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월 리비아 사태 때 전세기를 이용해 철수한 교민 중 항공료 미납자에 대한 법적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항공료 납부의 최종 시한으로 제시한 날짜는 이미 지났지만, 아직 항공료를 내지 않은 교민들을 상대로 즉각 소송을 제기하자니 고려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2일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 2월25일 이집트항공 에어버스330기를 긴급 임차해 리비아 주재원과 건설현장 직원, 가족 등을 포함한 교민 198명을 태워 인천공항으로 무사히 탈출시켰다.
당시 임차계약은 외교부와 이집트 항공 간에 이뤄졌으며, 외교부는 탑승 교민으로부터 개별적으로 항공료를 받아 항공사 측에 지급하기로 했다.
항공료는 1인당 753달러 77센트(한화 약 81만 5천원). 외교부와 현지 대사관은 전세기 탑승자들에게 항공료 납부 방식을 미리 공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달 초까지 전체 탑승객의 30%에 가까운 60명이 항공료를 납부하지 않았었다. "국가가 내줘야지 우리가 왜 내야 하느냐" "돈이 없다"는 등의 이유였다.
외교부가 3월20일과 4월13일 두 차례에 걸쳐 항공료 납부를 독촉하는 공문을 내보냈지만 대부분의 미납자들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외교부는 지난 9일 ''5월18일까지 항공료를 내지 않을 경우 법적 조치도 검토할 수 있다''는 내용의 최종 독촉장을 발송했지만, 18일까지 추가로 항공료를 납부한 교민은 17명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미납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납부 의사 확인에 들어갔다. 원칙대로라면 이들을 상대로 즉각 채권ㆍ채무 관계에 입각한 약식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개인별ㆍ회사별로 각자 사정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외교부 관계자는 "소규모 건설업체들은 ''항공료 납부 의사는 있지만 회사 사정이 어려우니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호소하기도 한다"면서 "이런 경우에는 ''정상 참작''의 여지가 있는 만큼 기다려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끝까지 항공료 납부를 거부하거나 연락조차 되지 않는 미납자에 대해서는 반드시 ''원칙''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해외 긴급사태로 인해 철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한다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이미 항공료를 납부한 교민과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교부 측은 "정부의 목적은 미납자들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지급을 약속했던 항공료를 받는 것일 뿐"이라면서도 "그러나 정부가 이번 일에 흐지부지 대응한다면 끝까지 버틴 사람만 이득을 보는 결과가 되는 만큼 반드시 원칙에 입각해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