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계
10일 국가인권위원회 조국 비상임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힌데 이어 전직 인권위 직원들도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등 사퇴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김칠준 전 사무총장 등 18명은 이날 '국가인권위원회 파국에 대한 전직 인권위 직원들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현 위원장은 위원회의 독립성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행태를 거듭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사퇴를 요구했다.
이들은 "물권법을 전공한 현 위원장이 임명되는 순간부터 인권과 무관한 인사라는 사실에 대해 우려했다"면서 "그가 인권위의 가치를 이어가주길 기대했지만 그 희망은 참담한 절망으로 돌아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인권위 축소와 관련해 현 위원장이 '인권위는 행정부 소속'이라며 오히려 정부를 두둔한 것은 누가 봐도 인권기구의 수장이 할 짓이 아니다"며 "현 위원장은 스스로 인권위의 정체성과 독립성을 부정했다"고 비판했다.[BestNocut_R]
이번 성명에는 강명득 전 인권정책국장과 김형완 전 인권정책과장 등 간부급을 비롯해 일선 사무관급 직원 5명도 동참했다.
이런 가운데 여성계와 법조계도 이날 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사퇴 압박 공세를 퍼부었다.
36개 여성단체로 구성된 '현병철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여성계 기자회견 참가자 일동'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의 앞날을 생각하지 않고 자기 자리만 보전하려는 뻔뻔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취임 초기 현 위원장은 '아직도 여성 차별이 있느냐'고 물어 위원장 자질을 의심케 했었다"면서 "취임 후 1년여 동안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 문제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또 "직장 내 성차별과 성희롱 문제에 대한 진정 등 시급히 처리해야 할 여성 차별 사안들을 해결하지 않은 채 어떻게 '생활밀착형 인권'을 운운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위원장 자격이 없는 현 위원장은 즉각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법조단체들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전국의 변호사·법학자 300여명의 의견을 발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무자격 위원장과 위원을 임명해 인권위의 독립성을 훼손시킨 책임이 현 정부에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현 위원장이 모든 문제의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는 것이 문제 해결을 위한 첫걸음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일 유남영·문경란 상임위원은 현 위원장의 독단적인 조직 운영 방식을 비판하며 위원직에서 물러났다. 이어 10일 조국 비상임위원도 "견제와 비판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는 현 위원장과 임명권자인 이명박 대통령의 책임"을 주장하며 사퇴 의사를 밝히는 등 인권위원들이 '줄사퇴'를 하고 있다.
한편 현 위원장은 전날 열린 국정감사에서 '자진 사퇴하라'는 야당 의원들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