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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의 한 야산자락에는 전날 오전부터 흘러넘치기 시작한 검붉은 침출수가 흥건했다.
해당지역은 소와 돼지, 개 사육 농가 등 112가구 밀집해 있는 마을로, 소 일부가 구제역 양성 판정이 나자 지난달 30일 예방차원에서 돼지 3천마리를 산 채로 매장한 곳이다.
이날 현장에 접근하자 코를 찌르는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매캐한 가스는 목을 찔렀다.
가축 살처분 시 생매장은 엄연한 불법이지만 아무렇지 않게 이뤄지던 관행이 결국 문제로 곪아터진 것이다.
발톱을 갖춘 동물이 산채로 몸부림을 치다가 매몰지에 깔려 있는 비닐을 찢으면서 오염물질이 새 나온 것.
지자체 “소는 죽여서 묻고 돼지는 산채로 묻는 것이 원칙이다?”내장을 뒤틀리게 할 정도로 심한 악취를 내뿜는 침출수가 인근 농가로 흘러들고 있는 현실에 대해 생매장한 공무원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이었다.
광탄면사무소 관계자는 "돼지 살처분이라는 것은 돼지를 산채로 매장시키는 것"이라며 "소는 죽여서 묻고 돼지는 산채로 묻는 것이 원칙"이라는 억지주장을 폈다.
돼지 역시 살처분 할 때는 산 채로 해서는 안된다는 법적 규정을 모르는지, 알면서도 상황을 호도하기위해서인지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주민 “살처분 지역에서 흘러나온 핏물 보면 물도 안 넘어가”주민들은 지하수와 토양 오염에 따른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 지역 토박이 이경우(55)씨는 "공무원들이 고생하는 것은 알겠지만 솔직히 불안한 것은 사실"이라며 "물은 물론이고 공기와 땅이 오염되는 것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살처분을 지역을 둘러보러 나왔다는 김모(77)씨도 "어떻게 묻었는지 냄새가 말도 못하게 난다"며 "시뻘건 물만 보면 집에서도 물이 목구멍으로 안 넘어간다"며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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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 “규정 지자체에 하달했기 때문에 문제 생겨도 책임 없어?”그러나 구제역 살처분을 지시하고 관리, 감독해야 하는 농림수산식품부는 "가축을 안락사 시킨 뒤 매장시키라는 규정을 지자체에 하달했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되풀이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식품부는 살처분 범위만 정해주고 실제 살처분은 해당 지자체가 실행하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2차 오염 등 문제가 생겼다면 그것은 지자체의 책임"이라고 선을 그었다.
가축 생매장에 따른 2차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그 책임은 지자체에 미루고만 있는 것이다.
이번 구제역 파동으로 가축을 생매장한 지역은 이 지역 말고도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규정을 무시한 채 진행한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의 살처분 결과가 어떤 2차 피해를 야기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BestNocut_R]구제역이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또 다른 종류의 구제역 파동의 서막이 올려퍼지는 건 아닌지 상황은 갈수록 암울해지고 있다.