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통일부는 2011년 3대 정책 추진목표로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 유도, 바른 남북관계 정립, 통일에 대비한 준비를 선정했다.
핵심이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 통일의 기반을 다지겠다는 것인데 이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흡수통일''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일부에서 말하는 흡수통일이라든가 이런 것을 논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지만 통일부의 정책은 ''흡수통일''을 위한 방안이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통일부는 왜 흡수통일을 꿈꾸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통일부가 새해 업무보고에서 ''흡수통일''을 공식적으로 거론한 것이냐?= 명시적으로 흡수통일을 얘기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정책기조에서는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흡수통일'' 입장을 곳곳에서 강조하고 있다.
통일부는 내년도 3대 정책목표로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 유도, 바른 남북관계 정립통일에 대한 준비를 정했다.
그러면서 북한주민 우선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분리해서 대응하겠다는 것으로 북한인권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북한 인권재단 설립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북한변화 예측 시스템을 운용하고 통일세를 상반기 중 입법화 하겠다는 입장도 공식화 했다.
통일부는 당초 새해업무보고에 ''흡수통일'' 입장을 밝히는 방안과 북한의 변화 견인이 아니라 ''변환''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공식화 할 경우 ''정권교체(레짐 체인지)''나 흡수통일을 추구한다는 논란에 휩싸일 것을 우려해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한다거나 ''평화통일''이라는 말로 바꾸었다.
▶ 그런데 통일부의 입장과는 달리 청와대는 남북대화를 밝혔는데 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거냐? = 통일부는 천안함 사태로 시작된 5.24조치(방북금지, 대북지원 중단)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남북대화를 재개하기 위해서는 "북측의 책임성과 진정성이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을 언급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이 2012년 강성대국을 목표로 두고 있기 때문에 내년 한 해에 북한의 핵 폐기를 6자회담을 통해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북 핵 폐기는) 6자 회담을 통해 하지만 남북협상을 통해 핵을 폐기하는데 대한민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부와 청와대가 어딘지 초점이 어긋난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일부에서 말하는 흡수통일 같은 것은 논할 것이 아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평화적 통일을 해야 한다"고 밝혀 통일부가 청와대와 따로 노는 듯한 이미지를 주고 있다.
▶ 그렇다면 통일부가 왜 ''흡수통일''을 주요 정책목표로 설정한 거냐?= 통일부의 새해 업무보고는 준비하는데 한 달 이상 걸린 진통 끝에 탄생한 작품이라고 한다.
통상 정부 각 부처의 업무보고는 청와대와의 사전교감 내지는 지침에 따라 정책목표를 정하고 중점 추진과제를 설정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외교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6자회담을 통한 북 핵 폐기를 강조하고 남북협상을 언급을 했는데 이는 미국과 중국의 한반도 정책과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국제정세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그런데 통일부 업무보고에는 이런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더 강경해진 대북정책을 내놓으면서 ''체제 흔들기''를 통한 ''흡수통일'' 입장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부처 중 통일부는 북한과 대화와 협상을 해야 하는 주무부처인 만큼 대화와 협력에 대한 대비책이 나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위장평화 공세와 대남 비방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국방부나 국가정보원이 해야 할 일을 통일부가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래서 정부 일각에서는 청와대의 지침이 없다보니 통일부가 따로 노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한다.
이와 달리 통일부가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흡수통일'' 방안을 내놓았다는 분석도 있다.
''흡수통일'' 방안은 국내외적으로 논란을 빚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른바 ''노이지 마케팅'' 차원으로 ''흡수통일'' 방안을 제기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 통일부의 정책대로 할 거면 사실 통일부는 필요 없는 것 아니냐? 이런 의견도 있는 것 같은데?= 전직 통일부 고위관리는 이런 평가를 했다.
"통일부의 새해 업무보고는 ''통일부 무용론''이 관철된 완결판이다"라는 것이다.
