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숫자로 본 한 주간] "당신은 귀향할 수 없습니다"

사회 일반

    [숫자로 본 한 주간] "당신은 귀향할 수 없습니다"

    3173만 명 대이동… 구제역 여파 귀성포기자 늘 듯

    ■ 방송 : FM 98.1 (06:10~07:00) ■ 진행 : 최정원 앵커 ■ 출연 : 시사평론가 민동기

    pig

     

    최정원(앵커)> <좋은 아침="" 최정원입니다=""> ''숫자로 본 한 주간''입니다. 이번 한 주간을 상징하는 숫자는 뭡니까?

    민동기> 이번 한 주는 ''''3173만''''을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숫자로 뽑아 봤습니다. 다음 주에 민족의 대이동, 설 연휴가 예정돼 있지 않습니까. ''''3173만''''은 올해 설 연휴 동안 고향 방문을 위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귀성객 수를 말합니다.

    최> 민족의 대이동 아닙니까. 근데 작년에 비해 어떻습니까?

    민> 지난해보다 27% 늘어난 수치입니다. 그런데 이 수치가 수정될 것 같습니다. 3173만 명은 국토해양부 산하 한국교통연구원이 이달 초에 전국 8000가구를 조사한 결과 전망한 수치입니다. 하지만 교통연구원이 이 예상치를 수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구제역 여파로 귀성하지 않는 사람들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귀성 자제를 촉구하고 있어 실제 고향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3173만 명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최> 제 주변에는 구제역 때문에 안 간다는 분들이 더 많더라구요.

    민> 제 주변에도 그런 분들이 많습니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이 구제역 여파로 내려오지 말라고 해서 이번 설에는 내려가기 힘들 것 같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더군요. 뭐 구제역 때문에 고향도 못가고 이러니까 모처럼 긴 연휴, 휴가로 활용하자, 이런 분들도 많습니다. 실제 귀성을 포기하는 대신 해외여행에 나서는 사람이 올해 58만 명이 넘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인천공항공사가 이번 연휴 해외여행객이 58만 8천여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개항 이래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부 귀성 자제 권유, 실제 귀성객 줄어들 듯

    최> 귀성을 포기하고 해외여행을 가는 가족들이 많다는 얘긴데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요?

    민> 그렇습니다. 사실 고향에 안 가는 게 아니라, 고향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정부가 나서서 고향 방문 자제를 권유하고 있는 이 상황,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죠. 지난 27일 조간신문 1면에 행정안전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으로 설 연휴 기간 동안 축산농가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내용의 광고까지 냈습니다. ''''국민세금''''으로 ''''고향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광고를 정부가 게재하는 이런 상황이 한편으론 서글프고 또 한편으로 화가 납니다.

    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 게 상당부분 정부의 책임이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민> 그렇습니다. 구제역이 이렇게까지 확산된 이유, 방역당국의 초기대응 미흡 때문이죠. 안동에서 최초 의심신고가 들어왔을 때 방역 당국이 간이 검사만으로 음성으로 오판하면서 현재의 상황을 초래하지 않았습니까. 정부가 구제역 대책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남아 있는 예비비 1조7000억 원을 포함해 2조7000억 원 가량을 마련하기로 했는데 결국 정부 대응 실패로 예산 낭비에, 고향 방문까지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습니다.

    대만의 구제역 사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최> 그런데 초기 대응이 미흡했던 것도 있지만 사후대책도 그렇게 미덥지 못한 것 같아요.

    민> 그렇습니다. 우리 정부의 대응이 지나치게 주먹구구, 임기응변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구제역 예방백신 접종 후에도 최소 3년은 있어야 구제역 바이러스가 사라졌다는 말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대만의 경우가 대표적인데요, 전국에 걸쳐 백신을 접종한 후에도 구제역 발생이 끊이지 않으니까 대만은 수출중심의 축산업을 내수 중심으로 재편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이제 이런 고민을 해야할 시기인데 사후대책 역시 구제역 발생 초기대응처럼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최> <숫자로 본="" 한주간="">은 ''''3173만''''이라는 숫자를 가지고 얘기 나누고 있습니다. 구제역도 구제역이지만 한파 때문에 바다 양식장 피해도 만만치 않다면서요?

    민> 그렇습니다. 최근 한파로 서해안과 남해안 양식장이 입은 피해가 50억 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특히, 전남 여수 돔류 양식장 피해액이 39억 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양식장 94곳에서 참돔과 감성돔 등 돔류 400만여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가 됐는데요, 잠정 집계이기 때문에 피해는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피해 어가당 복구비를 최고 5,000만 원씩 지원하고 중·고교생 학자금을 면제해줄 방침인데요, 200만 마리가 넘은 가축이 살처분 되고 몇 년간 키운 수십만 마리 어패류들이 얼어죽는 걸 지켜보는 농어민들 마음까지는 면제가 안 될 것 같습니다. 누군가 ''''대한민국 농어촌이 사실상 붕괴 직전 상황''''이다 이렇게 얘길 하던데요 공감할 수밖에 없는 말입니다.

    최> 고향 어르신들 대부분이 뭘 기르거나 그러는데... 고향을 방문해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을 것 같아요?

    민> 그렇습니다. 일단 저의 경우에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부모님이 청주 시내에 계시기 때문에 구제역 여파를 직접 받지는 않았는데 조상들이 계시는 산소를 과연 갈 수 있을지 그게 걱정입니다. 부근에 소·돼지를 키우는 분들도 많으신데 혹시 이번 구제역 여파를 받지는 않았는지, 받았다면 자식과도 같은 소들을 살처분 하지는 않았는지, 만약 했다면 그분들 마음은 또 어떨지, 이런 생각을 하면 고향 방문길이 그렇게 편하지 않습니다.

    최> 많은 분들이 같은 공감대를 형성할 것 같아요?

    민> 네, 사실 저는 이번 구제역과 한파로 인한 피해 때문에 이제 사람들이 고향에 대해 가지는 생각이 많이 바뀌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 됩니다. ''''3173만''''명의 귀성객들, 아직 추정치이긴 합니다만 이 귀성객들의 마음 속에, 고향이 예전처럼 마음의 안식처나 부모님들이 계신 따뜻한 곳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요. 오히려 죽어간 소와 돼지가 묻힌 곳, 부모님들이 정성스럽게 키운 돔들이 얼어 죽은 곳, 이런 느낌으로 먼저 와닿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고향이 이렇게 다가온다는 건 우리 사회가, 우리 부모님이 살고 있는 곳이 점점 삭막한 곳으로 바뀌고 있는 걸 보여주는 건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최> <숫자로 본="" 한="" 주간=""> 이번 주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숫자는, ''''3173만''''....설 연휴 동안 고향 방문을 위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되는 귀성객의 수였습니다. 시사평론가 민동기 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