 직업이 없다. 23일에는 법원에서 성곡미술관 재직 때 횡령한 것으로 확정판결이 난 부분에 대해 성곡미술관에 1억2천975만원을 돌려주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했다. 횡령금액이 3억2천만 원인데 박문순 관장이 반환한 1억 원을 제외한 2억2천만 원의60%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하라는 결정이 내려졌으니까 거액이 필요하다.
신정아씨가 출판사와 인세부분을 어떻게 계약했는지는 비공개여서 알 수 없지만 단순하게 책값의 10%가 인세로 볼 경우 5만부가 모두 팔렸으니까 7천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지금 추세대로라만 20만부는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으니까 인세를 책 판매액의 10%로 추산할 경우 2억8천만 원을 단숨에 벌게 된다. 이 책을 바탕으로 영화 시나리오가 나올 경우 신정아씨의 추가로 경제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자신과 직접 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의 실명을 공개함으로써 세간의 관심을 끄는데는 성공했다. 그런 점에서 마케팅 전략아니냐는 그런 분석과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회 또는 세상에 대한 복수 또는 보복은 어떤 의미냐?= 신정아씨는 자신이 경험한 미술계, 언론계, 법조계, 등 사회 각 분야에 대한 고발적인 내용을 실명을 거론하며 치부를 드러내는데 주저함이 없다.
우선 ''똥 아저씨''로 불리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관계다. 신정아씨는 "변 전 실장과의 관계가 누가 누구를 이용하고 누가 득이고 실인지 따지는 관계가 아니었다. 시작부터 불륜이었고 마지막도 아프게 끝났지만 두 남녀가 5년이나 만나왔다는 것 자체가 ''활용''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변 전 실장을 만난 뒤 오랫동안 ''친구처럼 연인처럼 아빠처럼 좋아하고 사랑했다''고 고백하면서도 별다른 도움을 받지 않았음을 여러 곳에서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결과와는 다른 부분이 많았고 변 전 실장이 자신에게 해준 선물 중에는 자신의 상품권을 보태서 산 경우도 있다거나 호텔비를 낸 적이 한 번도 없다거나 자신을 자빠뜨린 뒤에는 예술의 예자도 꺼내지 않았다는 등 변 전 실장을 폄하하거나 깎아내리는 부분이 많았다. 신 씨는 변양균 전 실장과의 이야기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책에 이 내용이 들어가는 게 바람직한지에 대해 심사숙고 했다''''며 ''''하지만 제가 4년 동안 겪은 일을 쓰면서 이 내용을 감춘다는 건 이제와 너무 구차한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자신과 관련된 부분을 지나칠 정도로 적나라하게 공개함으로써 변양균 전 실장을 또다시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는 점을 간과한 건 아닌지 의문이 들었다.
▲언론이나 법조계에 대해서는 어떤 폭로하고 있는 거냐?= 언론에 대해서도 자신의 경험이나 자신과 친분이 두터웠던 기자들의 배신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다. 신문사와 기자들의 실명을 그대로 공개하면서 친분을 이용해 기사를 작성했다거나 사실을 잘 아는 기자가 사실을 왜곡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방송에서 기자들의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겠지만 자신이 언론의 도움을 받았던 부분은 적당히 빠져나가면서 자신에게 서운하게 했던 기자들에 대해서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공격을 하고 있다. 정치인이 된 C씨가 술자리와 택시에서 성추행했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자신을 변호했던 변호사에 대해서도 불성실, 돈만 밝히는 등의 표현으로 궁지로 몰아갔다. 자신을 수사한 검사들도 표현을 축약하자면 악랄 윤 모 검사, 젠틀 권모 검사, 혹독 문모 검사 등으로 자신의 감정을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특히 정운찬 전 국무총리에 대해서는 "겉으로는 고상할 뿐 도덕관념은 제로였다''는 표현을 할 정도였다.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지도자계층의 위선과 허위의식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우울한 사건"이라고 지적한대로 사회를 향한 고발이라는 형식을 띠고 있다.
▲정운찬 전 총리를 겨냥한 것 아니냐? 이런 얘기들이 있는데?= 신정아씨의 자서전이 정운찬 전 총리만을 겨냥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 전 총리와의 관계에 대해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긴 하지만 책 전체를 보면 일부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언론에서 정 전 총리와의 관계에 주목하는 이유는 정 전 총리가 최근의 뉴스메이커였기 때문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정 전 총리가 동반성장위원장으로서 ''초과이윤공유제''를 제기하면서 뉴스메이커로 부상했고 한나라당이 성남 분당을 지역 보궐선거에 전략공천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와중에 이 책이 발표됐기 때문이다.
신정아씨는 "정 전 총리가 서울대 총장으로 재직하던 2005년 서울대 교수와 미술관장직을 제의했다"거나 "자신을 만나자는 때는 늘 밤 10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거나 "대놓고 자신을 좋다고 했다. 앞으로 자주 만나고 싶다. 심지어 사랑하고 싶은 여자라는 이야기까지 했다"고 까발렸다. 신 씨는 언론을 통해서 보던 정 전 총장의 인상과 실제로 자신이 접한 모습이 너무나 달라 혼란스러웠다"면서 "정 전 총장은 처음부터 자신을 단순히 일 때문에 만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만나려고 일을 핑계로 대는 것 같았다"거나 "차마 표현하기 어려운 돌발행동을 보여줬다"고 폭로했다.
물론 정 전 총리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유력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한 자체가 명예훼손이 되는 건 아닌가?
=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 신정아씨는 ''4001''에서 전직 대학 총장, 전 기업 총수, 현직 국회의원, 대학 교수, 언론사 기자, 병원 의사 등 자신과 직접 간접적인 관계를 맺어온 인물들에 대해 대부분 실명을 거론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신 씨의 책에 실린 내용이 진실이냐 허위냐를 떠나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 한 중견 변호사는 "명예훼손죄는 형법상 당사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처벌할 수 없지만 현재 당사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처벌의사를 밝힐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공인일 경우를 제외하고 기자나 의사 등 실명이 거론된사람들의 경우 명예훼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신정아씨나 출판사 측에서는 법률검토를 거쳤다며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정아씨는 기자간담회에서 "변호사들의 자문을 받아 원고를 6개월에 걸쳐 꼼꼼하게 검토했다"며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는 변호사가 동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신정아씨가 실명을 거론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법조계나 문화계에서는 고 장자연씨의 경우 피해자였지만 신정아씨는 사회적 약자로서의 피해자는 아니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그런 점에서 신씨의 자서전은 의도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2007년 신정아 사건이 언론의 황색저널리즘으로 인해 부풀려지고 사생활을 침해하고 인격을 모독한 점은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학력을 위조하고 유력인사와 관계를 맺은 신정아씨의 행동이 정당화 되는 건 분명 아니다. 신정아씨는 피해자인 동시에 일종의 가해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신정아씨는 스스로를 상품화하려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