지난 3년간의 통일부 역할이 통일부가 필요 없음을 보여줬고 새해 업무보고에서 아무것도 할 일이 없음을 보여줌으로써 국민들 앞에 필요 없는 부서임을 입증시켰다는 것이다.
통일부의 새해 업무보고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정책의 목표로 내세운 ''북한의 변화를 유도''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정책 목표를 내세웠으면 이를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나 계획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빠진 것이다.
물론 5.24 조치의 지속이라던가 북한 인권문제 제기 등 대북 압박정책이 있지만 이는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지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는 정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사실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전쟁이 아니라면 대화와 협력밖에 없는데 그렇게 할 경우 이명박 정부의 지지기반인 보수층이 외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기 때문에 상호 모순되는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 통일부가 없어져야 할 정부부처 1위에 올랐다는데? = 숙명여대 언론정부학부 조정열 교수팀과 문화경영연구원(CMN)이 11월 27일부터 1주일 동안 서울시민 1,858명을 상대로 17개 정부 부처의 업무처리 방식과 능력에 대한 인식도 조사결과를 29일 발표했다.
통일부는 ''없어져야 할 부처 1위(응답자 11.2%), 일이 적은 부처 2위(10.8%)에 올랐다.
앞서 언급한 대로 ''통일부 무용론''을 입증하고 있는 셈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가 출범 초기 통일부를 폐지하겠다고 했다가 국민여론과 야당의 반발 등으로 존치를 시켰지만 결과적으로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부처가 되고 말았다.
사실 통일부가 하고 있는 탈북자관리는 행정안전부가 훨씬 잘 할 것이고 대북심리전이나 강한 압박은 군이나 국정원이 전문분야다.
이명박 대통령도 통일부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경제부처가 해야 할 일을 통일부가 해 온 것이 사실이다"고 지적하면서 "이제 통일부는 통일부가 해야 할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 한반도 주변정세는 대화와 협상의 국면으로 가고 있는 것 아니냐?= 그렇다.
내년 1월 중국 후진타오 주석이 미국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다.
미국과 중국은 한반도 긴장으로 인해 갈등이 심화되는 것이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을 바탕으로 한반도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해결방안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그동안 6자회담에 부정적인 언급을 해왔지만 새해 업무보고에서 ''6자회담을 통한 북 핵 폐기''와 ''남북협상''을 언급한 것도 이런 국제정세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사실 집권 4년차에 접어들면 강경책 보다는 유화책을 내놓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 부시 정부도 8년 집권기간 동안 6년 넘게 대북강경책을 고집하다가 집권 막바지에 대화국면으로 돌아섰다.
따라서 통일부가 제 역할을 하려면 국제정세의 변화에 대비해서 지난해 추진했던 정상회담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를 해야 하는데 통일부가 스스로 역할을 한정 짓고 있는 것이다.
▶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가 바뀌는 거냐?= 당장 바뀔 것 같지는 않다.
통일부가 대북강경기조를 밝혔고 이명박 대통령이 6자회담과 남북협상을 언급하면서 대북정책 기조가 어떻게 바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정부가 당장의 대북압박 강경기조를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대통령의 발언은 ''북 핵 폐기''를 전제로 남북협상과 6자회담을 언급한 것이지 남북 간 교류협력을 언급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BestNocut_R]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통일이 다가오고 있다''며 ''통일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힌 적이 있는데 이런 입장은 ''북한의 붕괴''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흡수통일'' 주장과 같은 맥락으로 봐야한다.
일단 이명박 대통령의 언급에서 남북대화의 여지는 열어뒀지만 대북기조자체가 바뀌거나 그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1월에 있을 미중 정상회담과 북한의 신년사도 남북관계의 변수가 될 것이다.
여당인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한편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평통''의 온라인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상대방의 체제를 부정하고 상대방에게 자기의 체제를 강요하려는 ''흡수통일'' 기도가 동족사이의 무력충돌과 전 민족적 참화로 이어지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라며 통일부의 정책을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