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이 기득권이란 '파이'를 나눠 먹는 거대한 이익집단이라는 비판이 내부로부터 나왔다고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가 6일 밝혔다.
위키리크스는 이날 주중 미국대사관이 지난해 7월 23일 본국에 보낸 '합의제로 운영되는 최고 지도부의 역학 관계'란 제목의 외교전문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 中지도부 `파이 나눠먹기' = 전문에 따르면 한 중국 내부 인사는 미국 대사관 관계자에게 "공산당은 이익집단의 집합체로 봐야 한다"면서 "당 내부에 개혁파는없으며 최고 지도부 역시 경제적 파이 혹은 기득권을 나눠 먹는 방식으로 의사 결정을 왔기 때문에 자신들의 이익이 침해될 소지가 있는 개혁에 미온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인사는 실제로 리펑(李鵬) 전 총리와 그 일가는 전력 분야를 관리해왔고 공안 분야 책임자인 저우융캉(周永康) 정치국 상무위원과 그 측근들이 석유분야의 이익을 통제해 왔다.
국무원 부총리를 지낸 천윈(陳雲)의 일가는 중국의 금융분야를 담당했고 자칭린(賈慶林) 전국정협 주석은 베이징 부동산 개발 이익을 챙겨왔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사위가 대형 포털 시나닷컴을 운영하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의 부인이 중국의 보석업계를 좌지우지한다는 것도 아는 사람은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이 인사는 전했다.
이런 탓에 지도자들은 현직에서 물러나더라도 자신을 보호해 줄 수 있는 후계자를 키울 필요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누구도 위협하지 않는 낮은 자세를 유지하며 적을 만들지 않는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 같은 인물이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과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 등에 의해 발탁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이 인사는 덧붙였다.
◇ 후진타오 `이사회 CEO'…태자당.공청단 대립 양상 = 공산당 정치국에서 서열1위인 후진타오 총서기는 대기업 이사회의 이사장 혹은 최고경영자(CEO) 같은 지위를 지닌다는 분석도 나왔다.
공산당 내부 인사는 후 총서기가 최대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로서 가장 강한 발언권이 있지만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합의제로 이뤄지기 때문에 나머지 8명의 상무위원들도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공산당 내의 양대 계파로 불리는 태자당(太子黨.혁명원로의 자제), 공청단(共靑團.공산주의청년단) 사이에는 일부 대립하는 양상이 나타나기도 한다고 외교문서는 전했다.
혁명 시기에 피를 흘린 선대의 후손인 태자당 계열은 중소상인 출신의 평범한 부모를 둔 사람들과 공청단 계열 등을 향해 "우리 아버지가 중국을 위해 피를 흘릴 때 당신의 아버지는 구두끈을 팔지 않았느냐"고 비난한다는 것이다.
◇ "티베트 문제는 용납못해" = 위키리크스는 또 티베트(시짱.西藏) 라싸(拉薩)사태 직후인 2008년 4월 16일 본국에 보낸 미국 대사관의 외교문서도 공개했다.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가 합의제로 이뤄지지만 중국에서 가장 민감해하는 티베트정책에 관해서는 어느 누구도 후진타오 주석의 권위에 도전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후 주석은 티베트 당서기를 지내 이 문제에 정통한 데다 가장 민감해하는 사안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냈다가는 축출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공산당 내부 인사는 지적했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개입을 사실상 받아들이고 있지만 티베트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국가의 개입도 결코 허용하지 않을 만큼 가장 민감해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온건한 표현을 즐기는 원자바오 총리가 가끔 티베트 문제에 대해 후 주석과 다른 톤으로 표현하긴 하지만 후 주석과 원 총리 사이에 티베트 문제에 대한 이견은 기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 미 대사관, 시진핑ㆍ리커창 초청 연회 = 주중 미대사관은 차기 대권주자가 부상하던 2007년, 대권 주자들을 자국 대사관에 초청해 비공식 만찬을 함께 하며 자체 평가를 갖는 기회를 가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클라크 랜트 당시 주중 미국대사는 그해 3월 15일과 19일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와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을 초청해 만찬을 가졌다.
[BestNocut_R]당시 랴오닝(遼寧)성 당서기로 대권가도의 선두주자였던 리커창에 대해 미 대사관은 "유머감각이 넘치고 시종 편안하고 자신감이 넘쳤다"면서 "미국과의 관계가 순조롭게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북한 문제에 대한 미중간 협력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 리커창 당서기는 중국 정부의 국내총생산(GDP) 통계에 대해 인위적으로 조작된 것으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솔직함에 무게를 뒀다.
당시 저장(浙江)성 당서기였던 시진핑에 대해서는 "저장성의 발전을 확신하면서구체적인 통계에 대해서도 잘 숙지된 모습이었다"면서 "그의 발언에는 잠재적 경쟁자들이 이끄는 성(省)과 자주 비교하는 것이 포함돼 있어 저장성을 돋보이게 했다"고 평가해 중국 전체를 이끌 차기 지도자로서의 야심을 느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